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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게이타와 이 책에 쏟아진 찬사 4
감사의 말 6 1― 13 2― 23 3― 33 4― 46 5― 68 6― 85 7― 104 8― 116 9― 123 10― 150 11― 168 12― 187 13― 206 리뷰― 시간의 풍경을 비추는 빛 속으로 213 옮긴이의 말 218 |
Raimond Ga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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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오스트레일리아 이주자의 아픔과 고통, 철학이 되다
어머니 크리스틴은 끝내 이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데, 우울증과 불안 증상 등의 정신병적 부적응은 광활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느끼는 역설적인 고립감의 결과이며,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주자의 불안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미트루 아저씨, 바첵 아저씨 등 이주자들의 신산했던 삶, 이주자에 대한 가시적 비가시적인 차별을 보고 자란 레이먼드는 훗날 철학자가 되어 ‘다문화주의’를 철학적으로 정립한다. 고통을 겪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지혜는, 아버지 로물루스에게 그랬듯, 아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미트루 아저씨와 바첵 아저씨 등이 겪은 이주자의 고통과 아픔은 아들 레이먼드에게로 와서 철학이라는 형태를 부여받는다. 일과 정직함, 고결한 성품에 대한 이상을 간직한 최후의 인간 아들 레이먼드는 아버지가 평생 견지한 삶의 태도를 ‘순수한 도덕주의’라고 이해한다(그는 도덕철학자다). 로물루스에게 정직은 공리적이거나 타산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데, 그러한 타산성의 “거부야말로 인간성을 특징짓는 것이라고 여겼”다. 아버지의 정직함은 일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구현되었는데, 보상이 아닌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일이 ‘성품’을 만든다는 단순하고 고결한 인식이 거기에 있었다. 아버지와 호라 아저씨는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것을 정신적 태도로 가진 사람들”이었고, 평생 우정을 공유하며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갈망했다. 이들의 태도는 자본주의적 노동관이나 그와 연관된 정직함의 가치와는 다르다. 어쩌면 이들은 자본주의 문화가 습속되지 않은 유럽 농민 공동체의 이상을 마지막으로 간직한 사람들이었을지 모른다. 철학자인 아들 레이먼드가 보기에 그들의 삶의 태도는 근대의 공리주의나 자본주의적 가치를 넘어서는 인간적 충실함의 최후의 증거였다. “살아오는 동안 나는 여러 차례 다음과 같은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다행히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훌륭한 노동자란 어떤 사람인지, 정직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우정이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아버지의 친구인 호라 아저씨에게서 그리고 그들의 우정에서 보았던 것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명과 타인을 받아들이는 태도,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아버지와 철학자 아들 로물루스는 다른 사람이 부정을 저지르거나 거짓말을 할 때 그 잘잘못을 바로 지적했지만 그 사람을 자기와 다른 부류라고 낙인찍어 배제하는 법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바로 그 점은 아버지가 자신이 만난 모든 사람과 더불어 ‘공통된 인간성’을 지니고 있다고 철저하게 인식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타인에게 상처받았을지라도, 또 그들을 비난했을지라도 계속 그들을 순수하게 대할 수 있었던 건 결국 로물루스가 지닌 ‘사랑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은 아내 크리스틴과 리디아 아주머니가 그를 배신하고 떠난 이후에도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는데, 로물루스는 그들조차 “운명의 피해자, 고통받을 운명에 있는 자로서”의 인간적 한계를 깊이 연민했다. 아들 레이먼드는 아버지 로물루스가 인간의 운명과 타인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동정적 숙명론’이라고 명명한다. 아버지가 동물들을(겨울철 거의 죽어가는 벌들을 데리고 와 살려내는 장면은 마치 이적을 보는 듯하다) 아끼고 사랑한 것도 그러한 동정적 숙명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레이먼드 게이타를 철학자로 키운 것은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했지만 도덕성을 몸소 실현한 아버지 로물루스였다. 헌사, 추도사, 작별의 말, 그리고 부모와 자식의 유대감의 정체에 대한 깨달음 레이먼드는 아버지 로물루스와 호라 아저씨가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서 ‘개성’과 ‘말’의 관계, ‘대화’와 ‘타자성’의 관계를 배웠다고 고백한다. 정신 이상이 있었지만 가족처럼 지낸 바첵 아저씨는 동물과 작은 벌레와도 교감할 수 있었던 따뜻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 릴리 부인과 미스 콜라드(할머니이다)는 세대와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유년기의 레이먼드가 어머니 없이도 외롭지 않을 수 있게끔 함께 추억과 애정을 나누었다. 가족의 불행과 어머니의 부재 속에서도 레이먼드에게는 삶의 희망과 아름다움, 선함과 고결함, 존엄과 연민을 가르쳐준 친구 같이 다정한 어른들이 있었다. 그들은 평범했지만 높은 사람들이었다. 『작별』은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단지 그들이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어린 레이먼드가 사랑했던 (그리고 레이먼드를 사랑했던) 그 시절의 사람들을 향한 헌사이자,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특별했던 아버지 로물루스를 기억하는 추도사이며,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작별의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