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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국경을 넘어 2만 킬로미터, 전 세계를 울린 눈물의 감동 실화
이학준 저
쌤앤파커스 20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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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겁쟁이 저널리스트의 고백

1 국경에 두고 온 슬픔의 날개
국적 없는 유령들
세상의 모든 이별은 비틀거린다
국경을 넘어 새로운 하늘 아래로
미향이의 새 이름, 조엔나 델러
지중해에서 나눈 손인사

2 검은 바다 한가운데서 지킨 약속
당신이 원하는 일이라면
사람을 살리는 일
가족을 위해 밀항선을 탄 남자
“여보, 여보, 내가 왔어요!”
행복은 짧고 불행은 길다
목숨을 내건 ‘희망길’
이 일을 시작한 게 정말 잘한 걸까요?

3 남한이 아니면 죽음을 주세요
같은 민족을 내쫓는 민족
세 개의 국경을 넘는 프로젝트
국경마을에서 들은 사랑 이야기
인간보다 돈이 우선이 되는 곳
피 말리는 추격전
흔들리는 계획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사진 한 장
출국, 그리고 체포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곳에서

4 압록강의 밤을 오가는 사람들
세계적인 특종을 잡아라
허풍쟁이 엘리트 군인
그곳에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잠입취재, 본능에 의존해 살기
“어때? 이제 믿을 수 있겠어?”
허풍과 진실, 그리고 남겨진 숙제들

5 세 개의 이름을 가진 여자
난, 난 꿈이 있어요
인간 사파리 관광
죽음 앞에서도 ‘엄마’는 강하다
이별, 그 참을 수 없는 고통
행복하게 살 권리

6 그곳에선 인간시장이 열린다
욕망이 넘실대는 국경의 밤
과장은 과장을 낳는 법
자기 자신을 판 여인
국경수비대에 붙잡히다
보름달 아래 열린 인간시장
두만강 위의 얼음 미라

7 중국 탈출 10,000km
허공을 맴도는 불안 속에서
타인을 위해 내 모든 걸 내놓을 수 있는가?
소리 없이 우는 울음
중국 탈출, 기나긴 여정의 시작
별빛이 닿지 않는 숲 속의 밤
한국은 우리가 반갑지 않은 모양이에요

8 난민이 된 탈북 브로커들
눈물 흘리는 라오스의 호랑이
“난 사람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북한에 억류된 사람들
김철수의 편지

9 시베리아에서도 눈물은 뜨겁다
벌목하는 노예들
시베리아의 또 다른 북한
미국에서 러시아어를 하는 만수 씨
닿을 수 없는 고향을 그리며

10 다시, 대한민국을 떠나는 사람들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겠다는 결심
우리를 받아줄 나라는 없는 건가요?
자매를 갈라놓은 이념의 차이
어느 탈북 사형수의 편지

11 자유를 얻는 대신 가족을 잃다
자유의 땅에서 흘린 눈물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두만강에 울려 퍼진 메아리
마르지 않는 그리움으로

12 탈북을 돕는 ‘이상한’ 목사님들
탈북 브로커, 혹은 인권운동가
탈북자만을 위한 최선의 노력
같은 동포끼리 같이 좀 삽시다
이상한 목사님의 이상한 인연

에필로그 | 마음의 국경을 넘어가는 길

저자 소개 1

이학준 작가는 신문사의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인터넷뉴스부, 탐사보도팀에서 일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에 관해 탐사보도를 했다. 탈북자 인권 문제와 K-pop 이면에 숨겨진 스토리를 발굴했다. 한국기자상, 한국신문상, 홍콩 아시아인권기자상, 미국 아시아 소사이어티 언론상 특별상, 폴란드 카메라 옵스큐라 그랑프리 등 국내외 여러 저널리즘상을 받았다. 이 작가의 다른 관심 분야는 미디어 융합이다. 노컷뉴스, 쿠키뉴스 등 온라인 브랜드를 기획하는데 주요 역할을 했다. 2006년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전을 기획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학준 작가는 신문사의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인터넷뉴스부, 탐사보도팀에서 일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에 관해 탐사보도를 했다. 탈북자 인권 문제와 K-pop 이면에 숨겨진 스토리를 발굴했다. 한국기자상, 한국신문상, 홍콩 아시아인권기자상, 미국 아시아 소사이어티 언론상 특별상, 폴란드 카메라 옵스큐라 그랑프리 등 국내외 여러 저널리즘상을 받았다.

이 작가의 다른 관심 분야는 미디어 융합이다. 노컷뉴스, 쿠키뉴스 등 온라인 브랜드를 기획하는데 주요 역할을 했다. 2006년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전을 기획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신문보도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합한 크로스미디어 기획으로 미디어 변화를 이끌었다.

우연히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데뷔했다.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골든 님프를 수상하고, 미국 에미상과 캐나다 밴프 록키어워드에 각각 세 차례 노미네이트됐다. 그의 작품들은 영국 BBC, 미국 PBS, 일본 NHK 등 25개 국가에서 방송됐다.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캐나다 밴쿠버국제영화제 등의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에 선정됐다.

새로운 다큐멘터리 연출법을 배우기 위해 고(故) 김종학 감독 밑에서 조연출로 일했는데, 드라마에 입문한 계기다. 오랜 미디어 경력을 마치고, 경일대학교에서 부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영국으로 이주한 뒤 소설과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다. 곽경택 감독이 연출하는 드라마 [구원자]는, 그의 첫 작품으로 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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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624g | 152*224*30mm
ISBN13
9788965700920

책 속으로

글을 쓰기로 결심했을 무렵, 아끼던 후배가 충고했다. “탈북자 문제는 남북한의 예민한 사안입니다. 남한에서도 보수와 진보가 받아들이는 태도부터 달라요. 인권을 강조하더라도 이데올로기 다툼으로 비춰질 겁니다.”
나는 고민했다. 내가 직접 겪었던 아찔한 경험들은 분명 이데올로기와 무관한 것이었다. 인신매매를 당하는 스무 살 남짓한 북한의 처녀들은 고향에 남겨진 부모가 배고프지 않을 것이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인신매매 브로커에게 몸을 맡긴 대가는 한국 돈으로 100만 원 미만이었다. 중국의 한갓진 농촌에 팔려온 여자들은 아이를 낳아 돌보며 하루 종일 일했다. 한가위를 앞둔 어느 날, 그녀들은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울었다.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자의 아이들은 국적을 얻지 못했다. 그들은 유령이라 불렸다. 비극은 대물림되고 있었다. 중국을 탈출하면서 벌어지는 생이별도 지켜봤다. 어미는 아들과 헤어지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아들은 이별을 통보하는 어미 앞에서 통곡했다. --- p.14

비극은 대(代)를 이었다. 탈북자가 중국에서 낳은 아이들은 호구(戶口), 즉 호적을 갖지 못한다. 부모의 국적이 분명해야 중국 국적을 주는 게 그들의 정책이다. 돈을 주고 호구를 사는 경우도 있지만, 불법인 데다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돈을 쓰기보다, 당장 오늘 끼니를 위해 돈을 지출하는 게 농사꾼의 현실이다. 국적 없는 아이들은 교육을 받지 못했다. 작은 초등학교에서 만난 선생님은 걱정했다. “아이 엄마가 북한 사람이라는 건 동네 사람들이 모두 알아요. 그래서 몰래 입학을 허락했지만, 중학교부터는 그마저도 불가능합니다.” 의료혜택은 물론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들도 이 아이들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 p.23

누이의 이름은 세 개다. 북한에선 김순옥, 중국에선 이금희, 남한에선 박혜미. 신분을 숨겨야 생존할 수 있는 탈북자였기에 이름을 여럿 썼다. 자유를 찾은 다음엔 과거를 잊기 위해 매번 다른 이름을 얻었다. 나는 어느 이름을 불러야 진짜 그녀가 돌아볼지 몰라서 그냥 누이라고 부른다.
그녀의 삶은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북한에서의 누이는 중국을 그리워했다.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의 누이는 남한을 그리워했다. 남한에 가면 국적을 가질 수 있었다. 더 이상 쫓기지 않아도 됐다. 남한에서의 누이는 다시 북한을 그리워했다. 적어도 북한에선 외톨이가 아니었다. 부모 형제가 살고 있는 고향. 누이는 가장 살고파 했던 나라에서 가장 증오했던 나라를 그리워했다.
그녀의 그리움을 이으면 커다란 원이 된다. 아무리 뒤져봐도 탈출구 없는 원의 궤적처럼, 누이의 그리움은 끝날 줄 모른다. 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면 그녀는 말없이 웃는다. 그 웃음이 서글퍼 나는 다시 눈물 흘린다. --- pp.139-140

선장이 들고 있던 소시지를 멀리 집어던졌다. 누이가 내게 담배를 전했다. “저기로 던지세요.” 나도 선장을 따라 담배를 던졌다. 선장이 다시 서툰 한국말을 했다. “조금만 기다려.”
순간 사내 2명이 수풀 속에서 튀어나왔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걸 확인한 그들은 소시지를 주머니에 우겨 넣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한국에서 왔어요.” 그들은 아무 말도 않고 담배까지 찾아 옷에 쑤셔넣은 뒤 금세 사라졌다. 내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누이가 말했다.
“왜 인간 사파리라고 한 줄 아시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이 쩍 벌어진 채. --- p.146

“형색을 보니 혼자 탈북을 하려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죽은 여자가 틀림없습니다.” 그의 말대로 얼음 미라. 그녀의 왼쪽 다리는 물에 반쯤 잠겨 있었고 진흙이 잔뜩 뭍은 오른발은 강 위에 솟은 바위에 걸려 있었다. 국경의 강추위에도 신발조차 신지 못한 채였다. 얼굴의 일부분은 강에 잠겨 그대로 얼었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위에 부딪친 모양이다. 강 위로 삐죽 튀어나온 손가락이 삶에 대한 열망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북한에서 10미터, 중국에서 30미터. 그녀는 머리를 중국 방향으로 두고 영원히 잠들었다. --- pp.193-195

탈북자 취재를 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내놓고 활동하는 이들을 여럿 봤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종교인이었다. 과도한 선교 활동으로 부작용 또한 많다는 지적을 듣는다. 나는 생각한다. 어떤 비난이든 가능하지만, 신념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행동만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나는 묻고 싶다. 눈 감는 날까지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단 한 번이라도 모든 걸 내놓지 않는 게 우리들 아닌가? --- p.210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으니 우리 둘은 여기 남을게요. 가던 길을 계속 가세요. 우리는 잡혀도 감옥에 가면 그만이지만 당신들은 잡히면 북한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영미가 손을 내밀었다. “같은 민족인데 어떻게 버리고 갑니까?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읍시다.” 스무 살의 소녀들은 번갈아 내 손을 잡고 길을 헤쳤다. 라오는 내 짐을 대신 들었고 철이는 “아저씨, 힘내세요.”라며 응원했다. 할머니는 주머니에 숨겨둔 사탕을 꺼내줬다. “힘껏 쪽쪽 빠시면서 걸으세요. 그래야 입이 마르지 않아요.” --- p.224

힘겨운 고독과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게 사람이다. 여기에 차별은 탈북자의 삶에 추가된 고난이다. 지구상의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 온정을 쏟는 대한민국 사람들. 하지만 유독 탈북자에겐 냉정하다. 이들이 같은 동포들에게 무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을 모르겠다. 그러기에 서러움은 더하다. 어느 탈북자는 치를 떨며 말했다. “대한민국은 우릴 받아줬지만, 한국인들은 탈북자를 받아준 적이 없어요.” --- p.286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가족을 찾아 한국으로, 그리고 다시 꿈을 찾아 뉴질랜드로. 영미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운명 위를 걷고 있었다. 그리움이라고 했다. 그 감정은 어느 날 문득 다가와 영미의 멱살을 잡고 부르르 떨고, 평온한 일상의 행복을 즐기는 그녀를 찾아와 이마로 들이받는다고 했다. 나는 생각한다. 휴전선 하나만 넘으면 가족을 만날 수 있고, 고향으로 갈 수 있는 게 우리네 사정이다. 무엇이 어려워 이렇게 떨어져 살아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현실을 모르는 어리석음이라고. 나는 반문하고 싶다.
“세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라는 건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하기에 가족이 함께 사는 것조차 막는 건가요?”

--- pp.322-323

출판사 리뷰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 슬픔은 진짜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실낱같은 희망,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과 함께한 5년의 시간.
수차례의 밀입국과 밀항, 15개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눈물과 고통으로 쓴 기록.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온몸으로 울게 만든 ‘우리들의’ 이야기!


★ “취재진은 제정신이 아니다.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_내셔널지오그래픽
★ 놀랍고 감동적이다! 도저히 믿기 힘든 작품이다! _프랑스 CANAL+
★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를 넘나들며 체포의 위험을 감수하고 촬영한 이 이야기는 자유를 찾기 위한 3,000마일의 험난한 여정을 보여준다. 할리우드의 어떤 서스펜스 영화도 묘사할 수 없는 것이다! _월스트리트저널
★ 국내 문제와 중동 문제에만 집중하는 미국에서 아시아 이슈를 들고 제31회 에미상에 노미네이트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_미국 PBS
★ 세계적인 다큐멘터리를 생산하는 BBC에서 데뷔작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것은 사건 중의 사건이다! _영국 BBC

강을 건너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했다. 부모형제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망,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고 다른 이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안고서 그들은 그렇게 국경을 넘었다. 자유와 희망을 찾아 수만 킬로미터를 이동하고, 오직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 하나만으로 한 걸음씩 힘겹게 전진한 사람들.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는 그들의 위험천만한 여정을 쫓아 목숨을 걸고 온몸으로 써낸 탈북 동행 취재 5년의 기록이다.

이 책의 원작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이미 BBC, PBS, CANAL+, NHK 등 전 세계 25개국에 방영되면서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고,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 폴란드 카메라 옵스큐라 영화제, 로리펙 어워드 등과 같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최우수상과 그랑프리를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한국 최초로 에미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그 진가를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국경에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탈북자 취재라는 ‘특종’을 잡기 위해 처음 시작된 험난한 여정. 하지만 저자와 취재진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마을에서 마주친 것은 단순히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특종이 아닌 ‘인간’이란 존재였다.

국경마을에 칠흑 같은 밤이 오면 사람들은 옷을 비닐에 말아 넣고 벌거벗은 채로 두만강을 건넜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로 북송될 것을 두려워한 그들은 부모에게 받은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국적조차 얻지 못한 채 유령처럼 도시를 떠돌았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면 손바닥에 구멍이 뚫린 채 굴비처럼 엮여 교화소로 끌려간다는 얘기에 그들은 다시 한 번 몸서리쳤다. 가난과 굶주림에 지친 여자들은 눈 먼 어머니와 동생을 위해 자기 자신을 70만 원에 팔았고, 탈북 이후 다시 북한으로 끌려간 한 여자는 남한의 씨를 뱄다는 이유로 배에 독주사를 맞고 죽은 아기를 낳았다. 소시지나 담배 등을 던져주면 풀숲에서 튀어나와 재빨리 그것을 주워들고 사라지는 북한 주민들을 구경하는 이른바 ‘인간 사파리’ 관광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직접 목격했다.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현실. 보면서도 두 눈을 의심해야 했던 일들이 그곳에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민족에게 계속되는 비극

취재는 국경을 벗어나서도 계속됐다. 저자는 탈북을 돕는 활동가들과 접촉하고, 국경을 몰래 넘기 위해 라오스의 밀림을 헤매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밀항선을 타고, 중국 공안과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펼치고, 외국 대사관에 난입해 난민의 권리를 외쳤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들이댔다가도 멈추지 않는 그들의 눈물 앞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들의 미어지는 이별 앞에서는 잠시 카메라를 꺼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까닭에 책은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다 보여줄 수 없었던 것들, 저자의 취재수첩에 적혀 있던 그 당시의 세세한 기록들, 소설보다도 허구 같은 현실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감정들을 다시금 한 문장 한 문장에 섬세하게 녹여냈다. “거짓말 같지만 모두 실제 벌어진 일들이다. 그것도 우리 민족에게, 지금 이 시간에도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이다.”

이데올로기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는 지금까지 어디서도 접해볼 수 없었던 현장감 넘치는 탈북 과정과 북한 동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해줄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란 틀에 갇혀 탈북자의 인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남한 사회의 무관심, 그 때문에 다시 남한을 떠나 제3세계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는 탈북 동포들의 비참한 삶도 함께 녹여냈다.
그들은 결국 그리움에 사무친 존재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다. 한 탈북자는, 어느 날 문득 다가와 자신의 멱살을 잡고 평온한 일상을 이마로 들이받는 것이 바로 그리움이라는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현실적 한계만을 탓하며 탈북자들을 외면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묻는다. “세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라는 건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하기에 가족이 함께 사는 것조차 막는 것인가?”

어쩌면 탈북자들에게 이별과 그리움이란 평생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밝히는 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은 이 책이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로 다가설 것인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한 이는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망, 그리고 그 열망을 위해 목숨을 걸고 위험한 길을 나서는 사람들을 통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본연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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