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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외장(外場)(상)
제1장 숙초행로(宿草行露) 작가 서문 주요 등장인물 소개 작품 배경 지도 |
金周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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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二更)이나 되었을까, 신선봉의 협곡을 내려 쏟는 바람 사이에 간간이 여우 울음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계곡을 끼고 새재[鳥嶺]로 기어 오르는 에움길을 봉산 수숫대같이 키가 멀쩡한 불상놈 하나가 봉발(蓬髮)을 하고 열고나게 기어오르고 있었다. 보아하니 행색의 초라함은 양주골 홀아비 꼴이었지만 행전(行纏) 하나는 단단히 쳐져 있었고, 어디서 잡았는지 어깨엔 토끼 한 마리가 밀치끈에 꽁꽁 묶여 매달려 있었다. 사내는 부지런히 길을 줄이다가 문든 개천으로 내려가는 자드락길로 바꾸어 잡았다.
개천에는 낡은 복찻다리가 가로 놓여 있었고, 복찻다리 건너 기슭에는 박달나무 숲이 무성했다. 멀리 들리던 여우 울음소리가 퍽 가까워졌는데도 봉발의 사내는 개의치 않는 듯 다리를 성큼성큼 건너가더니 어깨에 메었던 토끼를 내려 놓고 바윗등걸에 풀썩 걸터 앉았다. 북두갈고리 같은 손을 동저고리 속으로 집어 넣더니 수리치를 꺼내 부시를 치기 시작햇다. 곰방대를 피워 물고 사내는 달빛이 하얗게 내려앉는 돌밭으로 눈길을 주었다. 여우 울음 소리가 금방 사내가 건너왔던 계곡 건너편 여울목 어름에 와 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곰방대를 털고 사내는 신들메를 고쳐 매었다. 박달나무숲을 헤치고 나가자 다시 잡목숲이 나타났다. 잡목 가지들이 사내의 발길에 휘어져 눕혔다간 다신 떨리며 일어났다. 산새가 놀라 밤하늘고 날아 올랐다. 잡목숲 저쪽엔 밤에 봐도 시커먼 큰 바위 하나가 산자락 옆으로 불거져 나와 있었고, 그 바윗등걸 뒤로부터 사람들의 말소리가 바람결을 타고 두런두런 들려왔다. 낌새를 보았는지 바위틈 사이에서 패랭이를 쓴 사내가 일어서더니 금방 잡목숲을 헤치고 나오는 사내 앞으로 잘똑거리며 걸어 왔다 --- p.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