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풍경을 글로 그리는 게 시일 것이다. 예컨대 감정과 인식, 시간과 공간, 실 재와 추상 등은 우리가 보고 느끼는 즉시 내면에 관념이라는 풍경으로 저장되며, 시인은 이를 현실적 감각과 사유로 반죽해 시로 축성한다. 임영화 시인에 의하면, ‘그늘 짙은 오솔길로 다녀오는/ 내 마음의 변방’(「언저리」) 같은 곳에서 ‘밖에서 우 는 풀벌레처럼 (…) 홀로 뒤척’(「낙마」)이는 사람이 시인이다. ‘마음의 변방’이 없는 시인이 있을까. 「시인의 말」에서 그는 늘 지금-여기를 탈출하여 어딘가로 가고 싶 었던 원심운동이 장년기를 넘기고 난 후에야 구심운동으로 바뀌어 지금-여기에 있게 되었음을 이렇게 고백한다. ‘헤맬 때도 있지만/ 숲의 청량한 공기 속을 나는 살게 되었다’. 시적 생애에 대한 매혹과 자존과 감사와 겸손이 다 들어 있는 소회 가 아닐 수 없다. ‘그늘 짙은 오솔길’과 ‘숲의 청량한 공기 속’이 시의 은유이고 보 면, ‘헤맬 때도 있’다는 말의 진의는 시의 창작에 대한 고뇌와 연계된다. 어쩌겠는 가. 그는 시를 살게 될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