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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다”
청소년에게도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착하고 친절하고 순종적이고 조신할 것을 요구받은 경험, 가슴이 나오고 생리를 시작했단 이유로 몸가짐을 주의받고 ‘여고생’으로 불리며 불편한 시선을 받았던 경험, 여자/남자다운 모습과 행동을 요구받았던 경험, 성폭력을 당하고도 자신이 잘못한 건 아닌가 괴로워했던 경험, 외모 때문에 놀림받고 다이어트와 꾸미기를 당연하단 듯 요구받았던 경험, 산부인과를 갈 때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던 경험……. 이런 일들은 한국 사회의 청소년들, 특히 여성 청소년들에게는 평범하고도 흔한 일상의 경험담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은 차별과 폭력의 현장이기도 하며, 곧 청소년들에게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화두였다. 《걸 페미니즘》은 청소년의 삶에도 예외 없이 페미니즘이 필요함을 증언하고 있다. 동시에 청소년들은 단지 가르침받거나 보호받는 대상이 아님을,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바꿀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스스로 ‘청소년 페미니스트’이자 ‘청소년인권 활동가’임을 선언한 이들은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이면서도, 페미니즘을 고민하고 실천하며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주인공인 것이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일터와 광장까지 페미니즘과 인권을 통해 돌아보는 청소년의 현실 이 책에 실린 총 31편의 글들은, 소녀다움, 생리, 외모주의, 가정 폭력, 어머니-자식 관계, 차별적 학교, 부실한 성교육, 임금 노동, 거리에서의 삶, 성폭력 경험, 낙태죄 문제, 동성애자, 트랜스젠더퀴어, 여성 아이돌 산업, 소녀/소년 만화, BL물, ‘촛불 소녀’ 등의 주제를 다룬다. 《걸 페미니즘》이란 제목에 걸맞게 대부분의 저자들은 여성 청소년으로서 글을 썼다. 또한 성별 이분법과 성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성소수자들, 그리고 페미니스트로서의 문제의식을 가진 남성 청소년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러한 다채로운 주제들로 청소년의 삶 속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여성으로 길러지다’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또는 태어나면서부터 ‘여성’, ‘소녀’가 되기를 요구받는 청소년들의 삶을 그린다. 순수하고 착하고 날씬해질 것을 강요받으며 스스로를 감추고 억눌러야만 했던 경험을 증언하며 과연 여성 청소년은 어떤 존재로 길러지고 있는지 묻는다. 또한 가정에서 청소년이 경험했던 종속 관계와 폭력,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페미니즘의 언어로 해석한다. 2부 ‘학교는 차별을 가르치는가’에서는 학교 안의 차별과 혐오에 대해 이야기하며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이분법과 요구 자체에서부터 차별이 시작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용모 규제, 체벌, 성별 이분법, 진로 결정, 성교육, 남학생들의 문화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학교가 평등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성별에 대한 고정 관념과 차별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하고 있음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런 학교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성소수자/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경험과 문제 제기 역시 담겨 있다. 3부 ‘세상 속에 살아남기’에서는 학교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러면서 임금 노동, 밤길의 공포, 임신 중절, 성폭력, 흡연, 탈가정 등의 주제로 여성 청소년들이 곳곳에서 마주하는 폭력과 차별과 착취에 대해 고발한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은 ‘모범생’이거나 ‘순종적인 자녀’일 것만을 요구받으며, 보호와 억압의 틀 속에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보호와 억압의 울타리는 청소년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울타리 바깥으로 밀려난 청소년들을 더욱 보이지 않게 내몰게 된다. 3부의 이야기들은 여성 청소년을 보호하겠다고 만들어진 그 구분 짓기의 폭력을 보여 주고, 바뀌어야 하는 것은 이 세상 쪽임을 말하고 있다. 4부 ‘당신들의 ‘소녀’, 그 너머’에서는 대중문화와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소녀’의 모습을 비판한다. 걸 그룹 아이돌 문화가 어떤 식으로 억압적인 소녀상을 만들고 있는지 따지는 한편으로 걸 그룹 팬 활동을 하는 여성 청소년의 경험을 통해 주체적인 문화 향유와 재해석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만화, 영화 등 미디어 곳곳에 침투한 여성혐오를 포착하고, 소녀 판타지를 해체한다. 그리고 한국의 광장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였던 ‘촛불 소녀’에 대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가정과 학교, 일터와 거리, 광장과 스크린 속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을 통해, 이 책은 우리 사회와 문화, 교육의 속살을 드러내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글들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삶을 돌아볼 계기를 주며, 독자들도 차별과 폭력에 맞서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