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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 내가 장희빈을 부르는 이유
다시 쓰는 여인사전 1. 탐욕스런 요부인가 정치의 희생양인가 천한 여인의 귀한 꿈 입궁의 비밀 짧은 사랑 긴 이별 상처받은 궁녀 불길한 신데렐라 2. 사랑놀음인가 정치게임인가 “사랑보다 권력” 나쁜 남자, 숙종 챔피언과 도전자 정치영재의 복수 오른팔 김석주 3. 궁중의 승부사들 궁녀의 스캔들 경신환국 꿈은 이루어진다 왕세자의 탄생 조강지‘첩’을 버리다 4. 미나리는 장다리가 있어 아름답다 생존을 위한 내숭 사랑받지 못한 여자 애증의 두 여인 비정함의 극치 재기보다 훌륭한 복수는 없다 5. 역사는 수레바퀴인가 물레방아인가 또다른 신데렐라의 출현 여자의 본심 6. 풀리는 수수께끼들 고도의 애정전술 왕비의 귀환 배신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다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 그녀를 꼭 죽여야 했는가 왜곡된 여인의 역사 에필로그_ 초승달 같은 그녀를 만나다 참고문헌 |
Lim Hyung 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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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주류의 기록이다. 장옥정은 철저히 비주류였다. 태생부터 주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소외되고 편견으로 차별 당하는 비주류에게 장옥정은 개혁가이고 혁명가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한계는 존재했다. 남자를 통해서만 성공해야 했다. 이런 역사의 기록들은 다 접어두고 나는 장옥정을 철저히 여자로만 기록하고 싶었다. 딸로, 여인으로, 아내로, 어머니로의 삶을 조명하고 싶었다. 그녀가 숙명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하게 기득권과 맞서 싸웠는지 알리고 싶었다. 그것이 결코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더라도 실제 그녀가 자신의 생을 적극적으로 살았다는 것을, 숙종의 왕권강화를 위해 정치적 명분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아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목숨도 내주었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쓰는 여인 사전
장희빈으로 널리 알려진 장옥정은 요부인가? 요부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요사스러운 계집’이다. 역사도 소설도 TV 드라마도 모두 장옥정을 요부로 규정한다. 궁에 들어가 교태를 부려 임금을 유혹해 자신에게 빠진 임금을 부추겨 중전을 궁에서 몰아내고 충신들을 탄압해 나라를 어지럽혔다면 요부라고 비난 받아 마땅하다. 요부의 조건은 무엇인가. 우선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빼어난 미모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숙종실록」에는 「장씨는 나인으로 뽑혀 궁중에 들어왔는데, 미색이 뛰어났다」고 기록되어있다.『조선왕조실록』을 통틀어 궁 안의 여자를 두고 ‘미색이 뛰어났다’고 표현한 경우는 장옥정뿐이다. 오늘날 초상화가 전해지지 않아 그녀의 미모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왕조실록이 격을 깨고 유일하게 극찬할 정도라면 장옥정이 어느 정도 절색이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러나 장옥정이 아름다운 외모만으로 숙종의 눈에 들었던 것일까? ----천한 여인의 귀한 꿈 장옥정이 궁으로 들어간 것은 신분의 한계를 극복해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었다. 누구도 자아실현의 욕구를 탐욕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장옥정은 궁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순간에 임금의 눈에 띄지 못하면 평생을 구중심처에서 싱글로 살아야 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겠다고 각오했을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과감한 투자인 셈이다. 당시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세력은 서인이었다. 숙종의 어머니인 명성왕후 김씨를 비롯한 숙종의 정비인 인경왕후, 계비인 인현왕후까지도 모두 서인이었다. 장옥정의 큰아버지 장현은 당시 상당한 재력가로 서인의 반대파인 남인 세력에게 정치자금을 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장옥정은 늦은 나이인데도 이례적으로 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것도 대왕대비인 자의대비 조씨 곁에 배치될 수 있었다. 장옥정이 숙종의 눈에 띄게 된 것은 기막힌 행운이라기보다는 우연을 가장한 남인들의 치밀한 득세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입궁의 비밀 장옥정은 6년을 왕비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왕비였던 사실을 끊임없이 부정당해야 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낡고 진부한 소리에 가장 적합한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은 조선사회의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의 역사다. 천민에서 궁녀로, 다시 전직 궁녀가 되었다가 후궁으로 왕비가 되었다가 다시 후궁으로 몇 년에 한 번씩 그녀의 인생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궁녀가 왕비 자리에 오른 일은 장옥 정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이렇게 후대에 여러 번 회자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에 장옥정이 현실에 안주하고 살았다면 경종은 모계의 신분을 따라 천민이 되었을 것이다. 장옥정은 이 숙명의 고리를 끊어냈다. 절대 빠져 나올 수 없는 신분제에서 자신의 아들에게 천민이라는 신분을 물려주지 않았다. 그것이 어머니 장옥정의 마음이었다. 또한 숙종이 자신을 죽이려 하자 그녀는 오히려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아들을 위해, 사랑하는 남자의 절대왕권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었다. 그것이 여인 장옥정의 마음이었다. ---왜곡된 여인의 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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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오해를 뛰어넘어 장희빈을 재해석한다”
악녀 장희빈의 이름 뒤에 감춰진, 여인 장옥정의 역사적 진실! ‘희대의 요부’라 불리는 장희빈. 드라마에서 대개 장희빈은 표독스러운 얼굴로 인현왕후의 초상화에 활을 쏘거나 숙종이 내린 사약을 극악스럽게 내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야말로 ‘악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장희빈이야말로 역사 속에서 누구보다 심하게 왜곡된 인물이 아닐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 까닭에 「인현왕후전」에 실린 장희빈은 그렇듯 악독하고 간교한 모습으로 부각되어 있다. 역사의 편향된 평가 속에 감춰진 장희빈은 그러나, 자신 앞에 놓인 운명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인생의 행로를 개척해나간 강인한 여인이었다. 첩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현실과 타협해 안주하지 않고, 궁녀라는 신분을 통해 과감히 새로운 삶을 택한다. 이후 숙종과의 짧고 애틋한 사랑과 오랜 이별, 정치적 암투와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 숱한 시련을 맞이하지만, 조선의 역사상 유일하게 궁녀에서 왕비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극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녀는 이 책 「임형주, 장희빈을 부르다」를 통해 한 남자를 진실로 사랑한 여인, 자식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한 절절한 모성으로 다시 부활했다. 우리는 이제 편견과 오해를 뛰어넘는 장희빈에 대한 재해석과 더불어, 사후 300년간 감춰져 있었던 장희빈의 진실된 얼굴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임형주의 목소리로 새롭게 듣는 장희빈 이야기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지요? 많은 사람이 나를 탐욕에 찬, 허영심 많은 보름달로 기억할 테지만 사실 나는 수수하고 강직한 초승달이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많은 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 ‘에필로그’ 중 장희빈의 독백 [Editor's note] 임형주와 장희빈?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팝페라가수 임형주가 웬 장희빈 이야기를? 저자 미팅 전 에디터의 머릿속은 물음표뿐이었다. “이 책을 내시려는 이유가 뭔가요?” “장희빈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자 임형주와의 첫 만남, 에디터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담당 편집자라기보다는 취재원을 앞에 둔 기자에 가까웠다.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가 역사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어요. 마치 전래동화처럼요. 교과서에 나오는 따분한 지식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주로 듣곤 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된 거 같아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구나, 역사적 ‘사실’과 ‘진실’이 다를 수 있구나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았어요. 그중에서도 장희빈 얘기는 정말 재밌었어요. 사극에서 보던 장희빈은 질투심에 눈이 멀어 인현왕후 초상화에 활을 쏘는 무서운 여자였는데, 외할아버지는 장희빈과 인현왕후, 숙종 사이에 얽힌 정치적인 관계를 제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시면서 역사 속에서 장희빈이 왜 그렇게 그려졌는지 들려주셨어요. 역사란 건 후대의 평가와 해석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어린 나이였지만, 그러면서 일종의 ‘사관’을 갖게 됐다고 할 수 있어요.” 준비해놨다는 듯 막힘없이 대답하던 저자 임형주의 총기 어린 눈빛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의 진심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의문투성이였던 이 책의 정체(?)도 파악되기 시작했다. 주요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하루 15개씩 신문을 구독하며 ‘올해의 신문 읽기 스타’로 뽑힌 이력을 감안해 어느 정도의 글솜씨는 예상했지만, 직접 받아본 원고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중에서도 ‘에필로그’는 단연 압권이었다. 원고에 심취한 나머지 저자는 급기야 꿈속에서 장희빈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 나눈 둘의 대화를 옮겨 적은 에필로그는 소설 한 권을 압축해놓은 것만큼이나 드라마틱했다. 예술은 서로 통한다더니, 음악성과 문학성의 일맥상통을 임형주가 증명하고 있었다. 이제, 임형주의 목소리를 빌린 장희빈의 이야기를 이 세상에 내놓는다. 장희빈에 대한 세상의 편견처럼 이 책 역시 편견에 휘둘리지 않기를, 저자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의 결과물이 오해 없이 읽히기를 그저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