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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 7
시인의 사색이 우리에게 고향이 되고, 영혼이 되는 노래 추천사 우리 예술가곡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 12 - 탁계석(비평가, K-Classic 회장) 동심보감(童心寶感), / 16 시간의 예술성과 대중성이 함께하는 영혼의 노래 - 김효근(작곡가, 이화여대 교수) 우리가 몰랐던 우리 가곡 이야기 / 18 - 김영식(수필가, 번역가) 1.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시, 안정준 작곡 / 25 2. 그대 | 이원필 작시, 이웅 작곡 / 33 3. 아름다운 날 | 최진 작시, 최진 작곡 / 39 4. 서툰 고백 | 최진 작시, 최진 작곡 / 45 5. 첫사랑 | 김효근 작시, 김효근 작곡 / 49 6. 가을의 노래 | 김효근 작시, 김효근 작곡 / 55 7.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하여 | 황순애 시, 박대웅 작곡 / 61 8. 순수 연가 | 구근회 작시, 이웅 작곡 / 69 9.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 문효치 시, 이안삼 작곡 / 77 10. 아무도 모르라고 | 김동환 작시, 임원식 작곡 / 85 11.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시킨 시, 김효근 역시, 이웅 편곡 / 89 12. 가장 아름다운 노래 | 김효근 작시, 김효근 작곡 / 99 13. 사랑 | 이은상 시, 홍난파 작곡 / 107 14. 어머니의 사랑 | 이향숙 시, 김효근 작곡 / 111 15. 사랑중에 이별이 | 이원필 작시, 정애련 작곡, 이웅 편곡 / 117 16. 봄날의 왈츠 | 이원필 작시, 이웅 작곡 / 125 17. 있으니 | 송명희 작시, 민남일 작곡 / 131 18. 목련이여 | 탁계석 작시, 민남일 작곡 / 139 19. 마중 | 허림 시, 윤학준 작곡 / 149 20. 장미의 기도 | 이해인 시, 이웅 작곡 / 159 21. 시간에 기대어 | 최진 작시, 최진 작곡 / 167 22. 기억은 겨울을 써 내려 간다 | 최진 작시, 최진 작곡 / 175 23. 눈 | 김효근 작시, 김효근 작곡 / 181 24. 사랑하는 마음 | 임긍수 작시, 임긍수 작곡 / 187 25. 그대 창밖에서 | 박화목 시, 임긍수 작곡 / 195 26. 강 건너 봄이 오듯 | 송길자 시, 임긍수 작곡 / 199 27. 물망초 | 소강석 시, 임긍수 작곡 / 207 28. 살아가는 동안 | 김영서 시, 임긍수 작곡 / 213 29. 서시 | 윤동주 시, 정진채 작곡 / 221 30. 못잊어 | 김소월 시, 조혜영 작곡 / 225 책을 마치며 / 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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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의 기도
김현승 시 / 안정준 작곡 소프라노 김영미, 김향란 가을이 무르익어 갑니다. 실타래 같은 뭉게구름이 마냥 자유롭고 높고 푸른 하늘을 예찬하고 싶어질 땐 ‘가을의 기도’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런 일이겠지요.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한때 우리들의 마음을 뒤흔들던 체코 프라하 태생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시 ‘가을날’을 되뇌며 가곡 이야기 첫 번째 순서를 열어 보겠습니다. 가을바람은 우리들에게 푸른 쪽빛 하늘과 함께 여유로운 가을볕을 선물처럼 내어주며 가장 순수하게 익어가는 황금빛 들녘을 펼쳐줍니다. 그 깊어가는 가을, 김현승 시인은 ‘가을의 기도’를 통해서 우리들의 소망과 여린 기도를 미리 예감했을까요? 열매를 거두는 풍요로움 속에서 가을이 또는 모국어가 우리를 겸허히 채워 주리라는 것을…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를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의 기도 제작 배경 및 시인, 작곡자 이력 1956년 김현승 시인이 44세 나이에 쓴 시입니다. 한때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사춘기 청소년에게 얼마나 와 닿았을지 의문 이였지만… 교과서적 이론을 넘어 ‘절대 고독’이라는 명제를 설명하고 종교적 차원을 지나 독자의 가슴이 느끼는 대로 이해하게 하면 어떨까… 그것이 진정 시를 접하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그렇게 청취자가 느끼는 ‘가을의 기도’로 다시 태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가을의 기도’와 ‘아리 아리랑’을 작곡한 안정준 씨는 2000년 중국에서 체류하다 80세 나이로 2009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리젠시 호텔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뒤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고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젊은 시절 중동에서 의료기 사업으로 성공하는 등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음악 전공자가 아닌데도 아리 아리랑 이외에 가곡 ‘가을의 기도’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쳤습니다. ‘가을의 기도’ 창작 배경은 남성 중창단 창립 기념 곡으로 1997년 ‘프리모 깐딴떼’(이태리어 최고의 남성 성악가)를 창립하기도 했으나 2000년 사업을 이유로 중국으로 홀연히 떠났고 이후 케냐에 머물며 건설업에 종사해 왔다고 합니다. - 서울신문 기사 일부 중 비록 그는 그렇게 낯선 타국 땅에서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새로운 선율과 우주적 생명력으로 우리 곁에 섭니다. 고국의 산하에서 무한을 보고 듣는 영혼이 된듯합니다. 그의 영혼도 이곡을 타고 바람처럼 온 대지를 누리기를 바래봅니다. 신의 향연처럼 유유히 흐르는 ‘가을의 기도’ 안정준의 곡은 우리들의 정서를 아우르며 언제 들어도 새롭게 가을을 기도하게 합니다. 때론 성스런 미사곡처럼 우리를 고요한 들판으로 이끕니다. 가을들판은 그렇게 우리에게 투명하게 다가오며, 지독한 사랑의 열병 속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우리를 서서히 타오르게 합니다. 찰리 채플린의 일화처럼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적게 느낍니다. 그러나 가을은 사계절 중 우리를 가장 많이 느끼게 해주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찬찬히 듣기 좋은 ‘가을의 기도’ 선율 속에서 비록 우리들의 더딘 사랑과 찬란한 이별에 슬퍼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맘껏 책을 읽고 여행을 오가며 가을을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 「1. 가을의 기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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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색이 우리에게 고향이 되고,
영혼이 되는 노래 -‘마음을 적시는 아름다운 명곡 30선’을 선곡하며 몇 해 전, 아랍어로 풍요로운 봄을 뜻하고 유럽의 발코니로 불리는 스페인 네르하(Nerja)를 찾았을 때, 내 고향 해남의 바다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해변 산마루에 올라서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노을이 질 때까지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그림을 그리고 물장구를 치고 놀던 아련한 기억들… 섬에 도착해 간단하게 요기를 마치고 바닷가 주변을 산책하며 늦은 밤까지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었다. 새벽녘에는 책을 읽었는데 가는 비까지 내려 고향의 평온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각박한 도심 속에서 쓸려가던 시간들… 그 틈바구니 속에서 고향은 내게 안식의 공간이었다. 스페인 네르하 해변은 그런 고향의 추억을 소환해주었다. 고향의 추억과 문학에 대한 열정은 나의 삶의 원동력이었고, 음악과 소리 기행의 출발점이 되었다.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엘리엇(T.S Eliot)은 “모든 시(詩)는 극(劇)을 지향하고, 모든 극(劇)은 시(詩)를 지향한다.”라고 했다. 예술을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문학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누군가의 시가, 노래가 나를 찾아왔고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었다. 노래는 내 영혼의 양식이었으며 인격에 고매한 향기를 더했다. 맨 처음 곡을 선정하고, 선율들 속에서 시어들을 찾는 여정은 운율과 리듬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작곡자의 호흡과 맥박을 세어보는 일이었다. 곧게 뻗은 오선은 마치 전깃줄 같았고, 음표들은 철새가 되기도 했다. 감동을 주는 노래는 마치 오래전 내가 살았던 집과 같은 편안함을 주고 그 안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게 만든다. 한 주 한 곡을 소개하기 위해 노래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간… 음표들이 너울너울 춤추듯 나에게 다가오는, 전율과 감동의 순간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노래가 스스로 연주자를 찾아가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한 곡의 노래가 신의 부름을 받아 비상하는 날은 메마른 대지위에 내리는 단비 같았고, 때로는 비바람을 동반한 폭우였으며, 때로는 정원의 무심히 내리쬐는 햇살이 되기도 하였다. 멜로디의 향연, 노래의 힘은 바로 그런 것이다. 하염없이 나를 떠돌게 하며 읊조리게 만드는 것이다. 마치 신의 저주로 떠도는 방랑자처럼… 우리 삶속에서 쏜살같이 빨리 가는 시간과 덧없이 이어지는 인연은 세상 속 흩어지는 모래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우주를 본다. 가장 많이 아파 본 자가 가장 깊은 눈을 갖게 되듯이 세상 온갖 시련 속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오롯이 선율 안에서 위로를 받는다. 이에 필자는 한 곡의 가곡이 그들에게 위로와 휴식, 그리고 삶의 상처를 치유해주리라 생각한다. 2년 동안 ‘영혼을 깨우는 클래식 밴드’에 연재 했던 ‘손영미의 화요일에 만나는 우리 가곡 이야기’는 계절에 맞는 주옥같은 근 현대 아트팝과 가곡들을, 더러는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을 담고 있다. 이곡들의 배경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한자리에 모아 보았다. 노래는 우리 삶과 영혼의 양식이며 외로움을 치유하고 정서적으로 충만함을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작가적 시점의 에세이는 조금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음악다방 DJ처럼 청취자에게 말을 거는 형식을 취했다. 『마음을 적시는 아름다운 명곡 30선』은 노래와 더불어 그 노래의 탄생 이야기를 담아, 아름다운 우리 가곡이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고, 많은 이들에게 불리는 사랑받는 노래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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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윈도우에 시(詩)가 붙어 있지만 눈길을 주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분명히 우리글이지만 시를 읽는 힘이 없어서다.
시(詩)가 품고 있는 상징과 은유, 시가 말하려는 작가의 의도에 닿지 않는 이 같은 경험 부재가 노래에까지 심화된다면 가곡의 존재 역시 지하철의 무관심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 언어, 시적(詩的) 정서가 통하지 않는 일상어나 직유(直喩)만 있다면 그만큼 언어의 소통은 각박해진다. 따라서 ‘예술가곡’이란 시어(詩語)의 승화된 작품성이 살아나라면 시 낭송이 전제되어야 한다. 낭송이 그 출발인 것이다. 시에 날개를 입히는 의상 디자이너가 작곡가인 셈이다. 우리 가곡이 맛을 잘 내는 것 역시 시를 음미하여 내면(內面)에 밀어 넣는 작업이란 것을 탁월한 성악가들을 잘 알고 있다. 발음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 시 정서에 소리가 녹아들게 하는 깊이를 알지 못한다면 이를 ‘발성 가곡’(?)이라 칭하고 싶다. 언젠가 소리꾼 장사익은 발성 연습대신 계속 시를 나직하게 읊조리는 것으로 목을 푼다고 했다. 대개 성악가들이 시보다 발성에 치중함으로써 노래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옳다. 근자에 동호인 가곡이 활성화되면서 한 때 위기론이었던 가곡이 크게 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쉬운 가곡, 쉬운 정서에는 정제되지 못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 가곡에 대한 이해 부족이 한 차원 높은 예술가곡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은 우리말에 연구가 아니라 우리글을 안다는 수준에서 가곡을 다루는 습관 때문이다. 시에 눈을 틔우고. 시의 맛에 닿는 노래를 만들어 내기위해 각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성악의 기술 못지않게 작품성이 매력을 충분히 가질 때 예술가곡이 살아날 것이다. 이를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모든 입시, 콩쿠르, 대학 클래스의 학점화 등이다. 오래 전에 빌려 온 이태리, 독일, 프랑스 등의 외국 가곡에서 이제는 우리 정서의 우리 가곡이 세계로 나갈 차례가 아닌가. 세상은 변하고 순환된다. 우리의 가곡이 지구촌 가족들에게 불려질 한류(韓流)의 시간이다. 가곡의 예술화를 위해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트려 더욱 진지한 접근이 있어야겠다. - 탁계석 (비평가, K-Classic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