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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okaru Numata,ぬまた まほかる,沼田 まほか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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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 앞에 여자 둘이 서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토와코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재빨리 계단 쪽으로 돌아갔다. 토와코보다 젊은 두 여자 모두 어린아이를 하나씩 데리고 있었다. 한 여자가 토와코를 봤지만 인사는커녕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토와코는 정말로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높은 계단을 한 번에 오르지 못하고 도중의 계단참에서 한 번, 4층 통로까지 올라와서 또 한 번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통로 철책 너머로 창문이 거의 없는 다른 아파트의 벽면이 바투 마주하고 있고, 두 건물 사이를 얄팍한 밤이 채우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 토와코가 벗어놓은 슬리퍼 옆에 넓적한 평발로 신어서 늘어난 연갈색 슬리퍼가 나란히 있는 것이 먼저 눈에 보였다. 슬리퍼라기보다는 진지의 발이 그곳에 있는 느낌이었다. 책상다리로 앉아 무좀 걸린 발의 표피를 조금씩 벗겨내는 모습이 머리를 스쳤다. 구두를 벗고 자신의 슬리퍼로 갈아 신은 다음 진지의 누추한 슬리퍼를 벽 쪽으로 냅다 걷어찼다. 불을 켜지 않아 캄캄한 집 안에서 베란다 쪽의 커튼만 직사각형으로 부옇게 떠오른 것처럼 보였다. 아래층의 부엌에서 달콤 짭짤한 반찬 냄새가 풍겨왔다. 왜 이렇게 외로울까?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그대로 문틀에 어깨를 기댔다. 이렇게 외로운데 나는 왜 사람이 싫을까? 이렇게 외로우면서도 사람이 싫으니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진지, 그 남자,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남자가 싫다. 무엇 하나 해주는 게 없다. 주는 척하면서 토와코에게서 뭔가를 빼앗아 간다. 진지가 싫다. 죽을 만큼 싫다. 그런데 나는 왜 자꾸 진지를 생각하고 있을까? 만약 이대로 진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는 도대체…….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스크린 같은 커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도대체……’의 다음 여백에 어떤 말을 채워 넣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벽의 스위치를 더듬다가 언제인가 진지가 들려주었던 붉은 게 이야기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p. 26 그게 언제였지? 아마 T건설을 그만두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쿠로사키가 실종되었다는 5년 전과 시기적으로도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분명히 요즘처럼 추운 계절이었다. 그날 밤 진지는 연락도 없이 들어오지 않았다. 토와코가 동틀 무렵에 눈을 뜨자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서 들여다보니 진지가 알몸으로 대야에 뭔가를 빨고 있었다. 웅크려 앉아 있던 진지가 피막이 벗겨지기라도 한 것처럼 허옇게 번쩍이는 눈으로 토와코를 돌아보았다. 타일 위로 붉은 거품이 둥둥 뜬 더운 물이 철철 넘치며 배수구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토와코. 진지가 쉰 목소리로 불렀다. ―누워 있어. 나중에 주물러줄게. 이상한 낌새에 눌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욕실 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었더니, 괜찮아, 걱정 마, 라고 말하며 일어서서 어깨를 잡았다. ―근데 옷이 왜 그렇게 흙투성이가 되었어? 당신 옷 맞지? 그리고 이 빨간색은 피 같은데. 진지, 무슨 일 있었어? 진지는 토와코를 욕실에서 밀어내며 잠자코 욕실 문을 닫았다.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당신 진짜 이상해.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토와코……, 아무 일도 아니야. 괜찮아. 술에 취해 길에서 넘어졌어. 머리를 부딪쳐서 피가 났는데 그대로 길바닥에서 잠을 자서 그래. 비가 오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잤더니 이렇게 됐네. 술 냄새도 지독하고 엉킬 정도로 덥수룩하게 자란 곱슬머리에는 채 마르지 않은 진흙이 덕지덕지 붙었다. ―여기 좀 만져 봐. 여기에 혹이 났지? 봤지? 토와코의 손을 잡고 더러운 머리카락을 헤집듯 뜨거운 두피를 만지게 했다. 옆머리 뒤쪽에 부드러운 혹이 확실하게 잡혔었다. ---p.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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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자신을 참혹하게 버린 쿠로사키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토와코는 열다섯 살 연상의 남자 진지와 6년째 동거 중이다. 돈도 지위도 없고 하는 짓마다 어눌하고 볼품없는 진지는 집요할 정도로 토와코에게 집착하고, 그런 진지를 토와코는 지독하게 혐오하고 학대하면서도 헤어지지는 않고 진지에게 얹혀살고 있다. 고장난 손목시계 때문에 알게 된 백화점 직원 미즈시마와 불륜을 저지른 토와코는 진지를 벗어나 미즈시마와 새 삶을 살아가는 미래를 꿈꾸며 그에게 점점 몰두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토와코의 집을 찾아온 한 형사로 인해 그녀의 일상은 불안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발작적으로 쿠로사키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던 게 계기가 되어 토와코를 찾아 온 형사는 쿠로사키가 5년 전부터 실종 상태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준다. 뒤늦게 알게 된 의외의 사실에 놀라던 토와코는 불현듯 어떤 핏빛 기억의 편린을 떠올리게 되고, 어쩌면 진지가 쿠로사키를 죽인 게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불륜 상대인 미즈시마의 주변에 수상한 스토킹과 협박 사건이 잇따르자 토와코는 진지에 대한 의혹에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되고 모종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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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코로』,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의 작가 누마타 마호카루가 선보이는 장편 순애 미스터리 ―그래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올해 『유리고코로』,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으로 국내 문학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작가 누마타 마호카루의 신작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이 북홀릭에서 발행되었다.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은 2006년 발표된 누마타 마호카루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사랑에 망가진 여자, 사랑에 집착하는 남자―평범하지 않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미스터리적 구조 아래에서 색다른 시각으로 긴장감 있게 풀어나간다. 대인기피증세에다 하는 일 없이 비디오나 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토와코는 8년 전 자신을 참혹하게 이용하고 버린 남자 쿠로사키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33세의 여자. 헤어진 후 나사 풀린 사람처럼 살다 만난 진지라는 남자와 6년째 동거 중이다. 진지는 하는 짓마다 어눌하고 추접하며 돈도 지위도 없는 볼품없는 남자로, 토와코보다 열다섯 살이나 많다. 토와코는 진지를 혐오스러워하고 무시하며 함부로 대하고, 진지는 그런 토와코에게 집요하리만치 집착하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토와코를 찾아온 형사로 인해 쿠로사키가 5년 전부터 실종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묘하게 위태로워지기 시작하는데……. 소설 초반부는 일그러진 두 남녀의 미워하고 집착하는 특이한 사랑 이야기로 보이지만, 중반부에 쿠로사키의 실종 사실이 드러나면서 서서히 미스터리적 풍모를 갖추며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쿠로사키의 실종에 연관이 있어 보이는 진지의 행동과 말들, 그리고 진지의 도가 지나친 스토킹과 협박. 그리고 결말을 향해 가면서 선연히 떠오르는 진실은 너무나 뜻밖이라 그냥 막연한 오한처럼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섬세한 심리묘사와 뛰어난 구성 아래에서 숨 돌릴 틈 없이 진행되고,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독자들은 뭐라 말할 수 없는 한 편의 독특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 아래 그저 신음 같은 호흡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마타 신드롬, 파란만장한 이력만큼이나 독특한 작품 세계 누마타 마호카루는 2005년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이란 작품으로 ‘제5회 호러서스펜스대상’을 받으며 56세의 나이에 늦깍이 데뷔한 작가다. 늦은 나이에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한 것도 화제였지만, 신인답지 않은 치밀하고 긴박감 넘치는 필력과 섬세한 심리 묘사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데뷔작은 물론, 이후 발표한 몇 편의 작품엔 모두 일관된 누마타 마호카루만의 묘한 특징이 있다. 누마타 마호카루의 작품 속 이야기는 뭔가 불편하다. 읽는 사람들에게 결코 마음 편하게 다가가지 않고 불온하게 사람 마음속을 파고든다. 또, 기존의 가치관을 뒤흔들 만큼 강렬한 서사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불편하지만 불쾌하지는 않다. 오히려 구원이 기다리고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온화함이 배어나온다. 그녀의 작품이 가진 이런 특징은 어쩌면 그녀의 평범하지 않은 인생 이력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20대에 결혼을 해 주부가 된 그녀는 30대에 이혼을 하고 친정인 사찰의 주지가 되기 위해 출가해 승려가 된다. 그리고 마흔 넷에 친구와 동업해 건설 컨설팅 회사를 차리지만, 10년 만에 파산한다. 파산 후, 대인공포증 증세가 있었던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다가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56세의 나이인 2005년, 장편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으로 제5회 호러서스펜스 대상을 받으며 데뷔하게 된다. 이후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2006)』, 『고양이 울음(2007)』, 『아미다사마(2009)』 등을 발표하였고, 2011년 화제작인 『유리고코로』를 발표한다. 그리고 『유리고코로』로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면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일본에 ‘누마타 현상’이라는 묘한 바람을 일으켰다. 일반적이지 않은 그녀의 인생이력 때문인지 그녀의 소설은 호오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그녀의 장점인 탐미적인 문장과, 꼼꼼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표현과 심리묘사, 그리고 사랑이라는 만인의 관심사를 조금은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다루는 그녀의 시각에 매료된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에 열광한다. 반면, 누마타의 소설에서 풍기는 불쾌하고 불편한 느낌,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야 미스(イヤミス, 싫은 느낌이 드는 미스터리)’라는 평을 달며 그녀의 작품을 불편해 한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에 따라붙는 상반된 견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이 뛰어나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 독자를 딴눈 팔지 못하게 사로잡고, 휘두르고, 희롱하며 결말까지 함께 가게 만드는 그녀의 필력만큼은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이런 힘이 바로 ‘누마타 현상’이라는 거센 바람을 일으킨 이유일 것이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사랑을 아직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각오하시라! 끌려갈 것임을, 버림 당할 것임을, 불안하고 어수선해서 울고 싶어질 것임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누마타 마호카루라는 작가로부터 도망칠 수 없게 됨을.” ―후지타 카오리(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