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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D. Macdon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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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 분 후에 들어왔다. 작고 칙칙한 블라우스와 싸구려 스커트를 입고, 두꺼운 무대 화장을 아직 지우지 못한 채였다. 우리는 구석에 있는 탁자에 앉았다. 유리벽을 통해 조명을 밝힌 저녁 무렵의 풀장과 거기서 수영하는 이들이 내다보였다.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한번 알아볼 생각입니다, 캐시.” 갈색 눈동자가 내 얼굴을 살폈다. “정말 감사드려요, 맥기 씨.” “트래비스. 그냥 트래브라고 불러요.” “고마워요, 트래브. 그래,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사전에 합의해 둘 내용이 있는데.” “어떤?” “당신의 아버지가 무언가를 숨겼고 주니어 앨런이 그걸 찾아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었는지, 어디서 나온 물건인지 내가 알아내면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마땅히 그 물건을 돌려받아야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도둑맞은 물건이라면, 난 필요 없어요.” “캐시. 내가 무엇 하나라도 되찾을 수 있다면, 거기에서 경비를 제하고 남은 것에서 절반을 보수로 받을 겁니다. 오십 대 오십으로.” 그녀는 그 말을 곱씹었다. “충분히 공정한 계약 같네요. 어차피 이대로라면 저한테 돌아올 몫은 하나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한테도 이런 내용을 누설하면 안 됩니다. 누가 되었든 나에 대해 물어 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당신 친구라고 소개하도록 해요.” “전 이미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당신이 아무것도 되찾지 못하면 경비는 어떻게 하죠?” “그건 내가 감수할 문제고.” --- p.36 로이스는 슬며시 부아가 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인류는 육천만 년 전 신생대 이래로 진화를 거듭해 그녀에 이르렀다. 그동안 예상치 못한 탄생과 소멸이 숱하게 반복되었다. 커다랗고 멍청한 공룡들은 중무장한 몸으로도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반면에 상어, 전갈, 바퀴벌레 따위는 살아 있는 화석으로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놈들의 흉포한 야성, 독, 감쪽같은 의태는 생존을 위한 훌륭한 자산이었다. 그에 비해 여기 이 두 발로 걷는 암컷 포유류는 아무런 생존 수단이 없어 보인다. 늪지에 가져다 놓으면 하룻밤도 살아남지 못할 터였다. 그러나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강인함이 숨어 있었다. 주니어 앨런은 오히려 진화가 덜 된 부류였다. 놈은 아직 동굴에서 제대로 벗어나지도 못한 채, 타인을 망가뜨릴 뿐이었다. 대다수의 인간을 가운데에 놓고 우리 인류의 분포를 종형 곡선으로 나타내면, 로이스와 앨런은 그 양극단에 각기 위치할 것이다. 인간이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로이스야말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였다. 예민한 감성은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받아들여야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는 주니어 앨런 같은 종자가 너무도 많이 널려있다. --- pp.153-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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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순정마초, 트래비스 맥기의 첫 번째 이야기!
마이애미의 포트로더데일 바히아마르 해변 F-18 선착장에는 16미터급 하우스보트가 정박 중이다. 보트 주인의 이름은 트래비스 맥기. 그가 포커 게임을 통해 따낸 이 보트의 이름은 버스티드플러시(Busted Flush)다. 트래비스는 탐정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고,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세상에는 반쯤 합법적인 도둑질이 넘쳐난다. 그를 찾아오는 자들은 탐정도, 경찰도 찾아줄 수 없는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보수는 잃어버린 액수의 절반. 부담스러운 비용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의뢰인들은 언제, 어디서건 튀어나온다. 그날 역시 조용하게 보낼 수 있었던 저녁이었다. 그의 곁에 머무르던 댄서 추키 맥콜이 새로운 의뢰인을 소개하기 전까진. 의뢰인은 추키의 동료인 캐서린 커. 역시 댄서로 짧은 금발머리에 탄탄한 몸매를 가졌지만, 피폐하고 궁핍해 보이는 인상의 여자였다. 그녀는 트래비스에게 자신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무언가를 빼앗겼다며 말문을 연다. 캐서린의 가족과,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보물을 둘러싼 기구한 사연. 그리고 그 보물을 노려 그녀에게 접근했다가 배신한 주니어 앨런이라는 비열한 남자. 캐서린에 대한 동정심과 앨런에 대한 분노는 그다지 정의롭지 못한 트래비스마저도 움직이게 만든다. 마침내 트래비스의 은밀한 추격이 시작된다. 그 속에서 주니어 앨런의 께름칙한 실체가 점차 드러나고, 트래비스는 앨런의 또 다른 희생양인 로이스 앳킨슨과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데……. 제목에 색깔을 넣은 것은 같은 책을 두 번 사지 말라는 배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장교로 중국-인도-버마 지역에 파병을 갔던 존 D. 맥도널드는 종전 후 미국으로 돌아와 작가가 되었다. 1946년부터 1986년까지, 40여 년의 작가 생활 동안 그는 무려 75권의 책과 500여 편의 단편 소설을 남긴다. SF, 논픽션까지도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를 집필했지만, 맥도널드는 주로 페이퍼백 시장에서 범죄 소설로 이름을 알렸다. 그중에서도 그의 대표작은 단연코 『푸른 작별』로 시작하는 ‘트래비스 맥기’시리즈이다. 1964년 처음 출간된 이 시리즈는 1985년까지 총 21권이 출간되었고, 1995년까지 무려 3천2백만 부가 인쇄되었다. 처음부터 출판사와 작가의 기획으로 제작된 이 시리즈는『푸른 작별(The Deep Blue Good-by)』, 『녹색 살인광(The Green Ripper)』, 『분홍빛 악몽(The Nightmare in Pink)』등, 각 권의 제목에 색깔이 들어가는 특징이 있다. 중복되는 책을 사지 말라는 배려에서라고 한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60년대의 미국에선 하드보일드 소설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었다. 거기에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같은 시리즈물에 대한 인기도 높았다. ‘트래비스 맥기’시리즈는 이 두 가지 유행의 흐름을 적절히 이어가며, 거기에 기존과는 다른 차별성을 부여했다. 그때까지의 하드보일드는 남성 노동자 계층을 대상으로 해, 마초적인 주인공이 등장했고 여성에 대한 새디즘적인 전개가 특징적이었다. 대실 해밋의 샘 스페이드는 여성을 물건처럼 다뤘고, 챈들러 필립 말로는 여성이 앉아 있던 자리를 소독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트래비스 맥기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고 그들의 의사를 존중했다. 미래를 약속할 만큼 지고지순한 로맨스도 겪는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맥도널드는 미국 자본주의의 허구적인 면을 간파하고 있었다. 트래비스 맥기의 독백은 그러한 맥도널드의 식견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젊은 세대의 히피 문화와 프리섹스주의에 대한 경계 어린 시선, 탈적인 자본주의 전쟁에 대한 회의, 일회용품과 화학합성용품의 남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미국과 쿠바 간의 정치적ㆍ경제적인 갈등 등. 따라서 20여 년간 출간된 이 시리즈는 8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었다.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에 대한 인기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2003년까지 플로리다 바히아마르 해변 F-18선착장에는 실제로 트래비스 맥기와 버스티드플러시를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셜록 홈즈가 살았다던 가상의 주소지 베이커가 221-B가 훗날 실제의 주소지가 된 것과 비교하면 그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시리즈 중 한 작품 『호박색보다 어두운(The Darkness than amber)』은 당대의 미남 스타 로드 테일러가 트래비스 맥기 역을 맡아 영화화되었고, TV시리즈로도 제작되었다. 현재는 트래비스 맥기 역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거론되는 등, 영화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