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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여자는 욕조에서처럼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속옷만 입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가슴이 드러날 정도로 찢겨 있었고 발목은 박스 테이프로 묶여 있었으며 양쪽 손목도 마찬가지로 테이프로 정강이에 붙여져 있었다. 등 중간까지 내려오는 길고 검은 머리는 풀린 채였다. 머리에 씌워진 비닐봉지는 목 부분에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비닐을 들추면 립스틱을 붉게 칠한 그로테스크하게 벌어진 입과 부릅뜬 눈이 보여서, 편안한 죽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 p. 23
백작 부인은 떠나가는 그녀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사실을 동료가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정도는 그녀에게 충분히 허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넘치는 활력, 그리고 자신의 업적에 대한 허영기 있는 애착이 부러웠다. 그것은 그녀의 젊음에서 기인하는 것이었고, 시간이 흐르면 파울리네 베르의 경우에도 시들해지리라. 지금 다루고 있는 최고로 중요한 사건도 결국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누구나 언젠가는 알게 된다. 새로운 사건은 언제나 곧 닥쳐왔고, 또 새로운 사건이, 또 그다음 사건이 찾아왔다. 이런 지혜가 생기면 수사는 점차로 삶의 방식보다는 직업이 되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 편이 더 효율적이지만 열정은 부족하고, 아직 신참인 이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열성은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그녀는 많은 직업군에서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다. --- p. 73 "머리가 길 때만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나요?" "그래요. 그 사람들은 머리가 어깨까지 닿아야 해요." "그 사람들이라고요? 누구 얘긴가요?" "내가 두려워하는 여자들, 그녀 같은 타입 말이에요. 아이를 낳고 미운 곁가지를 곳곳에 뻗어놓지요. 바로 없애버려야 해요." - 337쪽 "그는 늘 똑같은 행동을 해요. 결국은 죽이는 거죠." --- p. 485 그녀가 급히 물었다. "그가 그 일이 언제 있을지 말해줄까?" "내일 한 명이 비닐을 쓰지. 그녀의 무덤을 덮을 시멘트가 생기면." "그리고 다른 여자는? 그는 다른 여자는 어떻게 할까?" "그가 와서 그녀에게도 비닐을 씌운다. 그는 그렇게 한다. 둘 다 비닐을 써야 한다. 먼저 한 명, 그다음에 또 한 명. 그래야 두 번째 여자도 겁을 낸다." 그는 가면을 다시 매만지고 동요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두 여자의 무릎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온 돈 덴, 마마 푸타 펜......" --- p. 4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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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북쪽 끝. 그린란드와 만나는 빙하지대에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팔다리가 박스테이프로 묶여 있고, 가슴이 드러나고, 입술은 빨간 립스틱으로 커다랗게 덧칠한 기괴하고 강박적인 모습으로 죽어있던 그녀는 23년 전에 실종된 간호사였다. 총경 콘라드 시몬센은 시체의 모습이 1997년 존속살인으로 결론 났던 카테리네 톰센 사건과 똑같다는 점을 깨닫고, 연쇄살인이라는 관점에서 전면 재수사에 들어간다. 강력한 용의자를 검거하지만, 그를 잡아넣을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덴마큰와 미국의 가거 외교적 비밀 때문에 수서도 혼선을 빚는다. 살인전담팀은 용자를 정신적으로 흔들기 위해 무모한 심문을 강행하다가 실패하고 용의자를 놓아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 화난 연쇄살인마가 법망을 피해 어둠 속에서 경찰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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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의 빙하 밑에서 23년 동안 은폐되었던 시체가 떠오르다! 그리고 밝혀지는 가공할 연쇄살인의 참상!
출간 전 16개국 번역 계약! 덴마크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범죄소설의 신화 『숨겨진 야수』에 이은 콘라드 시몬센 시리즈 2탄! 덴마크에서 15만부 이상 판매되고 20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국민적인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범죄소설 콘라드 시몬센 시리즈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가 폴라북스에서 출간되었다. 남매 작가인 로테 하메르와 쇠렌 하메르가 지은 이 작품은 2012년 1월에 출간된 『숨겨진 야수』의 속편이자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이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을 통해 정의와 질서의 딜레마를 보여주었던 『숨겨진 야수』에서 더 나아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연쇄살인마를 통해 인권과 외교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작품은 환경 관련 회담을 위해 덴마크 장관과 만나러 온 독일 총리가 그린란드의 빙하에서 여성의 시체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팔다리가 박스테이프로 묶여있고, 가슴이 드러나고, 입술은 빨간 립스틱으로 커다랗게 덧칠했으며 머리에 비닐을 씌운 기괴한 모습을 한 시체는 23년 전에 실종된 간호사 마리안 뉘고르로 밝혀진다. 콘라드 시몬센은 1997년에 똑같은 모습으로 죽었으며 친아버지가 살해범으로 지목되었던 다른 사건을 기억해낸다. 그게 경찰의 과오였으며 진범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전면 재수사에 들어가는데, 외교부와 총리실의 최고위층이 이 사건에 간섭하려고 한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무거운 사회적 주제와 전문성, 오락성 사이에 균형을 잘 잡은 범죄소설로서, 영화적인 연출, 개성 있고 인간미 넘치는 인물 묘사, 군더더기 없고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서술 등 전작의 미덕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게다가 한층 무시무시하면서도 상대하기 힘든 살인마가 등장하면서, 그를 둘러싸고 다채로운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를 읽는 것은 범죄소설에 관해, 덴마크에 관해, 무엇보다 인간에 관해 다시 돌아보며 시간을 잊는 경험이 될 것이다. 캐릭터, 팀워크, 상대하기 까다로운 악당, 충실한 기본기와 묵직한 현실감을 갖춘 범죄소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전작 『숨겨진 야수』에서 활약했던 덴마크 코펜하겐 지방경찰청 소속 살인전담팀이 거의 그대로 등장하여 한 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의 범죄소설이다. 뛰어난 판단력과 추리력, 적당한 융화력으로 수사를 이끌지만 비만과 당뇨 등 성인병 때문에 고생하는 주인공 콘라드 시몬센은 물론이고, 카리스마와 지휘력을 갖고 있는 ‘백작부인’, 도박 좋아하고 어린애 같은 면이 있지만 유능할 땐 확실히 유능한 2인자 아르네 페더센, 젊고 아름답고 미모만큼이나 야망에 불타는 전직 발레리나 파울리네 베르, 재미없는 노땅이지만 그만큼 꼼꼼하고 철저하고 끈기 있는 수사의 대가인 포울 트로울센, 소탈할 땐 소탈하고 권력자로서 위압적일 땐 위압적일 줄 아는 총리실 차관보 헬메르 하메르 등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한층 깊어졌다. 팀워크 또한 건재해서 서로 챙기고 분담하고 보완하는 한편으로 무모한 동료를 말리기도 하는 인간미 넘치는 우정을 보여준다. 수사 진행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영화적인 연출도 여전하다. 각 장면마다 간결한 서술과 묘사로 현장감 있게 상황을 전달하는 솜씨도 탁월하다. 각 장의 중심인물이 하는 행동이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설명적으로 빠지지 않는 담백한 서술은 로테 하메르와 쇠렌 하메르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에서 코펜하겐 지방경찰청 살인전담팀이 상대해야 하는 범죄자는 ‘사상 최악’이라고 할 만하다. 잔악하다거나 범죄 수법이 흉악하다거나 피도 눈물도 없는 면모를 보여줘서가 아니다. 알면서도 잡을 수 없고, 잡기 전에는 범행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면에서 최악이다. 오랫동안 잡히지 않고 교묘하게 살인을 저질러왔을 만큼 범죄를 저지르는 데 완벽을 기하고, 평소에는 ‘걱정될 만큼 순수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완벽한 이중생활을 한다. 심약하고 맘대로 다룰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이지만 사실은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면모를 갖춘 살인자 덕분에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범인을 추리하여 맞히는 것만이 아니라 범행을 멈추기 위해서는 그를 법정에 세우고 증거를 모으고 희생자를 지켜야 하는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을 드러내는 새로운 소설이 되었다. 범인이 누구인가는 고단한 범죄수사의 첫걸음일 뿐이다. 인권을 수호하고, 인권유린을 묵인하고 국가와 공권력의 두 얼굴을 드러내는 작품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을 다루며 정의와 질서의 딜레마를 보여주었던 『숨겨진 야수』에서 더 나아가, 인권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로서 이번 작품에서 최대의 갈등은, 정말로 범인이라고 확신하지만 증거가 없기 때문에 연쇄살인마를 철창 밖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살인마는 증거를 완벽히 제거하거나 조작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권조항을 방패로 삼아 거꾸로 이용하는 데 통달해있다. 이전에 살인을 저질렀음을 자백하더라도, 강압에 의한 자백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는 점을 십분 이용하는 것이다.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용의자는 경찰이 수호해야 할 시민의 일원이고, 자유롭게 어디든 갈 권리가 있다는 점이 작품 내의 모든 사람을, 더불어 독자를 숨막히게 한다. 국가 간의 외교에서 쓰는 술책을 모방하여 이러한 고뇌를 해결한다는 점이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의 아이러니이자 또 하나의 중심 주제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인권과 생존권이 국가적인, 또는 한 집단의 이익 앞에서 교묘한 방식으로 무시되고, 그 침해가 묵인된다. 이런 방식을 쓰면 당장 일을 해결할 수 있고 큰 말썽이 일어나지 않게 덮어둘 수 있겠지만, 결국은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