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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육수
2. 사화산 3. 미련소묘 4. 요한 시집 5. 비인탄생 6. 오늘의 풍물고 7. 하여가행 저자의 변 전후소설의 계보학적 고찰/한기 장용학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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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옛날 깊고 깊은 산 속에 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토끼 한 마리 살고 있는 그 곳은 일곱 가지 색으로 꾸며진 꽃 같은 집이었습니다. 토끼는 그 벽이 흰 대리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나갈 구멍이라고 없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게 땅 속 깊이에 쿡, 박혀 든 그 속으로 바윗돌이 어떻게 그리 묘하게 엇갈렸는지 용히 한 줄로 큼이 뚫어져 거기로 흘러 든 가느다란 햇살이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것처럼 방안에다 찬란한 스펙트럼의 여울을 쳐놓았던 것입니다
--- p.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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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땅의 끝, 땅이 시작되는 곳. '온 시간'과 '올 시간'이 이어진 매듭. 발톱으로 설 만한 자리도 없다. 여기는 경계(境界)였다.그러나 얼마나 넓은 세계이냐. 이 옥토(沃土), 생산(生産)의 안뜰.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이 여기서 흘러나가는 온돈(溫沌)…….이 세계에는 이율배반(二律背反)이 없다. 무수의 율(律)이 마치 궁륭(宮隆)의 성좌(星座)처럼 서로 범함이 없이, 고요한 시(詩)의 밤을 밝히고 있다. 왕자(王者)도 없고 노비(奴婢)도 여기에는 없다. 우려(憂慮)가 없다. 그러니 타협(妥協)이 없다.
풍습(風習)이 없으니 유폐(幽廢)가 없다. 만물(萬物)은 스스로가 자기의 원인(原因)이고, 스스로가 자기의 자[尺]이다. 태양(太陽)이 반드시 동쪽에서만 솟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는 없다. 늘 새롭고 늘 아침이고 늘 봄이다. 아아 젊은 대륙(大陸)…….언제면 왜인(倭人)의 섬에 표류한 걸리버의 미몽(迷夢)에서 깨어날 것인가. 탈출(脫出)할 수 있을 것인가……. 파괴(破壞)해야 할 것은 바스티유의 감옥(監獄)이 아니라, 이 섬을 둘러싼 해안선(海岸線)이다. 나는 다시 기다릴 수 없다. 즉시 나는 나를 보아야 한다. 마지막 승리(勝利)를 가지고 내 눈으로 나는 나를 보아야 할 것을 요구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시선(視線)에서 해방되었을 때, 그 시선(視線)이 얽혀서 비친 환등(幻燈)의 그림자를 떠낸 윤곽(輪廓)에 지나지 않았던 나는 비로소 나를 볼 수 있고, 나를 탈출(脫出)할 수 있고, 안개 속으로 나타나는 세계(世界)를 볼 수 있는 것이다. --- p.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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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란 그 아이는 장정이 되어 군대에 들어갔다. 비오는 날 탄약고 같은 데 보초를 서라면 배탈이 났다. 전쟁이 일어나서 일선으로 나갔다. 작전 명령만 내리면 배탈이 났다. 의심을 품은 중대장은 군의에게 철저히 진찰을 받게 했다. 배는 정말 아픈 배인 것이다.
홀로 벙커에 남은 그의 눈에서는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비겁한 자! 전우에 대하여, 조국에 대하여 자기는 배신자인 것이다! 인간을 모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무슨 명령만 내리면 뱃속에서 밸이 비비꼬여들면서 꼼짝할 수 없는 것이다. --- p.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