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을 열며
#1. 호기심 #2. 강해야 산다 #3. 불꽃 같은 사나이 #4. 낯선 사람들 #5. 박정혁 #6. 강한 남자 #7. 엄마 #8. 무에타이 선수 #9. 개막전 #10. 월드 그랑프리 에필로그 후기 |
|
"열아홉이요."
순간 철중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진다. 말도 안 된다는 뜻이었지만 성주는 아직 그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열아홉이면 고 3 아닌가? 왜 그 나이에 구두를 닦고 있어?" "아, 저, 그, 그게……." "……너 혹시 가출했니?" 성주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딱 삼켰다. 동시에 앞으로 그에게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음, 그래……." 대답 없이 고개를 푹 숙이는 성주를 보며 철중은 고개를 가만히 끄덕여본다. 어떻게 얘기해 주어야 이 아이에게 나쁘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나는 말이지……." "……." "강해지고 싶었어." "네?" 뜬금없는 한마디에 성주의 눈이 커졌다. 그가 그러든 말든 철중은 여전히 허공에 눈을 주고 있었다. 잠시 그의 입술이 한일자로 다물어지고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던 입이 벌어지며 말이 새어나왔다. --- p.59 정혁의 시선은 천천히 지금 서 있는 링을 한 바퀴 둘러보고 체육관 구석구석으로 옮아져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진우의 눈에 정혁이 슬퍼보였다. "링 위에서의 모습은 한 사람의 인상을 대변한다. 링의 모습은 세상의 모습이야, 약육강식의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지." "……." "강한 것과 이기는 것은 다르다. 강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사람이 강하다. 그걸 알아야 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알쏭달쏭한 말이었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하다?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를 놓고 따진다면 이해할 수 있겠니?" "그러니까……. 강한 게 먼저냐 이기는 게 먼저냐고 묻는 건가요?" "그래, 맞다. 모든 것은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애초부터 강한 사람은 없어. 아무리 강해도 남에게 지면 그는 더 이상 강자가 아니야. 다시 말해서 강자가 되겠다고 다짐할게 아니라 이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해라. 그럼 넌 강해진다. 강해졌다고 해서 상대를 얕보지도 마라. 상대를 얕보는 그 순간부터 너는 더 이상 강자가 아니야. 패자일 수밖에 없지. 우리 속담에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안다는 얘기가 있다. 누가 이기고 지느냐는 싸워봐야 아는 거야. 자신이 강하다고 상대를 얕본다는 건 그만큼 상대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뜻이야. 어쩌면 상대는 너보다 너를 더 잘 아는 사람일 수도 있어. 너보다 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소리지." --- pp.323-324 |
|
내 부모의 얼굴도 모르고 보육원에서 열아홉 해를 살던 성주는 어느날 보육원을 나와 홀로설 준비를 한다. 성주는 이종격투기 K-1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철중이 소속된 체육관에 들어가 선수생활을 시작한다. 성주에게는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 당장은 힘이 없다. 사랑하는 채은과 친동생보다 더 아끼는 자연이, 그리고 늘 믿음직한 친구 영무, 이들을 지키기 위해 성주는 강해져야만 한다.
한편 국회의원인 아버지 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진우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는 다르게 아버지와의 갈등이 심하다. 돈과 명예, 권력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아들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위인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진우를 늘 괴롭힌다.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복싱을 시작했던 진우는 K-1으로 전향하여 새로운 도전에 첫발을 내딛는다. 이제 성주와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민성주와 이진우, 둘은 친구이면서 적이다. 서로를 싸워서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며 평행선을 달린다. 이종격투기 선수생활을 8년째 이어오고 있는 베테랑 철중은 누구보다 둘의 관계를 이해한다. 그래서 섣불리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다만 링 위에서 정정당당히 자신들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말없이 응원할 뿐이다. 이종격투기 K-1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의 뇌리에는 폭력적이라는 인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최강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K-1 선수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열광하고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우리는 파이터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궁금하다. 소설 ‘파이터’는 내부의 무엇이 원동력이 되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지 내면을 들여다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링 위에서의 대결 장면은 박진감 넘치지만 링 밖에서의 일상은 평범하고 때로는 암울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삶속에서 끊임없이 투쟁한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도 파이터들과 다를 게 없다. 가끔은 답답한 일상을 향해 있는 힘껏 훅을 내리꽂고, 속시원히 하이킥을 날리고 싶을 때가 있다. 파이터는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그 누구보다 자신을 이겨내어 강해지라고 독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