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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표현된 불행
양장
황현산
난다 2019.08.08.
베스트
비평/창작/이론 top20 1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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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 5

제1부 시와 말과 세상
시 쓰는 몸과 시의 말 … 17
문학의 정치성과 자율성 … 43
잘 표현된 불행 … 59
불모의 현실과 너그러운 말 … 78
시는 포기하지 않는다 … 86
상징과 알레고리 … 99
번역과 시 … 109
누가 말을 하는가 … 129
끝나지 않는 이야기 … 142
실패담으로서의 시 … 154
비평의 언저리 … 161
얼굴 없는 것들 … 172
형해로 남은 것들 … 181
절망의 시간 또는 집중의 시간 … 198
젊은 세대의 시와 두 개의 감옥 … 216
위반으로서의 모국어 그리고 세계화 … 229
정치 대중화 시대에 문학은 가능한가… … 244
어머니의 환유 … 254

제2부 현대시의 길목
한용운―이별의 괄호 … 263
소월의 자연 … 277
김기림에게 바치는 짧은 인사 … 288
『오감도』 평범하게 읽기 … 299
지성주의의 시적 서정―윤동주 시의 모순구조 … 325
김수영의 현대성 혹은 현재성 … 339
시의 몫, 몸의 몫 … 361
관념시에서의 구체성의 자리 … 381
말라르메 송욱 김춘수―말라르메 수용론을 위한 발의 … 397
역사의식과 비평의식―송욱의『시학평전』에 관해 … 408
세속과의 완전한 불화 … 432

제3부 시쓰기의 현장
인내하는 자의 농업―이문재, 『마음의 오지』 … 455
꿈의 시나리오 … 463
고은의 가성에 대해―고은, 『늦은 노래』 … 475
시의 마지막 자리 … 494
꿈의 시나리오 쓰기, 그 이후―이수명,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 503
이영광의 유비적 사고―이영광, 『직선 위에서 떨다』 … 519
김록의 실패담―김록, 『광기의 다이아몬드』 … 533
나그네의 은유 … 551
영생하는 여자―이경림, 『상자들』 … 562
잊어버려야 할 시간을 찾아서―권혁웅, 『마징가 계보학』 … 573
김근의 고독한 판타지―김근, 『뱀소년의 외출』 … 586
김이듬의 감성 지도―김이듬, 『별 모양의 얼룩』 … 596
‘완전소중’ 시코쿠―번역의 관점에서 본 황병승의 시 … 607
위선환의 고전주의―위선환, 『새떼를 베끼다』 … 630
유비의 감옥과 그 너머―송승환, 『드라이아이스』 … 643
이은봉의 흥취―이은봉, 『책바위』 … 653
상처 그리고 투명한 소통―정재학,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 666
허전한 것의 치열함―박철, 『불을 지펴야겠다』 … 677
이문숙이 시를 쓰는 시간―이문숙,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 … 689
불행의 편에 서서―김성규, 『너는 잘못 날아왔다』 … 699
부적절한 길 또는 길 밖의 길―김혜수, 『이상한 야유회』 … 709
말과 감각의 경제학―최승자, 『물위에 씌어진』 … 722
이녁의 시학―이경림, 『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 732
소외된 육체의 고통―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 … 743
가난한 자의 위대한 거부―신현정, 『바보 사막』 … 750

제4부 이 시를 어떻게 읽을까
「往十里」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 763
『烏瞰圖』의「詩第一號」에 과거가 없다 … 775
꽃이 열매의 上部에 피었을 때 … 784
「曠野」에서 닭은 울었는가 … 794
하얀 무지개의 꼭대기 … 804
『님의 沈默』의 두 시편 … 812
김종삼과 죽은 아이들 … 820
이와 책―젊은 김수영의 초상 … 830
정지용의「鄕愁」에 붙이는 사족 … 842
김광균의 학교와 정거장 … 854
이상화의 침실 … 864
이장희―푸른 하늘의 유방 … 878
정지용의 ‘누뤼’와 ‘연미복의 신사’ … 887
이상李箱의 막 달아나기 … 900
박양균과 오르페우스의 시선 … 908
조향趙鄕의 초현실주의 … 917

수록 평론 출전 … 927

저자 소개 1

Hwang Hyunsan,黃鉉産

1945년 목포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기욤 아폴리네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프랑스 현대시에서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를 연구하며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전위와 고전』 『황현산의 현대시 산고』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우물에서 하늘 보기』 『밤이 선생이다』 『잘 표현된 불행』 『말과 시간의 깊이』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
1945년 목포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기욤 아폴리네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프랑스 현대시에서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를 연구하며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전위와 고전』 『황현산의 현대시 산고』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우물에서 하늘 보기』 『밤이 선생이다』 『잘 표현된 불행』 『말과 시간의 깊이』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동물시집』, 말라르메의 『시집』,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 보들레르의 『악의 꽃』 『파리의 우울』,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 등이 있다. 팔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18년 8월 8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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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08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932쪽 | 1128g | 135*205*47mm
ISBN13
9791188862498

책 속으로

마오리족 처녀가 물을 건너오는 제 연인의 피리소리를 들을 때도, 제 몸에 표주박을 달고 파도를 건널 때도, 바다는 사랑이라는 무한히 높고 무한히 넓은, 따라서 비어 있는, 말의 내용이 된다. 바다는 사랑의 안타까움이 되고, 사랑의 용기가 되고, 순결한 처녀의 목숨을 노리는 사랑의 위험이 된다. 바다는 이렇게 그 깊이와 넓이로, 그 험난한 파도로 사랑이라는 말을 번역한다. 사랑이 이렇게 아득해진 적이 없으며, 사랑이라는 말이 이렇게 날카로워진 적이 없다.
--- p.30


어느 시인이 ‘하얀 새가 산을 벤다’고 말하더라도 산을 베는 새가 없으며, 베어지는 산이 없다. 거기에는 오직 허공을 비껴 가르는 힘 하나가 있으며,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재빠르게 비껴 그어질 금 하나를 제 안에 품고 있을 것처럼 그렇게 팽팽하고 투명한 푸름이 있다.
--- p.32


내가 어떤 것을 진실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그렇게 말하기로 결정하는 이유에 대해 내가 자유로워야 한다. 무엇에 대한 진실은 무엇에 대한 자유이다. 문학은 자율성으로 그 자유를 확보한다. 그래서 문학의 자율성은 그 이름으로가 아니라 그 실천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실천한 것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실천하려는 것에 의해서도, 실천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에 의해서도 평가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그 고립과 증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긍지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 p.55


봄은 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봄이 아니었던 것을 청산하면서 온다.
--- p.67


시를 비평하는 말 가운데 ‘진정성’이란 말만큼 의심해야 할 말은 없다. 적어도 우리의 비평언어에서는 그렇다. 그것은 이론의 여지없는 실재성과 정확성에, 또는 거기에 이르는 통찰력에 붙이는 말이 아니라 벌써 습관이 되었기에 편안하고 편안하기에 사실인 것처럼 보이는 나태한 감정의 너울을 서로 용서해주기 위해 사용되는 말일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 p.72


우리의 젊은 시인들이 현실을 창조적 실천의 자리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그 발 디딘 자리가 삶의 중심이며 문화의 중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일이 쉽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의 현대시사가 말해준다. 젊은 시인들이 변방의식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이 땅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 불행이 우리의 불행이 아니라, 이 다국적 자본의 시대에 어떤 사람도 피할 수 없는 불행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며, 그 불행을 훌륭하게 표현하려는 용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 p.76


“모르겠다. 길을 찾느라고 시를 쓰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 대답은 대답의 회피가 아니라, 대답이다. 나는 이 대답 속에 중요한 것은 길이 아니라, 어느 길이건 그 길에 대한 성실성이라는 뜻을 담으려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길은 두 갈래로만 뻗어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이 대답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다.
--- p.79


부정의 언어, 곧 시의 언어는 늘 다시 말하는 언어이며, 따라서 끝나지 않는 언어이다. 모든 주체가 타자가 되고, 그 모든 타자가 또다시 주체가 된다고 믿는 희망이 이 언어의 기획 속에 들어 있다. 시는 꿈과 현실이, 상상할 수 있는 것과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작은 나와 큰 나가, 비루한 사물과 너그러운 말이, 불모의 현실과 생산하는 현실이 갈등하기를 그치는 자리가 우리의 정신 속에 있다고 믿는다. 시의 길이 거기 있다기보다는 시가 그 길을 믿는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 p.85


사물을, 말을, 사람을 시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옳은 것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높이로 정신을 들어올린다는 뜻이다. 시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시의 윤리다.
--- p.98


이때, 우리의 언어 감각에 충격을 주기도 할 이 외국어적 개입은 저 유행가적 리듬의 억압적 영향 아래 ‘사랑을 잃음’과 ‘글쓰기’라는 두 사실 사이에서 단 하나의 맥락만을 보고 있던 우리의 이해력을 해방시켜 새롭고 다양한 맥락의 설정을 촉구하게 될 것이다.
--- p.118


한 언어가 다른 언어와 대면할 때 그 말의 결을 깨뜨리는 균열을 경험하게 되지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도 함께 만나게 된다. (…) 모국어로부터 외국어성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란 것은 말이 제시하는 사실들 사이의 관계맥락을 다양하고 새롭게 해석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겠다. 이 성격과 능력이 두 언어 사이의 번역을 가능하게 하고, 번역에 시적 성격을 부여한다.
--- p.119


타자는 어떤 성찰과 사랑의 힘으로 저 자신을 전복하는 주체이다. 어떤 둔중한 말도 전복되는 주체에게는 날카로운 구체성을 지닌다. 말의 운명은, 곧 시의 운명은 구체적인 사랑의 체험에 걸려 있다. 시의 말은 그것이 민족어이건 외국어이건 미래의 말이다. 그것은 현재의 말속에 잠복해 있는 미래적 쓰임의 가능성이며, 미래를 촉발시켜 걸어 당기는 말이며, 미래에 그 진실성이 밝혀질 말이다. 그래서 시의 말이 타자의 말이라는 것은 미래의 주체가 하게 될 말이라는 것밖에 다른 것이 아니다.
--- p.140~141


시의 모든 전위에는 주체가 타자를, 타자가 주체를 아우르는 특별한 현재가 있으며, 아직은 형태도 색깔도 없는 미래, 어떤 주체의 망상도 아직 침범하지 못한 미래, 곧 타자의 미래가 있다. 타자를 영접하는 주체만이 오직 그 미래에 들어간다. 타자가 되는 주체만이 미래로 쏟아지는 특별한 현재를 경험한다. 형태 없는 미래와 연결되어 있기에 끝나지 않는 이 현재를 우리는 시적 시간이라고 부른다.
--- p.153


석굴암에 들어서면, 온화한 자태와 사려 깊은 얼굴로 의연하게 앉아 있는 대불을 먼저 볼 수 있지만, 그 좌대에는 사지를 비틀고 얼굴을 일그러뜨린 존재들이 새겨져 있다. 세상의 지혜 하나를 들어올리는 일이 그렇게 처절하다는 말일까. 고통의 바다는 깊고 넓어서 고요하게 앉아 있는 부처가 마치 조각배처럼 보인다.
--- p.157


시인이 쓰는 시는 그가 얼핏 보았던 저 빛에 대한 한차례의 기념일 뿐이다. 그는 매듭을 만들면서 매듭을 파괴한다. 그는 매듭을 딛고 매듭 밖으로 나가려 한다. 그러나 그에게 가능한 것은 또하나의 매듭을 만드는 일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래서 시는, 좋은 시일수록, 실패담의 형식을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159


아름다운 것이건, 슬픈 것이건, 놀라운 것이건, 경이로운 것이건, 어떤 것 앞에서 누군가가 ‘이루 형언할 수 없다’고 말을 하게 될 때, 그리고 그가 성실한 사람일 때, 그는 그 희생된 것들 앞에 서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가 그 ‘이루 형언할 수 없음’을 문제로 발견하고, 계약의 파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계약을 재조정하여 인간을 헛된 계약에서 해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그는 시인이거나 소설가일 것이다. 문학의 미학도 윤리도 형언할 수 없는 것과 한 인간의 관계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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