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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PROLOG / 나의 이력서 4

1부

왕뚜껑전 16
계량기 23
갑춘이 27
염색 32
교무 수첩 35
가을 산행 40
망상(妄想) 45

2부

목욕탕 52
벙어리장갑 56
뻐드렁니의 슬픔 60
골목 안 사람들 63
삐삐유감 66
사월의 내 고향 70
성자가 된 날라리 72
송 씨 76

3부

열점박이무당벌레 이야기 82
조의(弔意) 87
종달새 91
텔레비전에 나온 내 팔 96
폼생폼사 100
할아버지의 추억 104
전철 인생 110
건들지마 여행 113
조삼룡전 116

4부

금강산 유람기 128
지리산 종주기 136
환상의 섬 보라카이 147
북경 보고서 158
사가미하라시를 다녀와서 169

저자 소개 1

1996년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하였다. 2012년 에세이스트 올해의작품상을 수상하였다.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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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0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97g | 153*224*12mm
ISBN13
9791189958176

책 속으로

방학이라 늦게까지 이불속에 누웠는데
아내가 일어나더니 수돗물이 안 나온다네
그 말 듣는 순간 화들짝 놀라
수돗물이 안 나온다니 그럴 리가
겨울철이면 계량기로 고생한 우리 식구
바람이 몰아치는 외벽에 설치되어
날이 추우면 수시로 얼어붙고
계량기 동파되기 일쑤였어
보온장치 잘해 놓은 남의 집 계량기
볼 때마다 부럽기가 그지없어
이참에 큰맘 먹고 보온장치하려고
헌 옷 가득 골라 계량기에 채우고
테이프 동원하여 덕지덕지 붙이니
그럴듯한 계량기 이제는 걱정 없네
집에 들어서고 나설 때마다
흐뭇하게 미소짓고 한참을 바라보며
겨울이 하루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매서운 강추위 몰아치길 바랐는데
어찌 된 일인지 강추위 오질 않아
그러다가 드디어 강한 바람 몰아치자
내가 만든 멋진 작품 흐뭇하게 바라보며
반갑다 추위야 오래도록 머물러라
세상에 이처럼 기쁜 일이 또 있으랴
그러면서 아내에게 으스대며 하는 말
이번 겨울은 걱정하지 말라며
우리 집 바로 아래 계단을 바라보니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래층 사람들 보온장치를 하질 않아
계량기 뚜껑이 열려 덜컹덜컹
집에 들어설 때마다 그 모습 바라보며
한심한 사람들이군 혼잣말을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는 아내의 말에
“아랫집 사람들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저렇게 게으른 사람들은
계량기가 팍 터져서 고생을 해야 해”
저런 집 계량기가 멀쩡하면
열심히 계량기 싼 내가 손해 볼 것 같아
아내의 앞에서 큰소리를 쳤는데
우리 집 계량기가 얼어붙다니
자다가 벌떡 일어나 그럴 리가 없다며
수도꼭지 틀어보니 수돗물 안 나오네
온갖 정성 다해서 보온장치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
당장 세수하고 머리를 감아야 하니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계량기를 녹이는데
어디 있는 계량기 쌌냐는 아내의 말에
“당연히 계단 위 우리 것을 쌌지
정신 나간 소리 하고 있어.”
그러자 혼자 중얼거리며 하는 말
‘아래 것이 우리 집 계량기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관리사무소로 전화하네
그런데 어이없게 아랫것이 우리집 계량기
얼어붙어 팍 터져 버리라고 욕 퍼부은
그 계량기가 우리 집 계량기라니
난생처음 계량기 보온장치 한답시고
남의 집 계량기 정신없이 싸놓고는
멀쩡한 사람에게 심한 욕을 퍼부었으니
나처럼 한심한 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지만 나같이 어리석은 사람이
언제 또 남의 계량기를 정성껏 싸 놓을까
착한 일 한 번 했으니 어찌 보면 잘된 일

--- 「계량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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