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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3
1부 4월 11 버스의 평균율 12 깁스한 시 한 편 14 까마귀 네트워크 16 수목장 18 목요일의 패러독스1 20 목요일의 패러독스2 22 목요일의 패러독스3 24 벚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26 장소의 불문율 28 장소의 불문율 30 장소의 불문율 31 장소의 불문율 32 장소의 불문율 34 히스테리 미스터리 36 2부 유산에 관한 두 개의 퍼즐 40 이력 41 본말과 전말 사이 42 주머니에 시집 한 권이 쑥 들어가는 코트를 입고 44 스티로폼 한 조각이 46 내가 버스를 놓쳤다면 48 사소한 다큐 50 편지1 52 편지2 53 개화 이틀 전 54 공원묘지 55 불러오기1 56 불러오기2 57 못의 지대 58 진양조로, 과양각시 왈, 60 3부 촛불을 연다 64 수건의 고독사 65 플라스틱 수프 66 스트레칭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68 인간적 패턴 70 호치키스가 없다면 우리 사랑 72 간도 쓸개도 조문도 없이 74 비천무 76 우리의 양식 78 353일의 불면 80 출근길 82 가을 전어 84 알레고리 86 4부 과정도 비약도 없이 91 축 생일 92 대문의 근황 94 포장마차를 찾아서1 96 포장마차를 찾아서2 98 감옥 이야기 100 싱크대에서 101 잠언 독송 102 몽촌토성ㆍ여름 104 몽촌토성ㆍ가을 105 몽촌토성ㆍ겨울 106 몽촌토성ㆍ봄 107 한 사람 건너 108 얼룩은 더 큰 얼룩 속으로 스며든다 110 ■ 해설 _ 김유석 _ 타자의 시학 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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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이 없어서 나는 기차가 되지 못했다
기적소리 대신 클랙슨 목을 쳐들어 울음을 멀리 보내는 늑대가 되지 못하고 개처럼 목전의 먹이 앞에서 컹컹 짖었다 레일이 없어서 기차가 되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귀를 대고 들으면 지구 저편에서 후드득 자기를 뜯어 안고 달려오는 심장 그의 귀는 코너를 돌 때마다 아스팔트처럼 납작하게 지져졌다 번개와 직접 교신하는 시간대를 견디며 우리는 무지개처럼 안이했다 휘발되는 속도로 소식이 지체되었다 나무들처럼 가지런히 서 있는 연대기 태생은 번복되지 않았다 더럽혀지지 않으려고 주먹을 꼭 쥐고 버스가 달린다 버스는 버스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우르르 몰리는 슬픔들을 재배치한 뒤 불면의 차고지에서 조용히 시동을 끄는 것 외엔 --- 「버스의 평균율」 중에서 아버지! 아버지? 골목길을 지나는데 대문 안에서 누가 아버지를 부른다 어? 안쪽 어디선가 아버지가 대답한다 그러나 불러도 이 방에 안 계시고 불러도 저 뒤란에 안 계신 내 아버지 몇 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은 아버지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이상하지 않은가 아버지들의 행방이 내 아버지의 행방이 목수의 아내였던 어머니 겨울이면 허구한 날 술상을 차려냈던 어머니를 두고 아버지는 그러실 수 없는 거다 이상하지 않은가 아버지들은 멀리 가지도 못하면서 가 닿지 못하는 곳에 머물면서 아버지들은 그 끈을 그 체온을 그저 잔디 위에 널어놓으시면 다인가 --- 「장소의 불문율―공동묘지 전문」 중에서 가구들이 편안해지자 새로 바른 매화 벽지도 사방으로 팽팽히 당겨졌다 이제 못만 박으면 이사는 완료되는 것이다 여자는 거울과 액자 두 개 아코디언처럼 접히는 옷걸이를 벽에 대보곤 볼펜으로 점을 찍는다 본능적으로 점은 못대가릴 닮았다 대가리를 치켜들면서 못은 구부러지고 튀어 달아난다 벌써 몇 개짼지 여자는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불이 팍팍 꺼진다 못의 지대는 방전된다 저절로 길이 열리고 부드럽게 스며들어 상처 하나 없이 아무는 생을 여자는 살아왔던 것이다 나는 물때 낀 작은 연못 나는 갈비뼈 일렁이는 물풀 나는 잉어새끼 아무 데나 입을 대보는 나는 물 거꾸로 쏟아져 드는 오후의 수선화 나는 물살에 밀리는 꽃 그림자 나는 깊숙이 가라앉는 꿈 나는 꽃 고개를 들며 여자는 못대가리로는 가릴 수 없이 난자당한 자신의 심연을 일평생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못의 지대 전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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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시가 저 너머에 있다고 절망할 때도 있지만, 실은 직전이라는 소용돌이와 제자리걸음이라는 뇌관 사이의 구체적 운동임을 믿는다 운동이 있을 때 오늘이라는 피안도 있다 2019년 1월 이영숙 ■ 복간본을 내며 시간이 늙지 않고 흐른다는 건 퍽 다행한 일이다 7년 만의 시들은 옛 사진 속 내 얼굴처럼 못난 대로 풋풋하다 철없는 표정들과 어디든 갈 수 있겠다 2026년 3월 이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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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의 제2시집은 공간 이미지를 따라가면 아주 재미있다. 인간은 시간의 지배를 받는 존재인 것 같지만 실은 어느 공간에 있었느냐에 따라 존재의 총량이 다르게 증명된다. 시인은 제1시집의 공간, 즉 생산의 공간을 떠나 소비의 공간으로 이주하였다. 철원에서 서울로 온 것이다. 연작시 「장소의 불문율」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몇몇 공간(고시원ㆍ흡연구역ㆍ공중화장실 등) 외에도 시의 공간은 차고지ㆍ제과점ㆍ예술의 전당ㆍ인사동ㆍ몽촌토성ㆍ광화문 등 서울의 이곳저곳이 된다. 이런 공간에서 일어나는 온갖 희비극의 쌍곡선을 그리는 것이 시인이 근년에 한 일이다. 일상의 이모저모를 면밀히 관찰하여 독자를 낯선 공간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몽촌토성이 현실공간이 아닌 상상의 공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중앙대학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고, 여러 군데 강의를 하고, 평론을 왕성하게 쓰고, 이제 시를 쓰고 있다. 돌고 돌아서 걸어온 시의 세계다. 25년 만에 내는 두 번째 시집에 큰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우회로를 돌기는 했지만 시창작이라는 공간으로 '마침내' 돌아왔기 때문이다. -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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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안에 앉아있는 죄인들에게 동굴 밖 햇빛이 무슨 소용인가? 아니, 햇빛을 쐬는 이가 없어도 햇빛이 햇빛인가. 죄인을 보는 눈이 없으면 죄인이 죄인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 있은 적이 있나/ 그곳이 있다는 걸 알기나 했나”(「목요일의 패러독스 3」); 이영숙 시인이 동굴 속의 죄인을 호명하고 있다. 죄인이 죄인인 것이다. 햇빛이 햇빛인 것이다. 이영숙 시인이 죄인과 햇빛을 상호 호응시키고 있다. [죄인과 햇빛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게 한다] 신 없는 세계에서 존재자와 존재를 상호 호응시키고 있다. 이영숙 시인이 현존재를 살만하고 견딜만한 것으로 느끼게 하려고 한다; 시행발화Versrede들이 상호 긴밀한 연결관계를 넘어 상호 긴밀한 긴장관계에 돌입하였다. ‘우아함과 아울러 시편 시편들에서 단단함을 느끼게 된다.’라고 할 때 이것은 이영숙 시인을 위해 준비된 말인 것으로 보인다. - 박찬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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