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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엄마 졸업생, 새 봄을 맞다
Chapter 1 엄마 김영희, 졸업하다 어머니 합격증 | 불효자의 마음 | 엄마 같은 맏딸 | 꿈과 현실 사이에서 | 장수의 지평선 | 햇볕 따뜻한 날들 | 봄누리의 아기 | 프란츠의 봄 | 천사의 정원 Chapter 2 사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모국어의 강 | 꽃 팔자 | 뾰족구두 이야기 | 내 친구 에스피니치 |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이별 후 인연 | 연애편지 | 일흔의 자화상 | 눈물 | 가을이 오던 날 Chapter 3 일흔에도 미니스커트 입는 여자 청춘은 아름다워라 | 나의 옷의 역사 | 복국 집에 피어난 이야기꽃 | 방부제 | 아, 나는 아름답다 | 음악의 냄새 | 인생은 벌거숭이 | 무소유의 자유 | 설국의 여행 | 화려한 휴가 Chapter 4 지나온 길, 그리운 사람들 말대답 | 솜씨, 솜씨, 또 솜씨 | 아카사키의 추억 | 내 인생의 책들 | 나의 은사, 김정숙 선생님 | 한국 미술계의 맏며느리 | 시누이와 올케 | 영원한 이방인 | 한국인의 재산 | 나그네가 만난 사람 | 참 종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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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서의 책임을 벗은 이 시절이 찬란하게 내 앞에 다가온 것이 꿈만 같습니다. 집안일에 대한 부담도, 가장으로서의 의무와 책임, 초조함도 버리고, 안간힘을 쓰며 달려온 엄마로서의 삶을 졸업함으로써 새 출발을 한 것이니까요. 한층 가벼워진 몸으로 날개를 달고 세상을 날아다니는 기분입니다.
이제야 인생의 전성기를 맞은 것이지요. 진정한 여성으로, 또 진정한 예술가로 다시 태어난 나를 거울에 비추어 보며 “아, 아름답다!” 거침없이 외칩니다. 그렇게 외치고 나면, 얼기설기 짜인 지난 세월도 비단결처럼 햇빛 속에 찬란히 빛나고, 다가올 미래는 더욱 화려하게 느껴집니다. ---p.6 어느 여름날 아침, 수련 꽃이 살포시 눈을 뜨는 것을 보며 나는 결심했다. 프란츠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에, 다른 아이들에게 했던 것처럼 엄마를 ‘졸업’하기로. 그가 다른 형제들과 다르다고 엄마 역할을 길게 늘리는 것은 오히려 그의 성장을 막는 일인 것 같았다. 엄마로서의 삶을 졸업하기가 어디 그리 쉬우랴. 정신적으로 그를 떠나보내기로 결심하고 나는 매일 연습했다. ‘그는 성인이다! 그는 성인이다!’라고 자꾸자꾸 되뇌었다. ---pp.75-76 “엄마는 행복해야 해. 천사를 낳았으니까!” 그렇다. 프란츠는 가난한 집시 아이에게 자기 옷을 벗어 주고, 반 친구를 대신해서 야단맞던 아이였다. 돌이켜보니 등나무 그늘 아래서 점심을 함께 먹으며, 푸른 바닷가에서 조개를 주우며, 산에 핀 꽃들을 꺾으며…… 나는 누구보다 천사와 대화를 많이 했던 여자였다. 천사를 자녀로 둔 엄마! 점점 자랑스러워졌다. ---pp.77-78 나이 일흔을 두 해 앞두고 난생처음 연애편지를 썼다. 젊은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사춘기는 물론, 첫사랑을 했던 대학교 때도 콧대가 높아, 또 한편으로는 부끄러워 못 썼던 것을 이제야 쓰다니……. 다 쓴 연애편지를 다시 읽어 보고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 나이에 그렇게 보들보들한 단어들이 내 속 어디에 잠재해 있었나 싶어서. 분홍색 장미꽃밭을 연상시키는, 달콤하면서도 애처롭고 가엾은 글이었다. 살 만큼 살고 억센 세월을 지나온 노년에 맞지 않는 야들야들한 문장이어서 나 자신도 흠칫 놀랐다. ---p.123 내가 인생의 진정한 자유를 느낀 것은 예순을 넘긴 어느 날 잠자리에서였다. 이국 생활을 하는 내내 새우잠을 잤고 늘 마음이 외롭고 초조하고 추웠는데, 그날 처음으로 반듯이 누우며 나는 홀로 감탄했다. “아, 좋다!” 그 순간 섬광같이 ‘자유’라는 폭죽이 화려하게 터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환상의 자유는 아니었다. 그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이제 죽어도 된다!” ---pp.204-205 나는 네 살 끄트머리쯤에 자유를 맛보았다. 색을 통해 자유와 평화를 누린 때였다. 만일 아카사키 항구에서 그 화려한 색의 향연을 보지 못했다면 과연 내가 예술가로서 싹을 틔울 수 있었을까? 혼자 사색하고 느긋이 색의 조화를 감상했던, 하루가 온통 내 것이었던 시간을, 매일매일 다른 얼굴로 다가오던 그 바다를 어떻게 잊겠는가! ---p.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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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그 후 20년…
일흔의 여울에 발을 담그며 써 내려간 삶의 기록 김영희 작가가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를 세상에 내놓은 지 20년이 흘렀다. 그 책은 2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직도 사람들은 유진, 윤수, 장수, 봄누리, 프란츠… 다섯 아이의 이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여전히 마른 몸에, 짙은 아이라인, 생머리를 고수하고 있는 그녀의 나이는 어느새 일흔…. 그사이 아이들은 장성해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었고, 막내 프란츠까지 성인이 되어 엄마 품을 떠났다. 일흔의 여울에 발을 담그며 그녀는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 “집안일에 대한 부담도, 가장으로서의 의무와 책임과 초조함도 버리고, 안간힘을 쓰며 달려온 엄마로서의 삶을 졸업”한 그녀의 ‘가을 인생’은 더욱 뜨거워졌다. 일흔을 맞아 펴낸 책 《엄마를 졸업하다》에는 ‘엄마’ 김영희가 아닌 ‘여자’ 김영희로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에세이를 내는 것은 《사과나무 꿈나들이》(2003년 출간) 이후 9년 만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자녀들의 근황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파산한 기업의 법정관리 전문 변호사로 성공한 큰딸 유진, 사설 음악학교를 운영하며 나름의 예술 영역을 개척해 가는 윤수, 자연의학 전문가를 준비하고 있는 장수 등,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다섯 아이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는 반갑게 다가올 것이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던가. 품에서 떠나보냈지만 여전히 생각하면 마음이 아린 자식도 있다. 그런 속앓이까지 그녀는 솔직히 풀어놓았다. 아이 셋 데리고 독일행을 감행하게 했던 열네 살 연하의 남편 토마스와의 결별도 그녀는 담담히 고백한다. “싱글벙글 늘 즐거운 대학교 2학년생 큰 소년은 남편이라는 명패를 달고 서 있을 뿐”이었고, 그녀는 가장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다. “아버지라는 자리에 설 만한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차츰 부부관계에 균열이 생겼고, 결국 두 사람은 파국을 맞았다. 다섯 아이들이 모두 성년이 되어 품을 떠나고 난 후, 불현듯 그녀에게 한 가지 깨달음이 찾아왔다. “이제 죽어도 된다!” 엄마 없이 남을 아이들 걱정에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었던 그녀에게 비로소 ‘죽을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엄마로서 책임을 다했으니 나머지 인생은 신이 내린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결심했다. ‘이제 남은 날들은 내 인생의 씨줄 날줄을 하나하나 풀어 보며 천천히 냄새 맡고 음미하리라!’ “나는 지금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호기심 가득한 싹을 틔우며 다시 봄 속에 서 있습니다” 칠십 문턱에 들어서면서 그녀는 오히려 자화자찬이 늘었다고 말한다. “밥맛이 왜 이래?” “구두 좀 잘 닦아 놓지.” 자식과 남편에게 지청구만 들을 때는 몰랐던 자신의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하고, “나, 참 아름답다” 외치는 그녀다. 미니스커트를 입는 모험도 서슴지 않고 감행한다. 재즈와 클래식만 듣던 그녀가 요즘 간드러지는 유행가에 푹 빠졌다. 새로운 사랑도 시작했다. 그녀는 젊을 때도 써본 적 없는 연애편지를 60대 후반에 난생처음 써보았다고 한다. 얼굴이 화끈거려 처음 쓴 편지는 찢어 버리고, 다시 짐짓 점잖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는 이내 후회했다는 그녀의 수줍은 고백은 사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음을 보여 준다. 그녀에게 ‘늙음’이란 추함이 아니라 오히려 ‘화려한 아름다움’이다. 노동에서 해방된 휴가철이라 느끼고, 남은 생을 허락한 신에게 감사하며 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안 되는 구멍만 들여다보고 메우려 애쓰고 미완성의 인생이 두려워 전전긍긍했다’면 나이 듦은 그녀에게 곳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해 주었다. 또한 나이 듦은 지난 시간을, 또 함께해 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막내딸에게 ‘말대답’ 하는 법을 가르쳐 준 아버지, 풍부한 색감의 원천이 되어 준 부산 피난 시절, 도우미로 일하며 가정사를 함께해 온 에스피니치,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고 함께 기도해 준 프리들 아주머니, 지금의 김영희를 있게 한 스승 김정숙 교수… 지나온 시간들이 책 속에 생생히 펼쳐진다. 엄마로서의 삶을 졸업하고 이제야 여자로, 진정한 예술가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는, “지금이 내 인생의 전성기”라고 말한다. ‘아이 잘 만드는 여자’ 그 후 20년… 그녀의 책을 읽으며 울고 웃었던 독자들이 어느새 중장년이 되었다. 엄마를 졸업하고 상실감에 빠져 있거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이 책은 깊은 공감과 더불어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