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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섬에서 섬으로 우아한 부족으로 살아남기 여우를 품은 남자 반복과 변주 무지개 인간 청회색 봄 에어돌 그래도 우리는 날아오르는 새 은사시나무 해설 정직한 시선이 포착해내는 삶의 이면 _ 김성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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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 모두 나의 분신과 같소. 그러니 이것을 낳은 사람의 정신이 썩어버리면 작품도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오. 난 한평생 예술가연하면서 살았소. 이제 나의 위선에 넌더리가 나오. 진실을 추구한다고 떠들면서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고, 나와 이해관계가 없으면 진실이 지옥으로 처박히고 있는 현실인데도 대응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세상 탓만 하면서 돼지처럼 먹이통만 뒤졌으니…. 내가 평생 이놈들(예술)을 우려먹었으니, 이젠 보낼 때가 됐어요.”
--- 「섬에서 섬으로」 커피숍 실내에 토올이 흘렀다. 그는 유리창을 통해 고분군 유적지를 내다봤다. 무덤 위에 반쯤 걸린 저녁 햇살이 첨성대를 감싸 안고 있었다. 11월의 차고 건조한 바람이 커피숍 앞 벚나무 이파리들을 휩쓸어갔다. 주근깨투성이인 진홍색 이파리 하나가 핑그르르 떨어졌다. 이파리를 따라가던 승진의 눈에 왕릉들이 들어왔다. 사막의 모래언덕 같았다. 그는 고비사막을 떠올렸다. 우주의 숨소리가 들리는 곳. 인간을 겨자씨쯤으로 만들어버리는 곳. 그는 첨성대를 막막한 눈길로 바라봤다. 첨성대가 사막의 여인 같았다. 올리나가 그리웠다. --- 「여우를 품은 남자」 요새 들어와서 놈은 한 번 앉아보지 못하고 24시간 서서 버텼다. 저렇게 살아 있다고 몸부림쳐야지, 쯧쯧. 주저앉은 날은 쓰레기장으로 실려 가는 날일 것이다. 하기야 시장통에 에어돌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나. --- 「에어돌」 달빛이 방안에 가득하다. 창문을 넘어 들어온 강간범 같다. 민서는 발코니로 나가 두 손으로 달빛을 움켜잡아 본다. 손에 잡힐 듯하다. 달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방이 적막하다. 낮의 세계에 속하는 모든 것은 잠들고 바람과 달빛과 파도만 깨어있다. 냉혹한 바람살을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부서지고 일어나고 부서지는 파도와 달빛의 뒤엉킴. 민서는 몸을 후두둑 떤다. 추위 때문이 아니다. 물 위에 깔리는 농익은 과일 맛 나는 달의 숨소리를 타고 새가 되어 날아오를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발바닥에 힘을 준다. 통유리에 머리를 들이받고 바다로 떨어지던 새가 생각난다. --- 「날아오르는 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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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지켜보았는데, 박산윤은 부단히 노력하는 작가다. 작품을 쓰고 다듬는 열정이 남다르다. 그의 첫 소설집 『여우를 품은 남자』는 그러한 작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양한 소재와 폭넓은 주제의식으로 가혹한 현실의 포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삶의 근원이 위태로운 그들의 상실과 고통, 그리고 현실이 초래하는 심리적 불안을 심도 있게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라면 일상적인 삶의 경험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를 보여주는 것인데, 작가의 성실함이 충분히 그것을 달성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 이채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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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에 실린 10편의 작품 인물들은 부단히 빛과 어둠의 자기 초극을 감당하면서 전체 안의 각자 삶을 견딘다. 그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되는 개인의 상실과 분열의 현장이 독자들에게 깊이 각인되고 있다. 그것이 어떤 현실이든 자신의 품에 안으려는 작가의 따뜻한 품성이 선과 악, 의지와 감정, 불안과 동요 등과 같은 삶의 이면을 정직하게 보여주어 외부로 향해 자신을 열어보려는 개방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성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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