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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동화
타락의 세상 속 순정에 관한 동화 같은 고백
남희영 저
바움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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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純
이쁘다 / 현상금 300만원 / 김진욱 할아버지의 진부한 인생 / My Cherie Amour 2010년 8월 10일

情
순정동화 / 이름 모를 초원의 치타: 만능해결사 나비(HongKong Office, Prologue) / 곰순이를 찾아서 /
지훈이가 날 부른다 / My Cherie Amour 도하에게

저자 소개 1

2002년 단편소설 「버스에 타라」로 계간 『문학과의식』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집 『컬트동화』 『순정동화』 『키요미즈 무대에서』, 장편소설 『만능해결사 나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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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38g | 130*188*20mm
ISBN13
9788958831051

책 속으로

나이 들어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가 봐. 한번 서로를 택했던 사이인 만큼 다시 정 주기는 수월하고, 육체야 한창때보다 볼품없더라도 생판 남한테 삭은 몸 보여주기보단 덜 수줍지. 내게도 옛사랑은 잊을 만하면 생각나고 잊을 만하면 또 생각나는 담배 같아. 지금 내 변명을 하자는 건 아니고. 당신이 남달라 보였던 점은 이거였어. 애정표현에 거리낌이 없었다는 거. 나보고 매력적이라나 카리스마 있다나 말도 안 되는 소리에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무턱대고 ‘오빠 사랑해요.’ 같은 사랑 고백에……. 남자는 무작정 나 좋다고 덤비는 여자는 싫어하거든? 당신도 아는 얘기니까 까놓고 말해 볼게. 당신이 귀엽길 해, 예쁘길 해? 그저 수수한 외모인 것뿐이잖아? 솔직히 남자는 보는 것에 욕구를 느껴. ‘너를 보면 떨려.’ 하는 말이 바로 그 뜻이야. 일단 외적으로 호감이 가는 여자가 대화도 잘 통하고 착착 내게 엉길 때 아, 이제 사랑이 시작되는가 보다 싶은 거야. 그렇게 내 안에 품고 심혈을 기울여 여자의 마음을 얻고 결국엔 몸까지 가지면서 성취감을 느끼지. 술집 여자랑 자면서 성취감 느끼는 남자는 없어. 솔직히 당신을 안았을 때도…… 그런 느낌 없었어.
― ‘이쁘다’ 중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밤이다.
오롯이 서 있지만 미세하게 흔들리는 촛불. 제 한 몸 태워 빛을 내며 자신은 타들어가는 아픔을 삼켰을 촛불. 엘튼 존이 다이애나 비를 추모하며 불렀던 노래 「Candle in the wind」의 노랫말처럼 바람 속에서도 타오르는 촛불. 엄마는 촛불이었다. 하지만 한때의 대영제국 왕비가 아닌 보통의 여자였기에 아무도 엄마를 위해 노래해주지 않았을 뿐. 촛불에겐 아빠의 뜻 없는 입김조차 사나운 바람이었겠지. 온몸이 뜨겁게 흘러내릴 정도로 가슴으로 울었지만 아빠는 몰랐겠지. 촛불의 눈물은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 ‘현상금 300만원’ 중에서

퇴근길, 오랜만에 한강 다리 위를 거닐어본다. 이제는 전망대 카페도 생긴 동작대교. 카페에서 파는 팥빙수 한 그릇에 만 원이 넘는다고 점심을 함께 먹던 여직원이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커피 값이 평균 육천 원이라 빙수 한 그릇을 둘이 나눠먹는 게 낫다고 했던가. 그 얘길 들으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깊게 쉬었나 보다. 사장님, 팥빙수 드시고 싶으세요? 이따 사다드릴게요. 여직원이 웃으며 날 놀렸었는데. 전망대처럼 멋진 곳은 일생 못 가봤고 앞으로도 갈 일이 과연 있을까만, 이 다리 위에는 자주 섰었다. 뛰어내릴 용기는 없었고 설사 죽는다 해도 그 방법은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덜커덩거리며 4호선 열차가 지나갈 때 소리나 내질러본 게 전부.
― ‘김진욱 할아버지의 진부한 인생’ 중에서

하필 왜 너를 찾아갔을까? 이름 모를 여자도 세상엔 널렸는데. 네게 일평생 미쳤던 나도 아닌데. 하다못해 내가 버린 여자인데.

있을까, 과연? 운명의 굴레라는 것? 살면서 죽음처럼 외롭고 무서운 순간이 당장 내일이라도 찾아올 수 있겠지만, 너는 이미 10년 전 나의 죽음과도 같은 순간을 위로해주며 나와 시작도 끝도 모를 무한대로 엮여버렸어. 그 몸으로 바다를 건너고 하늘을 가르며 이곳에 온 네가 그걸 증명하고 있어. 증명 없는 이론의 병? 그딴 거 찾지 마. 이미 우리 사이의 많은 걸 이 병이 증명해주고 있잖아?
“나 에이즈 맞는 걸까?” “맞겠지?” “죽어가나 보네.” “살아가는 거지.” “오빠 결혼은?” “아직.” “다행이다.” “뭐가?” “만약 결혼했다면 오빠한테 피해를 줘야 할 것 같았거든? 앞으로 계속 오빠랑 있고 싶은데…… 살든 죽든…….”
“그럼 이제 내가 너의 마지막 남자니?”
― ‘순정동화’ 중에서

그래도 살아보니까 부대끼죠. 남의 자식까지 키우는 거 보통일 아니죠. 가끔 내 앞에서 엄마랑 다투곤 해서 내가 남씨 미워하지 싶죠. 아니. 싸움이라고 해봐야 그저 소꿉장난 수준이었지. 남씨가 막말을 하길 해, 사람을 때려. 잘해볼라고 그러는 거 내가 다 아는데. 술 문제 여자 문제도 아닌 돈 문제로 가끔 싸운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지훈이한테 잘 하네 못 하네, 재훈이랑 차별하네 어쩌네’ 결국 자식 문제였는데. 어느 집이고간에 자식 때문에 부부가 싸운대요. 솔직히 엄마가 유난을 떨 긴 떨었어요. 내가 엄마한텐 생인손이었으니까.
그런데 있죠? 솔직히 나, 재훈이랑 똑같길 바란 적 없었어. 엄마가 오버하면 할수록 나는 어쩔 수 없는 김씨구나 그런 생각만 도드라질 뿐이었어. 우리가 자연스레 친해질 기회를 어쩜 엄마가 빼앗은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엄마로선 그게 최선이었다는 거 아니까 내가 이해하지만…….
― ‘지훈이가 날 부른다’ 중에서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삶의 내면 깊숙이 깃들어 있는
아픔과 슬픔, 그리고 희망에 관한 간절한 고백들!


흔히 사람들은 동화에 대해서 막연히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현실에서 부딪치는 삶에 대해 대체로 권선징악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글 형식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동화를 단순히 권선징악적인 이야기로만 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당연히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동화의 내용이 대부분 권선징악적 모티프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본질적으로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탐색, 사회화와 이타성의 계발, 순수와 마법의 회복 등에 대한 테마도 함께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동화라는 것은 엄격히 인생의 각 시기에 대한 원형의 드라마이자 통찰에 대한 이야기이라고도 할 수 있다(따지고 보면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전략도 그걸 교묘하게 이용한 상술이다).

이번에 바움출판사에서 그와 같이 동화적 글쓰기 형식을 빌린 독특한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작가 남희영의 『순정동화』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순정동화』는 작가 남희영이 이미 출간한 바 있는 『컬트동화』의 후속작이다. 『컬트동화』는 환상적인 현실을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단편집인데, 이번에 출간된 『순정동화』도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는 단편집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컬트동화』가 다소 혼란스럽고, 엉뚱하기까지 한 환상적인 현실 이야기인데 반해, 『순정동화』의 경우 상대적으로 우리네 삶의 본질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현실적인 사실 이야기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이 책에 실린 이야기 또한 엉뚱하고, 낯설며, 어찌 보면 황당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분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 면면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사실들임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정작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사실들을 자신의 삶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다 보니 그 사실들은 현실 속의 사실들임에도 오히려 상상 속의 사실들로 바뀌게 된다. 말하자면 ‘개연성 있는’ 삶이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삶이 되고 마는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현실과 상상이 서로 교차하게 되고, 바로 그 지점이 작가 남희영이 동화라는 글 형식을 빌려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하나같이 현실 속 사실들 이야기이면서도 상상 속 사실들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에 실린 9편의 이야기의 대략적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암에 걸려 긴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남편이 아내에게 진정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인 『이쁘다』, 남편이 죽고 난 뒤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한 미망인이 남자친구가 있다고 딸들에게 고백하는 내용인 『현상금 300만원』, 성공한 사업가 김진욱 사장이 박람회 때 우연히 만난 한 고등학생으로 인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내용을 다룬 『김진욱 할아버지의 진부한 인생』, 동생 문제로 빌리와 케이트 사이에 벌어지는 복수와 용서에 관한 얽히고설킨 내용의 『My Cherie Amour 2010년 8월 10일』, 서로에게 첫사랑이지만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헤어졌다가 에이즈라는 병에 걸려 다시 만나게 된 선우와 종욱의 아픈 사랑을 다룬 『순정동화』, 세렝기티 초원의 낙오자였던 치타 부자가 대한민국의 한 가정에서 쌍둥이로 태어나게 된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이름 모를 초원의 치타: 만능해결사 나비 HongKong Office, Prologue』, 전혀 뜻하지 않게 죽음을 맞이한 강아지 곰순이를 놓고 부녀지간에 벌이는 실랑이를 보여주는 『곰순이를 찾아서』, 결혼을 앞두고 의붓아버지와 아들 지훈이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진심을 다룬 『지훈이가 날 부른다』, 그리고 끝으로 이 책 전체의 주제를 꿰뚫고 있는 작가 남희영의 자전적 삶의 단상을 다룬 『My Cherie Amour 도하에게』 등.

이번 책에 실린 이야기는 대부분 전작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이슈가 되고 있는 소재들이 그 배경을 이루고 있다. 작가는 그 소재들을 통해 우리가 일견 놓치고 있었던(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못 본 척 외면하고 싶었던) 문젯거리를 새삼스럽게 다시 환기시킨다. 그럼으로써 마치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놓치고 있었던 현실을 낯설게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컬트동화』가 상상과 현실 속을 교묘히 넘나드면서 우리네 삶의 속살을 들여다본 것이라면, 『순정동화』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부딪칠 수 있는 삶의 고충들을 덤덤하게 엮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책을 접한 독자라면 누구나 잔잔한 웃음과 그 웃음 뒤에 따라오는 애잔한 잔상도 함께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가 지금 여기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도 함께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리뷰 총점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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