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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제1장. 옛 그림을 위한 변명 1. 관심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만 몰랐을 뿐 2.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옛 그림도 그렇다 제2장. 옛 그림은 다르다- 우리 옛 그림의 특징 1. 우리 옛 그림이 좋은 까닭은?- “그냥? 그냥!” 2. 하부구조가 상부를 결정한다- 결국은 재료 3. 한마디로 우리 옛 그림은?- 오묘한 ‘선의 예술' 4. 그림과 글씨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 서화동원 5. 낭비가 아닌, 비움으로서의 채움- 여백 6. 똑같이 그리려 애쓰지 말라- 명암과 원근 제3장. 옛 그림이 예쁘다- 우리 옛 그림의 멋 1. ‘은근’ - 드러내지 않으면서 드러내다 2. ‘익살’ - 재미삼아 한번 그려봤을 뿐 3. ‘핍진’ - 흉까지 드러낸 정직한 사실성 4. ‘상징’ -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 5. ‘사의’ - 겉보다 속, 마음을 끄집어내라 6. ‘심심’ - 그러나 곱씹을수록 우러나는 감칠맛 제4장. 옛 그림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1. 사람, 다시 태어나다 - 조선 풍속 2. 새로운 조선 산수화의 발명 - 진경산수 3. 그리스·로마 신만 있더냐? - 도석인물 4. 책이 아니라 그림이다 - 책거리 5. 초상화 중의 초상화 - 어진 6. 옛 그림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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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한 점을 놓고 30분 이상, 아니 단 5분만이라도 뚫어지게 바라본 적이 있는지요?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겁니다. 학창시절에는 대학 입시와 상관없는 공부라서, 사회에 나와서는 밥 먹고 사느라 바쁘다고, 아무리 들여다보아야 점수가 나오나 돈이 나오나, 허튼 짓거리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중략)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옛 그림도 그렇다. --- pp.30~31 「월하정인」의 깨알 같은 이야기나 충격적인 달 모양, 「서당」에 감춰진 시대상은 그림을 잠깐 훑어보는 것만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오랫동안 자세히 지켜봐야 비로소 눈에 띄게 되지요. 자세히 들여다봐서 알게 된 속 깊은 옛 그림,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런지요. --- p.53 우리 옛 그림과 서양화, 두 그림에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같은 회화예술인데도 왜 이렇게 다른지 놀라움마저 들 지경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바탕 재질이나 물감, 붓은 물론 표현 방식, 내용, 심미안까지. 심하게 말하면 ‘도구를 써서 무얼 그린다는’ 그림의 본질 외에는 모든 점이 다르다고 보면 됩니다. 그중에서도 바탕 재질이나 물감 같은 ‘재료의 차이’야말로 두 그림 양식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 p.63 우리 옛 그림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저는 서슴없이 ‘선의 예술’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옛 그림의 면면을 천천히 떠올려보세요. 산수화, 풍속화, 사군자, 초상화…… 대개의 작품이 선을 주된 표현 양식으로 삼았을 겁니다. 색칠을 해도 기어코 윤곽선을 그린 다음 그 안에 칠을 하거든요. 선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까지 드러냅니다. --- pp.71~72 어떤 분들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슬픔, 원통을 뜻하는 ‘한(恨)’이라고 하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미있고 신나는 ‘흥(興)’에 가깝습니다. 숱한 문학작품과 그림에 등장하는 익살이 이를 증명해주거든요. --- p.158 조선의 풍속화는 사람의 일상이 예술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책을 읽거나 산책하는 선비들의 일상이 그림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풍속’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일부로서의 사람, 혹은 선비들의 이상을 나타내는 것이었지요. 풍속, 즉 세속사(世俗事)는 아무리 고결한 선비들일지라도 부정과 무시의 대상이었습니다. 예술은 현실이 아니라 이상을 반영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런 그림에서 욕망하고, 질투하고, 울고, 웃고, 화내는 인간 본연의 감정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습니다. 선비들의 일상조차 무시되었는데 서민들 또는 여인들의 풍속이야 오죽했겠습니까. --- pp.203~204 1954년 12월 10일. 한국전쟁도 막 끝난 겨울 초입, 부산 용두산 판자촌에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피란민들이 모여 이룬 판자촌이라 미처 손쓸 틈도 없이 모든 게 잿더미로 변했지요. (중략) 이 화재는 대한민국 미술사에도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전쟁의 화염을 피해 판자촌 옆에 있던 한 약품회사의 자재창고에 그때까지 전해오던 어진 45점(원래 서울 창덕궁에 봉안되어 있었습니다)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리로 불이 옮겨 붙어 깡그리 타버리고 말았던 겁니다. 다시 볼 수 없는 귀하디귀한 보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거지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타다 남은 어진 몇 점만 겨우 건질 수 있었지요. --- pp.284~285 연꽃, 국화, 여뀌, 그리고 매화…… 옛 그림 속에 꽃이 만발했습니다. 그림이 스스로 꽃이 되어버렸네요. 말 그대로 옛 그림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알고 나면 진짜 꽃 못지않게 아름답고 화려한 우리 옛 그림. 진짜 꽃은 아니지만 진짜 못지않은 안복(安福)을 보는 분들에게 선물하지요. 그저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까? 보는 여러분의 눈과 마음도 그림 속 꽃처럼 활짝 피어나길 바랍니다. 비록 향기는 없을지라도 안복만은 오지게 누리시길. --- p.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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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어떻게 생각하세요?
2008년과 2009년은 옛 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했던 해였다. 신윤복의 삶을 모티프로 삼은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서 화가에 대한 관심은 물론, 그의 작품을 보고자 하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연일 성북동에 위치한 간송미술관으로 향한 것이다. 「미인도」 한 점을 보기 위해 먼 길 마다하고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입장을 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그런 것 따위 개의치 않고 설렘 가득한 얼굴로 실물 작품을 보기 위해 고행을 자처했다. 어디 그뿐일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에 현재 일본의 덴리 대학교에 소장되어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전시된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그 한 점을 보기 위해 서너 시간이나 되는 기다림을 견디고 꿈결처럼 펼쳐진 무릉도원과 마주했다. 이쯤 되면 우리 옛 그림으로 눈길을 돌릴 만한 어떤 매개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과거, 「미인도」나 「몽유도원도」가 크게 관심을 끌었던 것은 작품과 작가에 얽힌 스토리텔링이 주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옛 그림 한 점을 놓고 그 작품에 대한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줄 이야기꾼이 있다면 옛 그림으로 향하는 걸음걸음이 한결 가볍고 즐거울 것이다. 조선 500년 동안 그린 수천 점의 꽃 그림(꽃은 물론 풍속화, 산수화, 초상화, 사군자 등 옛 그림)이 남아 있건만, 많은 사람들이 몰라줍니다. 어쩌다 바라보는 눈길도 그리 달갑지 않지요. ‘고리타분하다, 케케묵었다’는 분들까지 있거든요. 단언컨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옛 그림을 잘 모르는 데서 생긴 오해일 뿐이지요. 살짝만 맛본대도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여태 왜 몰랐지?’ 하는 자책감이 들지도 모르고요. 이 책은 그래서 썼습니다. 우리 옛 그림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_「시작하며」에서 무엇보다 지은이는 그림들 속에 숨은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당시 역사와 문화를 연결 짓는가 하면, 옛 그림에 대해 새롭게 밝혀지거나 논란이 된 이야기들까지 다뤄 시의성을 높이고 있다.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옛 그림의 매력 옛 그림이 지닌 매력을 파헤치되 철저하게 쉽게 쓴 『도화만발』은 이제 막 우리 옛 그림에 입문하는 독자들에게 세심하고 다정한 옛 그림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장은 우리 그림에 대한 오해를 푸는 걸로 연다. 많은 이들이 옛 그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한 지은이는 가장 유명하고 친숙한 화가 김홍도의 멋진 그림 한 점을 소개하면서 그런 편견을 깨뜨린다. 또 반대로 우리가 너무 잘 안다고 여기기에 그냥 지나치는 신윤복의 「월하정인」, 김홍도의 「씨름」을 꼼꼼히 뜯어보면서 그림 속에 숨은 깊숙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기도 한다. 특히 「월하정인」에 그려진 달의 모양에서 수백 년 전 날씨를 유추하고, 「서당」을 놓고서는 당시의 시대 변화를 읽어내는 등 다 알기에 더이상 볼 필요 없다고 제쳐둔 그림 한 점에 숨겨진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내어 그림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흥미를 돋운다. 두번째 장에서는 우리 옛 그림을 서양 미술과 비교해가면서 재료, 기법, 심미안이 어떻게 다른지 펼쳐놓으면서 우리 그림의 맥을 짚어간다. 가령,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오송빌 백작부인」과 신윤복의 「미인도」를 함께 놓고, 바탕 재질은 물론, 표현 방법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 오묘한 차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자연스레 우리 그림만의 특징을 짚어볼 수 있게 한다. 세번째 장은 우리 그림의 멋에 관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우리 옛 그림을 잘 분석해보면 특유의 매력이 눈에 밟힌다고 말한다. 보는 이에 따라 수십 가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책에서는 우리 그림의 멋을 ‘은근-익살-핍진-상징-사의-심심’이라는 여섯 단어로 압축했다. 여기서 ‘은근’은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되, 깊고 그윽한 멋’을, ‘심심’은 ‘곱씹을수록 우러나는 감칠맛’이 깃든 그림을 의미한다. 여기에 조선 시대 유머러스함을 느낄 수 있는 ‘익살’, 터럭 한 올도 똑같이 그린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그린 ‘핍진’, 생동하는 자연물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화폭으로 옮겨 감상한 ‘상징’, 또 마음의 뜻을 그림으로 표현한 ‘사의’까지 우리 옛 그림들이 지닌 치명적인 매력들을 자세히 다룬다. 이 여섯 가지 멋이 잘 드러나 있는 풍부한 도판과 친절한 설명은 옛 그림 초심자도 그림이 갖는 멋을 음미하도록 돕는다. 마지막 네번째 장은 앞서 다룬 여러 특징을 종합해 옛 그림을 온전히 작품으로서 느끼고 감상하는 장이다. 4장에서는 풍속화에서부터 진경산수화, 어진, 책거리, 꽃 그림 그리고 조금은 낯선 도석인물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그림의 멋과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여섯 개의 장르를 소개한다. 특히 예술은 현실이 아니라 이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던 시대에 욕망하고, 질투하고, 울고, 웃고, 화내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담아낸 ‘풍속화’와 머릿속에 든 상상의 풍경만을 줄기차게 그렸던 과거와 달리 우리 땅에 실재하는 풍경을 화폭으로 옮긴 ‘진경산수화’의 태동은 이후 한국 미술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전쟁 통에 유실되어 겨우 몇 점밖에 남아 있지 않아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어진’을 비롯해 장식성이 우수한 ‘책거리’와 ‘꽃 그림’ 등 책에는 꼭 한 번은 봐야 하는 옛 그림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가득 차 있다. 이 한 권의 옛 그림 안내서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앞에 꽃이 만발한 듯 그림 보는 눈을 한층 밝혀줄 것이다. 도화만발(圖花滿發)! 이번에는 복숭아 ‘도(桃)’ 대신 그림 ‘도(圖)’자를 넣어봅니다. 그랬더니 ‘복사꽃’이 ‘옛 그림 꽃’으로 변했습니다. 옛 그림 꽃이 활짝 핀 거지요. 알고 보면 우리 옛 그림 모두는 진짜 꽃 못지않게 향기롭고 아름답습니다. 단지 그걸 몰라보았을 뿐이지요. 이 책 여기저기에 옛 그림 꽃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옛 그림 꽃이 여러분 마음속에도 꽂히면 좋겠습니다. _「시작하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