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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클린의 눈물
손영미
더푸른출판사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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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3

1부 사랑을 위한 비유법

사랑을 위한 비유법 10
간극 12
커피와 나 사이 14
가시 꽃 16
트라이앵글 18
상상 결혼 20
연애와 연애 사이 22
호명 24
리셋 26
#절명 28
종점 30

2부 네일아트

네일아트 32
독주의 시간 34
가스라이팅 36
프롤로그 38
초고 40
에필로그 42
퇴고 44
암전과 정전 사이 46
시소의 시간 48
사월, 연가 50
피뢰침 52
거울, 데칼코마니 54

3부 노래가 자살한다면

해남의 시간 56
곡비 58
환청 60
십자가 62
스위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64
국화꽃 피는 저녁 66
격리 68
자클린의 눈물 70
밤 그리고 극장 72
프리마 돈나 74
비엔나 76
노래가 자살한다면 78

4부 고고학적인 하루

생육 82
2021년, 고려장 84
당신의 추석 86
배웅 88
편 90
연 92
고고학적인 하루 94
고택을 읽다 96
만월 98
호우 100
연 102
봄 침향 104
봄눈에 대한 다섯 가지 시선 106
부재 108
독도 혹은 독도 110

해설 _ 황치복
페시미즘의 비전과 극적 전환의 시적 미학 112

저자 소개 1

극작가, 소설가.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가 졸업하고 동국대학교문예대학원 소설, 드라마 전공 석사과정을0 졸업했다. 한국방송작가교원 13~15기 수료 후 중국 소수민족 순회공연 연수를 계기로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구전 민요와 설화를 중심으로 우리 소리 극을 연구 개발하였으며, 그동안 드라마와 연극, 시나리오 창작 프로덕션을 운영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써왔다. 아시아투데이 「손영미의 남과 여」를 연재 하였으며, 공연미디어 전문가를 위한 연희창작, 문예창작 교실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며, 오페라와 현대 예술 가곡 발굴 및 홍보로 다양한 글쓰기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 초빙
극작가, 소설가.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가 졸업하고 동국대학교문예대학원 소설, 드라마 전공 석사과정을0 졸업했다. 한국방송작가교원 13~15기 수료 후 중국 소수민족 순회공연 연수를 계기로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구전 민요와 설화를 중심으로 우리 소리 극을 연구 개발하였으며, 그동안 드라마와 연극, 시나리오 창작 프로덕션을 운영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써왔다. 아시아투데이 「손영미의 남과 여」를 연재 하였으며, 공연미디어 전문가를 위한 연희창작, 문예창작 교실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며, 오페라와 현대 예술 가곡 발굴 및 홍보로 다양한 글쓰기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 초빙교수 역임하고, 극작가, 소설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사랑의 시작과 끝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너니까 사랑할 수 있었다』 등이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40g | 128*208*20mm
ISBN13
9791198971661

책 속으로

보이지 않는 나의 눈은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인가

가녀린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
어떤 우주의 기척이 나를 향해 달려온 것일까

나를 태울 것만 같은 빛이
꽂히듯 무대로 쏟아진다

활로 심장을 켠다
머릿속 음표들이 뛰어다닌다

온기마저 놓아버린 나의 심금이 점점 굳어간다
그런데도 비극은 멈추지 않는다

어떤 악기는 천년을 산다는데
나의 사랑과 사람은 5년 만에 떠났다

나의 몸은 슬픔의 원본
첼로여 더 이상 나를 기록하지 마라

너에게 슬픔이 중독되는걸
차마 허락할 수 없다

난 그저 파국의 주인공처럼 감긴 눈을 한 번 더 감는다

안에서 바깥으로 연주가 흐느낀다
이젠 치유와 씻김이 다른 말로 떠돌지 않는다

한 번도 나를 향해 귀를 열지 않았던
세상의 모든 미물들이 눈을 뜨고 입을 열고 나를 향해 달려온다

소중한 것과 비루한 것
강한 것과 약한 것들이 전부 다 음악이 된다

뇌와 척수가 녹아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박수와 환호가 환청으로 떠돈다

마침내 나는 음악과 슬픔의 궁극
눈물과 눈물이 끝없이 이어진다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의 첼로 곡
--- 「자클린의 눈물」 중에서

삼 년 묶은 김치로 자작자작 끓여낸 찌개처럼 너는 다가왔다

한쪽 다리가 부러져 버려진 나무 의자처럼 나는 너에게 기댔다

폐업한 후 방치된 폐건물처럼 너는 멀어졌다

정전으로 멈춘 엘리베이터 안에 날마다 갇힌 것처럼 두려웠다

온몸 피멍 뚫고 바위틈 속에서 피어오르는 민들레꽃처럼 나는 무게에 짓눌려 어깨가 아팠다

동이 틀 때 종탑 위 십자가의 떨림처럼 재회는 오지 않았다

오크통에서 십 년 동안 숙성된 와인처럼 내밀하게 나는 침묵했다

공기처럼 후일담은 허다했고, 일기예보처럼 예감은 빗나갔다

태양빛 비켜 새벽 달빛은 슬프게 기울고

새들은 나무 위에서 새봄을 알리지 않는다

담장 밑 수선화처럼 반쯤 고개를 든 채

나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처럼 온기를 자주 버렸다

은밀한 까마귀처럼 누군가 다가와 속삭였다

다시 돌아오면 진짜 사랑이 아니야

먹구름처럼 불길한 것이 나를 끌고 외길을 가고 또 갔다
--- 「사랑을 위한 비유법」 중에서

나는 나를 계속 퇴고 중이다
무차별적인 글 속에 퍼부은 자책을 밤새 고치는 중이다
처음부터 감정이입과 노출이 심한 이미지를
문장들은 쉽게 허락했다

이별이 오탈자를 부추긴 채
군데군데 끼어있는 지금
더 나아갈 수도 없는데
구성이 허술하다 못해 뻑뻑하다

후일담이 우리가 모르는 우리를 삭제했다
당신은 말줄임표가 되었고
나는 쉼표로 돌아섰다

생략법처럼 소문이 놓여있다
인과성 없는 비참이 더디게 머물고
위로를 덧붙이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밀고 당기고 두드리자
패기 어린 아집과 독선이
서서히 힘을 빼고 문맥을 벗어나려 한다

당신과 내가 서로 바라보던
아련한 뒷모습처럼
지난날의 아픔이 암시가 되어 서성이다
줄거리 속을 빠져 나간다

여운이 유유히 흐르는 에필로그가
주인공이 모르는 문제를 제시 한다
첨삭이 모두 끝나고 앙상한 뼈로
내가 남아 있다
미친 듯이 부끄럽다
또다시 삭제키를 누른다
--- 「퇴고」 중에서

오늘 나는 고려장을 하고 돌아왔다

이건 고려장이 아니야, 되뇌었지만
마음속 무거운 돌은 어쩔 수 없다

요양원 창밖으로 자줏빛 노을이 배경으로 깔렸다
텅 빈 들판이 결핍을 부추겼고
더 깊게 우는 법을 전했다

차라리 “망할 년 못 된 년” 욕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괜찮다 끼니 잘 챙겨 먹어라” 염려까지 늘어놓는다

당신의 손을 놓고 돌아서던 순간
까마귀 떼가 몰려오던 장면이 오버랩 됐다

따뜻한 기억만 남겨놓고
버림받은 기억만 쪼아 먹으면 좋으련만
그 모든 기억을 삼키고 날아갈 것만 같았다

환자는 더 이상 이 선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간호사가 배웅을 막았다
감옥처럼 느껴졌을 거다

떨리는 손을 놓고 내가 먼저 돌아섰다
당신이 맥없이 읊조리는 것만 같아
등 뒤에선 뜨거운 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 「2021년, 고려장」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한때, 말이 무력하게 느껴진 시간이 있었다.
단어들이 부서진 마음에 닿지 못하고
침묵이 오히려 진실처럼 여겨지던 시절.

그러나 나는 알게 되었다.
절망은 가장 먼저 언어를 침묵시키고
회복은 언제나 가장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는 것을.

이 시집은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말을 배우는 나만의 언어이다.
애써 외면했던 상처에게
무관심으로 지나쳤던 타인에게
그리고 오래 침묵했던 나 자신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기 시작한 어느 날의 고백이다.

나는 여전히 믿는다.
언어는 부서질 수 있지만
그 조각으로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이 시집이 침묵의 끝에서
조용히 살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닿길 바란다.

어느 날, 희망이 말을 걸듯이…

2025년 가을날
손영미

추천평

시인은 “사람이 사랑이 될 수 있음을 속삭인다”라는 구절을 통해서 세상이 부조리와 비애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공감으로 충만해 있음을 고백한다. 그러니까 손영미 시인의 『자클린의 눈물』이라는 시집은 “나의 몸은 슬픔의 원본”, 혹은 “마침내 나는 음악과 슬픔의 궁극”이라는 인식에서 “사람이 사랑이 될 수 있음을 속삭인다”는 시적 인식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다시 말해 도저한 페시미즘의 세계관과 시적 인식에서 벗어나 세상과 인생을 살 만한 것으로 희망적이고 밝게 보는 옵티미즘(optimism)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데, “달 속엔 죽은 사람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미래까지 서성인다”라는 구절이 그러한 사실을 대변해준다. 시인은 이러한 시구를 통해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황치복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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