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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분들께ㆍ9
제1장 ― 의사란 뭘까?ㆍ15 토할 거 같은 _ 인턴 시절 이야기 제2장 ― 선택의 기로에 서서ㆍ53 이제 좀 의사다워진 _ 시니어 인턴 1년 차 이야기 제3장 ― 경력이 쌓이면서 생기는 일ㆍ91 분위기 파악이 좀 되는 _ 시니어 인턴 2년 차 이야기 제4장 ― 돈보다는 소명 의식ㆍ121 이제야 겨우 의사로 인정받는 _ 시니어 인턴 3년 차 이야기 제5장 ―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ㆍ149 인턴에겐 하느님 같은 존재 _ 레지스트라 1년 차 이야기 제6장 ― 요람에서 무덤까지ㆍ185 컨설턴트를 꿈꾸는 _ 레지스트라 2년 차 이야기 제7장 ― 덜 좋은 의사, 더 좋은 의사ㆍ221 따뜻한 의사가 되기로 한 _ 레지스트라 3년 차 이야기 제8장 ― 의사에게 허락된 특권ㆍ263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까 _ 레지스트라 4년 차 이야기 제9장 ― 폭풍 전의 고요함ㆍ307 컨설턴트나 다름없는 높은 사람 _ 시니어 레지스트라 이야기 제10장 ― 그리고 그 후ㆍ341 못다 한 이야기ㆍ351 덧붙이는 말ㆍ359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ㆍ363 추천의 말ㆍ365 옮긴이의 말ㆍ371 |
Adam 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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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지 않으면 그대로 배와 함께 가라앉을 판이다. 이를 피하려면 헤엄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물론이고 많은 환자들이 함께 가라앉게 된다. 사실 기이하게도 나에게는 그 모든 일이 아주 즐거웠다. 물론 신물이 날 정도로 고단한 나날이었고, 어찌 보면 비인간적인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못 볼 것도 많이 봤다. 하지만 나는 의사였다.
--- p.24 처음으로 흡반분만을 했다. 갑자기 내가 산부인과 의사처럼 느껴졌다. 직접 아기를 분만시키기 전에는 그저 이름만 의사일 뿐이다. 레지스트라 릴리가 그것에 대해 나에게 자세히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혼자서 다 하고 나니 스스로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축하해요, 정말 놀랍도록 잘 해냈어요!” 릴리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곧 릴리가 한 칭찬이 산모에게 한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p.64 지금 나는 실리섬에 자기 유골을 뿌리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한 여자와 앉아 있다. 그곳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지만, 그녀가 사라진 후에 가족들에게 슬픈 장소로 기억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였다.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더 생각하는 그녀는 자기의 부재가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떨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호출기가 울렸다. 오전 근무 교대를 위해 시니어 인턴이 인계를 요청했다. 나는 이 방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마취 상태가 아닌 환자와 함께 보낸 시간 중 가장 길었다. 집에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 --- p.90 분만 병동으로 급히 오라는 호출이 왔다. 어떤 환자의 남편이 임산부용 짐 볼 위에서 바보짓을 하다가 병실 바닥에 떨어져 머리가 깨졌기 때문이었다. --- p.182 치료 우선순위에서 밀린 분만 병동의 한 환자가 자신보다 늦게 온 서너 명의 사람들이 그녀 앞에 있게 되자 분노했다. 그러자 조산사 중 한 명이 침착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병원에 가야 한다면, 나는 맨 마지막에 있고 싶을 것 같아요. 그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보다 더 아프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 p.196 절개해서 아기를 분만할 만큼의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자궁으로부터 부드럽게 떨어져나가야 하는 창자의 마지막 부분만 남았다. 내가 그것을 떼어내자, 창자 내용물의 악취가 수술실에 진동을 했다. 틀림없는 그 냄새였다. 똥 냄새. 그리고 이제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선배가 내게 아기를 분만하라고 했다. 아기가 나오면, 구멍 난 창자를 수술할 의사를 호출할 것이다. 그때, 시니어 인턴이 소심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방귀를 뀌었습니다…….” --- p.271 요즘 내가 하는 유일한 치료 행위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다. 나는 텔레비전 코미디의 대본을 쓰고 편집한다. 이제 직장에서의 나쁜 일이란, 노트북이 고장 나거나 시트콤이 끔찍한 평가를 받는 경우다. 말 그대로, 크게 보면 중요하지 않은 것들인 것이다. 나는 의사였을 때 겪었던 괴롭던 날들은 그립지 않은데, 좋았던 날들은 그립다. 동료들이 그립고 사람들을 돕던 것이 그립다. 뭔가 보람있는 일을 했다는 것을 느끼며 집으로 향했던 날이 그립다. 그리고 매우 미안함을 느낀다. --- p.3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