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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3

1부


늑대보호구역 11
불온한 혹 12
그믐의 완성 14
해자垓字식 사랑 16
광기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광기 18
절개지 20
조절장애 22
문장의 증언 24
소심 씨의 하루 25
눅눅한 전언 26
소수 의견 28
처연凄然 30
트럭 32

제2부


독거노인 표류기 35
방청객 36
처음-슬쩍 37
처음-밀애 38
처음-이별 39
문상 40
꽃의 사적인 연애 방식 41
가면 42
새점 43
미래의 몽상가 44
귀가 46
25시 편의점 48
개에 대한 예의 50
요일 보고서 52

제3부


투명인간 55
부재 56
미봉未縫 57
면도 58
습관성 균열 59
오타 60
식물인간 62
묘 선생이 있는 골목 64
악몽의 습성 65
솟대를 위한 변명 66
진눈깨비의 변론 68
스팸 보고서 69
한밤의 검객 70
극락강極樂江 72

제4부


달팽이 75
서민생존헌장 76
소포클레스 극장 78
접두사 개에 대한 교양 있는 사용법 80
연습생 82
타인이라는 악취 83
데자뷰 84
그림자의 근성 85
소녀를 복습하다 86
다크써클 88
껌중독증 90
사춘기에 관한 보고서 92
통증 94
빙하유氷河遊 96
바람과 구름 그리고 농담 98

해설 _ 고봉준
불혹, 비상구가 없는 생의 시간時間 99

저자 소개 1

2008년 《시인세계》 신인상으로 데뷔한 이후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서민생존헌장』, 『1초 동안의 긴 고백』과 연구서 『정진규 산문시 연구』와 시 창작 안내서 『시클』, 시 창작 제안서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 시조 창작 제안서 『이것만 알면 당신도 현대 시조를 쓸 수 있다』를 발간했다. 첫 시집으로 청마문학상 신인상(2011)을, 두 번째 시집으로 송수권시문학상 우수상(2015)을, 세 번째 시집으로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2020)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6년엔 한국해양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
2008년 《시인세계》 신인상으로 데뷔한 이후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서민생존헌장』, 『1초 동안의 긴 고백』과 연구서 『정진규 산문시 연구』와 시 창작 안내서 『시클』, 시 창작 제안서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 시조 창작 제안서 『이것만 알면 당신도 현대 시조를 쓸 수 있다』를 발간했다. 첫 시집으로 청마문학상 신인상(2011)을, 두 번째 시집으로 송수권시문학상 우수상(2015)을, 세 번째 시집으로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2020)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6년엔 한국해양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전문가과정에서 시 창작 지도를 하면서 계간 ≪열린시학≫ 부주간을 맡고 있다. 그리고 ‘시클창작특강반’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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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20g | 128*208*20mm
ISBN13
9791198971616

책 속으로

배고픈 한 마리의 늑대가 밤을 물어뜯는다

고결(高潔)은 그런 극한에서 온다

야성을 숨기기엔 밤의 살이 너무 질기다

그러니 모든 혁명은 내 안에 있는 거다

누가 나를 길들이려 하는가

누가 나를 해석하려 하는가

발톱으로 새긴 문장이 하염없이 운다

부르다 만 노래가 대초원을 달리고

달이 슬픈 가계(家系)를 읽고 또 읽는다

그러니 미완으로 치닫는 나는 한 마리의 성난 야사( 野史)다
--- 「늑대보호구역」 중에서

출처가 비슷한 광기들이 모여 하나의 혁명을 구성하려 할 때 가장 유순한 짐승 하나가 만들어진다

광기는 혼자일 때만 완전해지므로 허름한 주점을 혼자 가는 일 따윈 피해야 한다

미치지 않기 위해 괜찮다는 포즈를 취하며 병을 깨고 달려드는 초보들이 있으니

방심하면 멱살을 잡고 전부를 그을지 모르니

환절기 땐 특히 기분을 재구성하며 먹구름을 견뎌야 한다

혼자, 아주 철저히 혼자 1인용 의자에 앉아 독주를 마실 때도 벌컥벌컥 튀어나오려는 무책임한 선언을 참아야 한다

이것은 흔해 빠진 자격증이나 면허증 같은 것, 우리는 각자 테이블에만 신경 쓰는 옹졸한 계급을 획득한다

그런데 저기, 피도 철철 흘리지 않고 광기 한 마리를 만지작거리다 마흔을 넘긴 사내가 운다

퇴직자도 미취업자도 이혼남도 아니다 단지 마흔에 들어섰을 뿐이다

감자처럼 웅크린 자세로부터 소리 없이 비굴이 샌다 이것이 진짜 기형이다 광기의 완성이다
--- 「광기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광기」 중에서

새 한 마리 날아와 심장이 따갑다

나는 나에게 혁명을 신청한다

또다시 어제의 방식을 용서한다

나의 미래가 당신과 다른 목적일 때 밤은 지루한 방향으로 돌아선다

누가 새를 풀어 혁명을 완성하려 하는가

액자처럼 벽에 걸고 감상할 수 있는 혁명은 없다

심장에 남은 절망을 모두 다 읽고 긴 한숨으로 새가 빠져나간다

새가 날아간 방향에선 살모사 같은 고독이 자란다

내가 고독에게 물려 죽으면 수천 가지의 소문이 몸 밖으로 자랄 것이다

비만한 나의 이상이 이본(異本) 속을 걷는다

1,000년 후에도 죽은 심장이 뛰고 있다면 그것은 눈을 감지 못하는 새의 독백일 게다
--- 「소수 의견」 중에서

골이 심하게 패인 집과 집 사이를 걷는다

우거진 적막을 사람들은 골목이라 부른다

지금은 골목의 내면을 연출하기 좋은 때 적당한 지점에서 술 취한 당신이 나타난다

뒤축이 한쪽으로만 닳아진 구두 소리가 들린다

집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삐걱거리는 철문의 녹슨 질문과

형광등 뒷목에 얹힌 먼지의 대답과

우울에 대한 침대의 소견을 듣는 일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 만든 골목과 계약 중이니

귀가가 늦는 당신을 위해 어둠은 폐활량을 키운다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후다닥 뛰쳐나갈 고독이란 짐승이 빈방을 사육하고 있다

당신은 방의 우울한 목젖을 보기 위해 귀가한다

삭아 내린 담벼락 위 깨진 유리 사이에서 푸른곰팡이가 꽃을 밀어 올리고 있다

달을 향해 날린 포자는 어느 별을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당신이 사라진 자리에선 여전히 집이라는 온기가 발견된다
--- 「귀가」 중에서

시인을 치다가 시신이라고 쳐 버렸다

사람을 사랑으로 치는 건 괜찮은 일

의도적인 오타 같아 시 쓰는 일이 무덤 속이란 생각

내가 살해하고 싶은 시인은 누구인가?

무덤의 비문으로 새기고 싶은 시는 어떤 문제작인가?

내 시는 분명 죽은 시이거나 앞으로 죽을 시일 테니

기막힌 은유나 기발한 상징 따윈 관 속에 넣지 말아야 한다

어떤 날은 까마귀 한 마리가 아침의 은밀한 시로 짖어 대고

언젠가는 까치 한 마리가 밤의 음흉한 구절을 물고 간다

독주에 취해 천변에 오줌을 갈긴다

내 안을 빠져나온 곰팡이 같은 것들이 구정물과 섞인다

가끔은 시체가 오히려 시인답다고 여기는 순간들이 있다

한밤중 시 잡지를 펼치면 왈칵, 울컥 시신들이 쏟아진다
--- 「오타」 중에서

나는 자본주의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서민으로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가난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신용불량자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약소국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생존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출근과 튼튼한 육체로,
저임금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출신을 계산하여,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기초수급자의 힘과 월세의 정신을 기른다.
번영과 질서를 앞세우며 일당과 시급을 숭상하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헝그리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발전하며,
부유층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지름길임을 깨달아,
하청에 하청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스스로 잔업 전선에 참여하고 월차를 반납하는 정신을
드높인다.
부자를 위한 투철한 시다바리 따까리가 우리의 삶의 방
식이며,
자유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가난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서민으로서,
조상의 궁핍을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빈민을 창조하자.

*1968년에 선포된 「국민교육헌장」 패러디.

--- 「서민생존헌장*」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나의 시들은
실패와 패배
고독과 우울
그리고 소외에 대한 필연적 반응이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을 때
내 시는 밤을 물어뜯으며 미친 듯이 발동한다.

네 가지 모두는 지금까지 나를 한 번도 편하게 방치한 적 없다.

어쩌면 이것은 어둠이란 짐승의 자기 증식이거나 자기 복제일 게다.

다음번엔 자기 증식이나 자기 복제의 늪에 빠지지 않기를….

2025년 2월

하린

추천평

시의 주변부가 있다면 하린의 시는 그곳에서 시작하여 변두리로 더 멀리 외곽으로 퍼져나간다.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은 확장이라는 ‘필연적 반응’ 그의 시를 따라 산동네 누추한 골목 쪽방으로 옥탑방으로, 돌연 반지하 혹은 늪으로 가는 경험이 그러하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들추고 싶지 않은 기억을, 적나라한 일상을 목격케 한다. 우울과 발작, 패배감이 따를 수 있다. 하린은 ‘깊은 어둠’이라는 기피되고 제한적인 구역으로 스스로를 난파하여 ‘오늘이라는 통증’을 ‘구급’한 언어로 증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시라는 삶에 지극하고 곡진하다. ‘웃으면서 우는’ 시인, ‘여름의 얼음 덩어리’처럼 뜨거운 시인으로 상극관계의 균형미를 잃지 않는다. ‘냉소와 온기’ ‘시인詩人과 시신屍身’ ‘비행飛行과 비행非行’이 길항하며 벼리는 일상의 거대한 절개지에서 ‘태양을 품는’ 특유의 자질을 보여준다. 이전의 견문을 누그러뜨린다. ‘몰래 흘린 눈물이 돌멩이가 될’ 때까지 그의 시가 이 병든 세상에서 ‘독종毒種’으로 그 아름다운 종種으로 번식할 것이다. - 김이듬 (시인)
하린의 시는 곤경과 참경의 한 극점에 닿아 있다. 흔히 이 난경과 참혹의 이유는 ‘벗어날 수 없다’는 데에서 연유한다. 시비와 가부가 진실을 파헤쳐보았으나 종내는 아무 것도 변화하지 않는 삶이란 “혼자 하는 연극”처럼 역할에 갇힌 삶이다. ‘서민’이 출신 계급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종신 계급이 될 수밖에 없는 세계에서, 비루한 진실의 역할극을 되풀이해야 하는 나는 “방치된 유전자”(「트럭」)에 지나지 않는다. “흔해 빠진 자살”과 “낡아 빠진 코러스”(「소포클레스 극장」)란 비루한 세계가 뻔히 알면서도 자기를 기만하기 위한 클리셰들이다. 오히려 “달을 향해 포자를 밀어올린 곰팡이”야말로 리얼한 주체가 된다. 그러므로 이 세계의 극빈 제조 기술에 대해 하린의 주체들이 독설과 요설을 비트박스로 질러대거나, 변종과 잡종에 대해 옹호적인 것은 당연하다. 부정과 야성에 대한 편향은 이렇게 얼개를 이루고 촌철살인의 발톱을 세운다. 세계의 야만성과 포식성에 대한 하나의 진화로서 말이다. 이 말들은 이제 송곳니가 되고자 한다. - 이현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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