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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alie Kne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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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의 무언가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내가 잘 아는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의 바였는데, 그곳의 원기왕성한 손님들이 이웃집에서 경찰에 항의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애써 목소리를 낮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지기와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여자가 내 시선을 눈치채고 내게 윙크를 건넸다. 사랑스럽고 느린 윙크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짧았고 포마드를 발라 뒤로 넘겨져 있었다. 순간 고향에 온 것 같은 안도감이 북받쳐 올라왔다. 슬픔의 감정도 같이 밀려들었는데, 그건 내가 결코 거기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임무 수행 중에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다.
--- p.23~24 나도 마음만 먹으면 매력적이 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요령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는데, 핵심은 공허하면서도 성의 있는 반응을 보이는 것, 상대가 어떤 성격이든 절대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 p.51~52 “아름다운 도시야.” 내가 말했다. 나는 말하면서 그것이 내 진심임을 깨달았다. 나는 내 아파트 발코니와 잠 못 이루는 새벽 5시에 거기서 바라본 거리의 풍경을 생각하고 있었다. 푸른 공기, 밤사이 평화로이 물속에 잠긴 듯 보이는 도시, 잔잔하게 물결치는 나무들, 소리 없이 혼란에 빠진 새들의 풍경을. 그 시각에 나는 남자들이 빌딩 그림자 속에서 서로 팔짱을 낀 채 걸어가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손을 움켜잡는 모습을 때때로 목격하기도 했다. 결국 도시에는 모든 것들이 그렇게 흘러들어오는 법이다. 빅토리아가 이 모든 생각을, 이곳을 늘 멀리서밖에 볼 수 없는 사람의 어렴풋한 시적 정서를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61 남자와 함께 집에 간 것은 오랜만이었고 나는 옛날로 돌아가 그 시절의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느 여자애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그런 각본들을 배웠다. 그가 방을 가로질러 오기를 기다리고, 그가 긴장하며 술잔을 다시 채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중에는 한층 작아진 몸으로 숨을 헐떡이다 그가 흡족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식의 각본 말이다. 반면 여자들과는 둘이 무엇을 하든 늘 최초로 하는 것 같았고 우리가 그것을 발명해낸 것 같았고 매번 할 때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p.73 모국에서 살 때도, 나는 레즈비언 바에서 체포되면 직장을 잃을 것이고, 만약 직장을 잃으면 싸구려 여인숙 같은 곳을 전전하게 되리란 걸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 출입을 멈추지 않았는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인생이 마른 쓰레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p.111 긴 근무를 마치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정신이 딴 데 팔려 있기 일쑤였고, 방송국에서 일이 더디게 진행되는 밤이면 몽상에 잠기곤 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비밀스러운 삶, 독립, 내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많은 수입. 이 모든 건 다 내가 바라는 바였다. 나는 내가 무엇을 잃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생각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위험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스물두 살이었고 나 자신에 대한 위험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 p.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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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도망 중이었다.
나 자신에게서. 스파이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매혹적인 퀴어 성장 소설 1966년, CIA 요원인 베라 켈리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한 아르헨티나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한다.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려는 KGB와 공산주의 세력을 감시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다. 그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센트랄 대학교 심리학부에서 수업을 들으며 캐나다에서 온 대학원생 행세를 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인들을 도청하고 교내의 급진주의 학생들을 염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녀는 꽤 유능하고 성실한 요원이다. 쿠데타가 일어난 뒤의 탈출 계획도 이미 다 세워놓았다. 그러나 실제로 쿠데타가 일어나자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급변하고, 베라는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채 옴짝달싹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스파이 소설의 줄거리다. 그러나 막상 이 소설을 여는 것은 열여섯 살 시절의 베라 켈리이다. 그녀는 자주 못 보게 된 절친한 친구 조앤에 대한 그리움으로 괴로워하다 신경 안정제를 과다 복용하고 병원에서 깨어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펼쳐지는 사건이 소설의 한 축이라면, 그녀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게 되기까지의 삶이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셈이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가 이렇게 교차 서술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경 안정제를 과다 복용한 열여섯 살 소녀는 어떻게 훗날 스파이의 삶을 살게 되었을까? 소설은 베라의 다양한 과거 모습들을 조금씩 던져준다. 메릴랜드 소년원 시절의 베라,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레즈비언 바를 드나드는 베라. 독자들은 베라 켈리의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며 그녀가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것이고, 그녀가 위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돌아오게 되기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냉전 시대 스파이 소설에 참신하고 독창적인 해석을 선보이다! 고독하고 삐딱한 생계형 여성 스파이의 탄생 팜 파탈, 여전사, 비련의 여주인공. 여성 스파이를 생각할 때 흔히들 떠올리는 이미지이다. 여기 완전히 다른 유형의 스파이가 있다. 베라 켈리는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도 아니고 신체 능력이 특출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타입도 아니다. 그녀 곁에는 아무도 없다. 그녀는 고독하다. 베라는 생계형 스파이다.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월세 내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열악한 경제 사정 탓이 컸다. 그녀가 하는 일은 도청을 하고 대화를 글로 옮겨 적는 등의, 위험도는 낮지만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한 기술직 업무가 대부분이다. 저자인 로잘리 크넥트는 이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된 전형적인 여성 스파이의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섹시하게 포장된 스파이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저 자기 일을 하는 평범한 직업인으로서의 스파이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이다. 책이나 영화에서 늘 화려한 주인공들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무대 뒤의 평범한 사람들. 이 책의 주인공인 베라가 바로 그렇다. 베라 켈리는 총보다는 전자 기기를 잘 다루고 첩보 활동의 최전선에서 적과 두뇌 싸움을 하기보다는 대학가의 허름한 바에서 대학생들과 어울리는 척하며 정보를 알아내는 쪽이다. 탁월한 미모의 소유자는 아닐지 몰라도 마음만 먹으면 매력적이 될 수 있고 사리 판단이 빠르며 때로는 교활하기까지 하다. 혈혈단신이라 잃을 것도 없다. 자기 자신밖에는. 슈퍼히어로급 주인공과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어쩌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기캐’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이 책이 스파이 스릴러로서 선사하는 현실적인 긴장감과 서스펜스는 상당하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클라이맥스로 우리를 데려간다. 스파이 소설을 퀴어화시키다! 서정과 통찰이 빛나는 퀴어 성장 소설 베라 켈리는 성 소수자이다. 그녀는 열여섯 살 때 자신의 절친한 친구 조앤에 대한 감정을 깨닫고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50, 60년대는 동성애가 금기시되던 때이다. ‘풍기 단속반’이 활동하며 뉴욕의 게이 바들을 불시 단속하던 시절. 『베라 켈리는 누구인가?』는 이런 억압적인 시대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며 살았던 한 여자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왜 주인공이 퀴어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로잘리 크넥트는 이렇게 말한다. 스파이가 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하다가 주인공이 레즈비언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이다. 그 세대의 대다수 평범한 중산층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삶을 택했지만, 베라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삶이 허락되지 않거나 본인이 관심을 갖지 않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 속에서 베라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꽁꽁 숨기며 살았는데, 그런 비밀스러움과 위장은 스파이의 자격 요건과 절묘하게 일치한다. 물론 그 당시는 CIA가 동성애자를 고용하지 않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스파이란 것도, 레즈비언이란 것도 들키지 않기 위해 늘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면서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를 회피한다. 『베라 켈리는 누구인가?』는 그런 베라가 어떻게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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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늘 읽고 싶어 했던 문학적이고 여성 주도적인 스파이 소설……… 로잘리 크넥트는 섬세하고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로 그녀의 서정적인 목소리는 이 빛나는 소설에 예상치 못한 감정적 깊이를 불어넣는다.” - 에이미 스튜어트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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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사로잡는 미묘하고 아름답게 쓰인 작품…… 도시를 거니는 쿨한 산책자 같은 책이다. 세속적이고 삐딱하며, 서두르는 법은 없지만 절대 느리지도 않다. 이 책은 지난 세기 중반에 시선을 던지며 어째서 세상이 여전히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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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당신이 스파이 소설에서 원하는 모든 것이 있지만 여기엔 무언가 이상하고 전복적인 것도 꿈틀거리고 있다. 크넥트는 대단히 지적인 작가로 나는 그녀가 계속 스파이 소설을 써주기를 바란다. 이 장르가 종종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자극이기 때문이다.” - [리터러리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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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이고 지적이며 짜릿하게 독창적이다. 로잘리 크넥트는 종잡을 수 없는 거침없는 여성 캐릭터를 선보이며 여성 스파이 소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스파이 소설을 통쾌하게 퀴어화시켰다. 이 책과 베라가 나는 너무나 좋았다. 당장 이 책을 읽으라!” - 코트니 마움 (『네가 없어도 이렇게 즐거운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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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잘리 크넥트의 영리하고 유쾌한 글쓰기 덕분에 당신은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어서 베라 켈리라고 하는 완전히 독창적이고 탁월하게 전복적인 캐릭터에 대해 그들 모두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 [나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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