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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을 대신하여
작가 소개 1장 방황하다, 희망하다 - 대학 시절ㆍ습작기 2장 세상에 눈뜨다 - 사람과 풍경 3장 소소한 일상 - 일기ㆍ여행 4장 세상에 작은 점 하나 찍고 - 단행본ㆍ연재 5장 띄우지 못한 편지 - 미완 유고ㆍ캐릭터 못다 한 이야기들 - 친구들의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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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따위 글은 어떻게 적으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연애편지를 쓰라면 쓰겠고, 노벨 문학상을 받을 글을 쓰라면 뭐, 그것도 어렵지 않게 쓰겠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죽음을, 그 누군가가 항상 곁에서 웃고 떠들고 장난치던 사람이라면 어떻게 써야 할까요? 그 죽음, 지금도 갑작스럽기만 합니다. 이제 곧 녀석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문득, “어, 이거 정원이랑 같이 먹으면 좋겠는데 저녁에 오라고 할까?” 어느 늦은 밤, 맥주 한 사발이 그리울 때, “음, 정원이랑 맥주나 마셔야겠어.” 녀석이 세상에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무심코 이런 말을 지껄이고 맙니다. 제 전화에는 아직 정원이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통화 버튼을 누르면, 여전히 신호음이 갑니다. 살아서도 그렇게 괴롭히더니, 죽어서도 그 악동 기질은 여전합니다. “나 죽었다고 전화 안 하면 안 돼!” 꼭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언젠가 녀석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난, 너 보면서 산다.” “저도 형 보면서 살아요.” 서로의 우정에 대한 무척 ‘알흠다운’ 이야기일 것 같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조금 다릅니다. ‘하물며 저따위 인간도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정말 괜찮은 인생을 사는 거야.’라는 게 우리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속마음이었던 셈이지요. “10분이라도 좋다. 아니, 단 1분만이라도 좋아!” 이런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딱 한 시간만, 녀석과 같이 맥주잔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그 한 시간 동안 저는 딴청을 부리며 녀석이 그린 그림을 볼 겁니다. 혹은, “이 쉐이야, 한 시간밖에 없어! 어서 그림을 그려!”라고 할 것만 같습니다. 그 한 시간이라는 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 절대 허용되지 않을 겁니다. 그게 슬픈 일이 아니라는 걸 노회한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슬픔 따위? 그거 별거 아니라는 걸 알 만한 나이가 된 것이지요. 죽음? 그건 누구나 겪어야 할 일 아니던가요. 슬픔을 되새기며 살 이유는 없습니다. 〈도둑들〉이란 영화에서 윤석이가 이런 대사를 읊더군요. “천국에 가 봐야 아는 사람도 없고….” 달수도 한마디 합디다. “도둑놈들이랑 일할라니까 불안 불안 하네.” 장담하건대, 정원이도 결단코 천국에 있지는 않을 겁니다. 녀석은 그림으로 세상을 훔치려던 도둑놈이니까요. 결국, 착하게 태어나 착하게 살고 있는 제가 녀석을 만나려면 지금부터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지옥에 가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상관없지요, 뭐. 어디라고 맥주 맛이 다르겠어요. --- 머리말 「친구들을 대신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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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라도 좋다. 아니, 단 1분만이라도 좋아.”
2011년 추석.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추석 연휴이던 어느 날, 우리는 젊은 만화가의 죽음을 접한다. 『나른한 오후』,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국어 교과서』를 비롯하여 『행복한 사회 공동체 학교』, 『사춘기 국어 교과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에 개성 있는 그림으로 독자들과 소통을 시작하려던 서른셋의 젊은 만화가, 마. 정. 원. 몇 시대 전에 이미 요절한 다른 작가들과 다름없이 너무도 어이없게, 그리고 쓸쓸하게 이 세상을 먼저 등지고 말았다. 그것도 추석 연휴의 그 어느 날에 말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2년 9월 14일. 그를 기억하고 싶다던 친구들이 합정동 어느 술집에 모였다. 그들이 함께 어우러져 그림과 인생과 청춘과 사랑과 출판과 세상을 논하던 친구들이 그를 추억하고자 『마정원 추모집-마가든의 정원』을 출판했다. 그가 세상에 미처 내놓지 못한 유작들과 어린 시절의 습작들, 그리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의 삽화 등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을 만드는 데 앞장선 고흥준(『사춘기 국어 교과서』 저자)은 “10분이라도 좋다, 아니, 단 1분만이라도 좋아.”라면서 그에 대한 그리움을 토해 냈다. “장담하건대, 정원이는 결단코 천국에 있지는 않을 겁니다. 녀석은 그림으로 세상을 훔치려던 도둑놈이니까요. 결국, 착하게 태어나 착하게 살고 있는 제가 녀석을 만나려면 지금부터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지옥에 가는 수밖에 없겠습니다.”라며 쓸쓸하게 웃었다. 신춘문예 만화 당선자 1호 마정원. 그에게는 항상 ‘신춘문예 만화 당선자 1호’라는 타이틀이 함께한다. 2004년 경향신문에서 언론 사상 처음으로 신춘문예에 만화 부문을 신설한 것이다. 첫 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은 그는 2005년 당선작인 ‘과꽃’이 포함된 단편 만화집 『나른한 오후』(샘터사)를 출간한다. “당선작인 ‘과꽃’을 포함, 우리 이웃에 대한 따뜻하고도 섬세한 시선이 책 전체를 관통하며 고른 질을 유지한다는 게 눈에 띤다. 지나치게 엄숙하지도 않다.”는 평가를 받은 그의 작품은 우리 주변의 사물과 사람에게로 열려 있었다. 또한 그의 작품은 “아이를 잃은 엄마의 슬픔을 담기에 만화는 작은 그릇일 뿐이지만, 의식의 흐름조차 필선으로 담으려는 작가의 집념은 돋보인다.”는 호평을 받는다. “신인과 독자 사이에 존재하는 ‘허니문 기간’안에 충분히 다듬어질 수 있다.”는 격려를 받기도 한다.(한겨레신문 2004년 9월 16일자에서 인용) 그런 격려에 힘입은 탓일까. 그는 2007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약 20여 권의 책에 삽화를 그렸으며, 세상과 이별하기 전까지도 ‘근현대사’(미완의 유고) 작업에 몰두하는 등 만화와 삽화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활동이 과했던 탓일까. 그의 간은 더 이상 그의 열정을 버텨 내지 못하고 말았다. 젊은 만화가의 유고집에 주목하는 이유 요절한 작가가 어디 마정원 뿐이랴만은 그의 작품이 이미 출판계에서 주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세상의 어둡고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화면을 압도하는 그의 앵글과 터치는 더 많은 독자들을 설레게 했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기억하는 친구들은 출판 및 만화계의 젊은 별을 하나 잃었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한열군 피격 사건’, 내가 이런 걸 그려도 되나?” “내가 이 사건에 대해 아는 게 뭐 있어.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이 멋있다고 베껴 그리는 건......” “게다가 못 그렸잖아. 씨팔 3시간이나 그렸는데, 아깝긴 하네. 별수 없지 뭐.” “20만 원짜리 시계를 차고서 이런 주제의 그림을 그리는 건 좀 그렇네... 난 그릴 자격이 없지. 어렸을 때 조금 못살았다고 해서 ‘난 이들을 알어.’ 할 수는 없잖아. 난 이들에 대해 아는 게 없어. 난 그릴 자격이 없어. 후---” - 이 책 21쪽, 22쪽에서 그가 대학 시절에 그린 만화의 한 장면에서 따온 그의 독백이다. 그가 누구나 다 아는 그림 하나를 그리면서도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림을 그리는 내내 그는 자신이 대상을 얼마만큼 아는지, 그릴 자격은 있는지를 고민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 그리고 또 그리면서도 괴로워하고 또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다. 모든 그림에서 그랬을 것이다. 그의 유고집을 완독하고 난 후의 느낌은 그가 단 하나의 그림에 있어서도 그림이, 그가 그려야 하는 대상이, 장면이 그를 편하게 놔두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더구나 암울했던 시절을 건너면서 그의 눈에 비친 세상과 사람들의 모습은 그의 마음을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붓을 놓지 않았다. 먹고살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런 만큼 그의 육신은 지쳐갔다. 이 책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제외한 모든 수익은 고인의 뜻에 따라 다시 세상으로 보냅니다. 마정원은 소위 ‘잘나가는’ 만화가였다. 제법 나가는 책들도 적지 않았다. 그것이 그에게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주지는 못했지만 그를 살게 했다. 그리고 꿈꾸게 했다. “이 책은 정말로 여러 사람의 노력과 기부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원고를 고르거나 정리하는 데 있어서 친구 만화가들이 애써 주었고, 특히 김보일 선생님은 제목을 직접 써 주셨으며, 그를 기억하는 지인들이 일부 원고를 채워 주었습니다. 편집과 제작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들이 힘을 보태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평소 정원이 지니고 있던 뜻에 따라 다시 세상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이 책의 전 과정을 진행한 고흥준의 말이다. 수익금의 정산을 위해 이 책은 일반적으로 유통하지 않고 인터넷서점에서만 유통한다고 한다. 책에 대한 판매가 정확하게 정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작은숲의 책이 아니라 마정원의 책이며, 그 친구들의 책이며, 그를 기억하는 모든 독자들의 책이다. 그리고 그 수익은 마정원 그가 꿈꾸던 세상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지 쓰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