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PROLOG / 나의 이력서 4
1부 왕뚜껑전 16 계량기 23 갑춘이 27 염색 32 교무 수첩 35 가을 산행 40 망상(妄想) 45 2부 목욕탕 52 벙어리장갑 56 뻐드렁니의 슬픔 60 골목 안 사람들 63 삐삐유감 66 사월의 내 고향 70 성자가 된 날라리 72 송 씨 76 3부 열점박이무당벌레 이야기 82 조의(弔意) 87 종달새 91 텔레비전에 나온 내 팔 96 폼생폼사 100 할아버지의 추억 104 전철 인생 110 건들지마 여행 113 조삼룡전 116 4부 금강산 유람기 128 지리산 종주기 136 환상의 섬 보라카이 147 북경 보고서 158 사가미하라시를 다녀와서 169 |
|
방학이라 늦게까지 이불속에 누웠는데
아내가 일어나더니 수돗물이 안 나온다네 그 말 듣는 순간 화들짝 놀라 수돗물이 안 나온다니 그럴 리가 겨울철이면 계량기로 고생한 우리 식구 바람이 몰아치는 외벽에 설치되어 날이 추우면 수시로 얼어붙고 계량기 동파되기 일쑤였어 보온장치 잘해 놓은 남의 집 계량기 볼 때마다 부럽기가 그지없어 이참에 큰맘 먹고 보온장치하려고 헌 옷 가득 골라 계량기에 채우고 테이프 동원하여 덕지덕지 붙이니 그럴듯한 계량기 이제는 걱정 없네 집에 들어서고 나설 때마다 흐뭇하게 미소짓고 한참을 바라보며 겨울이 하루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매서운 강추위 몰아치길 바랐는데 어찌 된 일인지 강추위 오질 않아 그러다가 드디어 강한 바람 몰아치자 내가 만든 멋진 작품 흐뭇하게 바라보며 반갑다 추위야 오래도록 머물러라 세상에 이처럼 기쁜 일이 또 있으랴 그러면서 아내에게 으스대며 하는 말 이번 겨울은 걱정하지 말라며 우리 집 바로 아래 계단을 바라보니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래층 사람들 보온장치를 하질 않아 계량기 뚜껑이 열려 덜컹덜컹 집에 들어설 때마다 그 모습 바라보며 한심한 사람들이군 혼잣말을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는 아내의 말에 “아랫집 사람들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저렇게 게으른 사람들은 계량기가 팍 터져서 고생을 해야 해” 저런 집 계량기가 멀쩡하면 열심히 계량기 싼 내가 손해 볼 것 같아 아내의 앞에서 큰소리를 쳤는데 우리 집 계량기가 얼어붙다니 자다가 벌떡 일어나 그럴 리가 없다며 수도꼭지 틀어보니 수돗물 안 나오네 온갖 정성 다해서 보온장치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 당장 세수하고 머리를 감아야 하니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계량기를 녹이는데 어디 있는 계량기 쌌냐는 아내의 말에 “당연히 계단 위 우리 것을 쌌지 정신 나간 소리 하고 있어.” 그러자 혼자 중얼거리며 하는 말 ‘아래 것이 우리 집 계량기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관리사무소로 전화하네 그런데 어이없게 아랫것이 우리집 계량기 얼어붙어 팍 터져 버리라고 욕 퍼부은 그 계량기가 우리 집 계량기라니 난생처음 계량기 보온장치 한답시고 남의 집 계량기 정신없이 싸놓고는 멀쩡한 사람에게 심한 욕을 퍼부었으니 나처럼 한심한 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지만 나같이 어리석은 사람이 언제 또 남의 계량기를 정성껏 싸 놓을까 착한 일 한 번 했으니 어찌 보면 잘된 일 --- 「계량기」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