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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 숲, 김나시온, 도서관
아테네 · 신성림과 아카데메이아-리케이온 바그다드 · 원형도시와 지혜의 전당 아헨 · 왕궁학교와 새로운 지식 전달 체계 파리 · 라탱 구역의 대성당학교와 소르본 대학 Part II. 의학, 법, 유토피아 살레르노 · 내과의사와 보타닉가든 볼로냐 · 법학교와 파라다이스법 제네바 · 교회법과 학교법 튀빙겐 · 프로테스탄트 슈티프트와 호엔튀빙겐 Part III. 실험-관찰, 길드-소사이어티, 광장 파도바 · 조형미술과 해부극장 케임브리지 · 컬리지-쿼드랭글과 캐번디시 연구소 런던 · 영국박물관과 레지던셜 스퀘어 뉴욕 · 로어 맨해튼의 그리니치 빌리지와 도시 블록 스퀘어 Part IV. 엔지니어링-테크놀로지, 입자가속기, 통신네트워크 프린스턴 · 기숙 컬리지와 포레스털 캠퍼스 루뱅라뇌브 · 보행 시스템과 사이클로트론 보스턴 · 찰스강과 켄들 스퀘어 리서치 파크 팰로앨토 · 지진, 모펫비행장, 아르파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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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페르시아-이슬람 문화권의 기술, 지식, 문화의 생산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시 바그다드의 기술과 지식 생산의 중심부는 사산 왕국의 도서관을 모델로 750년대에 조성된 왕궁도서관이다. 그리고 이 왕궁도서관은 다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모델로 조성된 지혜의 전당Bayt al-Hikmah으로 성장했다. 이즈음 이슬람 문화권의 다른 도시들도 이와 유사한 지혜의 전당을 설립했다. 예를 들면 코르도바의 ‘모스크 도서관’이 962~966년 대모스크Mezquita로 확장하면서 우마이야 왕조의 알하캄 2세Al-Hakam II에 의해, 그리고 카이로의 지혜의 전당Dar al- Hikmah이 1004년 파티마 왕조의 칼리프 알하킴Caliph Al-Hakim bi-Amr Allah에 의해 각각 조성되었다. 바그다드의 지혜의 전당은 1258년 몽골의 바그다드 침입으로 파괴되었다. --- p.50
이후 뷔르템베르크의 울리히 공작Duke Ulrich von Wurttemberg은 1534년부터 튀빙겐 대학을 ‘가톨릭 개혁과 루터파 프로테스탄트’의 중심부로서 지속적으로 성장시켰다. 또한 그는 마르틴 루터의 신학적 동반자로서 프로테스탄트 개혁의 중심인물인 필리프 멜란히톤Philipp Melanchthon의 자문에 따라 튀빙겐 대학의 학교시스템을 개혁했다. 필리프 멜란히톤은 1535년을 전후로 프로테스탄트 신학의 교육을 주도했으며, 가톨릭 개혁의 일환으로 가톨릭 수도원의 재산을 몰수하고, 아우구스티너 수도원을 튀빙거 슈티프트Tubinger Evangelisches Stift라는 교육 기숙 시설로 개조했다. 이후 튀빙거 슈티프트는 신성로마제국의 대표적인 프로테스탄트 신학교로서 루터파 목사들을 배출하고 지속적인 개혁과 전도사 교육의 거점이 되었다. --- p.187 한편 1820년을 전후로 설립된 런던의 대학들은 비성공회, 비가톨릭, 비프로테스탄트 교인의 활동과 입학을 허용하며 순수한 과학 지식의 확산과 실용 연구를 추구했던 다수의 에든버러 과학자들의 이주를 부추기며 이들을 흡수했다. 실제로 런던 대학교University of London의 전신인 ‘런던 인스티튜션London Institution’이 정치가였던 샘 우즈Sam Woods에 의해 롬바드 스트리트에 설립되었다. 런던 인스티튜션은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교인에게만 입학을 허용했던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과 차별화하며, 비종교인들에게도 과학 교육을 허용했다. --- p.258 뉴욕이 현재의 격자형 도시 형태를 갖게 된 계기는 ‘커미셔너 도시계획안Commissioners’ Plan of 1811’의 제안과 실행이다. 뉴욕시는 신속한 토지 개발과 매매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커미셔너 도시계획안에서 맨해튼을 약 2000개의 도시 블록으로 나누는 격자형 도로체계를 제안했다. 이즈음 상류사회와 특권층 학생의 고등교육에 집중하며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의 남쪽 부지에 입지했던 컬럼비아 컬리지에 대응하여, 모든 학생에게 평등하게 실용 학문을 교육할 목적으로 뉴욕 대학이 1831년 뉴욕 시청 옆에 설립되었다. 이러한 격자형 도시 블록 위에 형성된 대학 공간을 ‘도시 캠퍼스’로 정의하며, ‘교외 캠퍼스’와 구별한다. 이러한 캠퍼스의 구분은 그 입지 특성에 근거하나 결국 이로 인해 캠퍼스의 공간적인 구조와 특성이 차별화된다. 먼저 교외 캠퍼스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독립 커뮤니티로서 단일 부지 위에 조성된 ‘단지’형의 대학 공간을 의미한다. 교외에 입지한 다수의 미국의 대학 캠퍼스와 한국의 대학 캠퍼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 p.266 찰스강을 따라 형성된 강북의 케임브리지와 강남인 보스턴의 수변 공간이 보여주는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무엇보다 하천변을 따라 조성된 대학 캠퍼스이다. 찰스강 양쪽 변에 조성된 대학 시설들은 보행권 내에 선형으로 일체화되어 도시의 거대한 공공 오픈 스페이스 시스템을 조성하고 총 3만 명 이상의 대학 기숙 인구와 7200명 이상의 호텔 방문 인구의 커뮤니티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하천변의 대학 캠퍼스는 인접한 도시블럭과 주변으로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캠퍼스와 경계 없이 민간 기업들의 R&D 콤플렉스와 대형 호텔들이 함께 거대한 IT·메디컬·바이어 클러스터를 조성해왔다. 특히 MIT 공과대학은 1950년대부터 찰스 강변을 따라 켄들 스퀘어, 레치미어 스퀘어, 유니버시티 파크의 버려진 공장 부지를 매입하여 R&D 오피스와 주거 시설로 재개발하며 하천변의 도시 재생을 지속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 p.336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들은 개교 직후에 동부에 자리 잡은 기존의 학계 세력이 서부를 학문적으로 뒤떨어졌다고 간주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것이 스탠퍼드 대학이 설립되어 팰로앨토를 중심으로 독립된 지역 경제의 거점을 구축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스탠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이러한 강력한 동질감과 동부에 대응하는 ‘지역주의regionalism’는 이후 이 지역에서 하이테크 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자극이 되었다. --- pp.378-3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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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림, 도서관, 왕궁학교: 대학의 원형
고대 아테네에서는 수호 여신인 아테나 여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신성림에 김나시온과 스타디온을 조성해 청소년을 교육했다. 이후 이곳에 플라톤의 아카데미가 조성되었다. 플라톤의 아카데미는 이상적 사회를 고민하며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쳤고 학문 교류의 거점이 되었다. 바그다드의 지혜의 전당은 지식을 소장하고 번역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학문적 발견과 발명을 수행했다. 지혜의 전당은 중세 이슬람의 인문학 탐구 기관으로서 수학, 천문학, 의학, 합금술, 동물학, 지리학, 지도제작법 분야의 학문적 기초를 완성하는 철학자, 과학자, 엔지니어들의 활동의 중심이었다. 한편 서유럽 세계의 토대를 만든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는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교육개혁을 시행했고, 왕궁학교를 설립해 유럽 전역에서 신학, 수학, 천문학, 건축 분야의 학자들을 초빙했다. 왕궁학교는 콘스탄티노플의 제국도서관으로부터 획득한 고대 그리스-로마의 필사본을 보관하는 도서관 기능을 갖추었고, 카롤링거 르네상스와 교육개혁의 거점으로 기능했다. 도시가 형성되고 발전하면서 지식과 기술의 생산과 전파를 담당하는 기관이 나타났다. 숲 속의 아카데미, 제국의 도서관, 강력한 군주가 세운 왕궁학교는 대학의 원형이다. 저자 한광야는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한 부분으로서 이들 기관의 성장 궤적을 지역문화권과 물리적인 지형 위에서 중층적으로 추적한다. 이를 통해 도시에 대한 선형적·통사적 개념과 역사·지리의 소재로서 도시를 바라보는 관념성을 지양하고 생산과 문화의 진화체계로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안한다. 유럽의 도시에 라틴 구역이 있는 이유: 근대적 대학의 발전 유럽 구도심에는 가톨릭 성당과 수도원, 대학 등 라틴어를 사용한 기관들이 모여 있는 ‘라틴 구역’이 있다. 파리를 시작으로 몽펠리에, 스트라스부르, 툴루즈, 살라망카, 코임브라, 루뱅, 코펜하겐 등의 라틴 구역이 대표적 사례이다. 당시 성당과 수도원은 지식을 축적하고 전문 필사자를 양성해 지식을 복사하고 전파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파리 라틴 구역의 생트준비에브 수도원과 생제르맹데프레 수도원은 8세기부터 교육 활동을 시작했다. 시테섬의 노트르담 대성당 수도원학교에서는 성직자와 공무원을 교육하여 명성을 얻었다. 학생들이 모여들면서 라틴 구역에는 학생들의 기숙 시설이 생겨나고 지식인들이 모여들면서 컬리지가 생겨났다. 파리 대학은 라틴 구역에 형성된 최초의 기숙 시설인 콜레주데디쥐트를 시작으로 다수의 컬리지의 연합체로 만들어진 것이다. 라틴 구역 수도원의 필사본으로 유통되던 지식이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규모와 속도가 커지기 시작한다. 이를 양분삼아 파리의 라틴 구역에서는 볼테르와 장자크 루소가 활약해 계몽주의 가치를 확산시켰다. 수도원학교의 융성, 지식인 커뮤니티 형성, 대학의 설립이라는 라틴 구역의 일반적 형성 과정과 달리 튀빙겐은 지도자의 정치적 비전에 의해 계획적으로 조성된 사례이다. 에버하르트 5세는 정치적인 야망을 위해 파리 대학을 모델로 튀빙겐에 라틴 구역을 조성했다. 그는 파리 대학과 연계해 연구자를 초빙했고, 1476~1500년 사이 50개 이상의 대학 건물들을 신축했다. 당시 튀빙겐의 성장과 건축붐을 두고 ‘별들의 시간Tubingens Sternstunde’으로 부를 정도이다. 그 결과 튀빙겐 대학의 행정·교육 기능은 도시 중심부에 집중되었고, 기숙사, 교수 사택, 도서관, 호스텔이 하나의 거대한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이 튀빙겐 대학은 ‘종교개혁과 루터파 프로테스탄트’의 중심부가 되었다. 20세기 테크놀로지의 전위 프린스턴 대학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생화학, 생리학, 생물학 분야 연구에서 하버드 대학과 경쟁하며 대규모의 캠퍼스 조성했고 모펫 연구소, 루이스 토머스 연구소, 조지 슐츠 연구소, 루이스-시글러 게노믹스 등의 대규모 과학 연구 시설을 설립했다. 또 프린스턴 대학은 제임스 포레스털 캠퍼스로 불리는 거대한 R&D 센터를 운영한다. 포레스털 캠퍼스에는 1957년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프린스턴-펜실베이니아 입자가속기가 조성되었다. 입자가속기는 1972년까지 소립자 연구를 위한 핵심 연구 인프라로 기능했다. MIT 공과대학은 제2차 세계 대전 전후 대규모로 미 연방정부 국방 연구를 진행했으며, 자이로스코프와 조종시스템을 이용한 총 조준기, 폭격 조준기, 관성항법 등의 첨단 군사 테크놀로지를 개발했다. 연방 정부 지원으로 1951년 설립된 링컨연구소에서는 소련의 핵무기 공격을 방어하는 프로젝트 링컨, 링컨 트랜지션 시스템, 세이지를 개발했다. 이후 프로젝트 맥, 인공지능연구소, 테크 모델 레일로드 클럽 등의 연구 개발을 통해 인터랙티브 컴퓨터와 디지털문화 기술의 진보를 주도해왔다. 팰로앨토의 스탠퍼드 대학은 리서치 인스티튜트를 만들었다. 이곳의 초기 연구들은 미 항공우주국, 미 공군, 미 국방부의 아르파의 지원으로 진행되었다. 리서치 인스티튜트는 인터넷의 시초가 된 아르파넷의 미국 내 4개 거점 중 하나로 운영되었다. 스탠퍼드 대학의 또 다른 연구 인프라는 스탠퍼드 선형가속기이다. 이곳은 150명의 물리학자를 포함한 1000명의 연구 인력과 3000명의 방문연구자를 수용하는 거대한 연구 인프라이다. 미래의 대학은 어떤 모습인가? 최근 정보통신 인프라의 보급으로? 과연 대학은 미래에도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커뮤니티는 역사적으로 사회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현명한 집단이었다.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기능을 찾고 변화를 주도하며, 행태를 바꾸면서 기능해왔다. 대학은 올리브 숲의 제사장과 하천변의 군대로부터 시작되었고, 왕조의 정당성을 찾으려는 번역원과 학술원, 광활한 제국의 영토로부터 확보한 보물을 연구하는 박물관, 신의 말씀을 전달하는 성당, 배고픔을 해결해주고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공했던 수도원, 상거래의 분쟁을 중재하고 도시의 행정체계를 만들었던 법학교, 고아·여행객·환자를 위한 호스피털, 신체에 생긴 질병으로 사람의 죄와 벌을 평가하려 했던 마법학교와 약초와 해부로 이를 치유해온 의학교와 수술원, 아름다움을 소유의 가치로 만들었던 길드와 미술학교, 더 큰 동력과 더 강한 물건을 만들었던 기술학교, 그리고 더 멀고 더 깊은 세상의 존재 방식을 찾으려는 최근의 중력가속기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 지금의 대학은 이상의 기능들을 모아놓은 집합체이다. 이 책은, 앞으로 대학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대학이 도시의 질적 향상에 어떻게 기여할 것이며,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관련 분야의 학자, 대학과 도시의 정책결정자와 실무자, 그리고 사회 단체와 소통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공론의 장을 준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