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은 시인의 첫 시집을 읽는 내내 심미안이 꿈틀댔다. 언술로부터 번져 나오는 미학적 울림이 오래오래 머물렀다. 대다수 시에서 감지된 전달 과정은 다음과 같다. ‘예민하고 따뜻한 시선 + 화자가 참여한(관찰한) 정황’ → ‘시상의 확장 + 낯설게 하기’ → ‘본질성 암시 + 미학적 여운’ 이렇게 세 단계의 체계를 갖게 됨으로써 최경은은 대상에 대한 성급한 규정이나 관습적 태도를 지양하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존재의 내적 의미를 포착하여 현존을 새롭게 자리매김한다.
「손을 새기다」에서 화자는 “점토에 손바닥을 대고 힘껏” 누르는 정황을 통해 “흔들리지 않으려 무리하게 잡았다” 놓았던 “수많은 손들”을 떠올리며 시상을 확장한다. 그리하여 손과 손이 만났을 때의 관계적 맥락과 본질적 의미를 도출한다. “악수란 부서질 수도/빚을 수도 있는 경계 어디쯤”이 되는데, “한쪽이 악력을 가하면/부푼 마음도 잠시/아무도 모르게” 관계의 균열을 만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손의 관계란 삶의 관계를 함축한 표상이다. “바깥이 바깥을 만나는 일”이지만 곧바로 “안쪽의 일”로 귀결됨을 시인은 간파한다. 그런데 최경은은 형상화를 할 때 대상에 대한 예리한 시선과 더불어 항상 따뜻한 시선을 동반시킨다. ‘균열’을 결코 부정적인 요인으로만 언술하지 않고, 그것마저도 현존을 구성하는 요소로 인식하고, 안쪽으로 들어온 손의 ‘결들’을 생생하게 느끼며 살아간다.
최경은 시의 또 다른 매력은 스펀지와 같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모티브로 잡히는 순간, 철저하게 그 대상과 하나가 되어 호흡하고 감각하면서 서정시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동일화를 빼어나게 이루어 낸다. 「우드버닝」 「개미지옥」 「큐브 인간」 「재부팅」 「플라스틱 감정」 「모빌」 「캐리어」 「넝쿨이 되어」 등 시집 속의 수많은 시들이 그러한 매력을 품고 있는데, 읽는 내내 독자들은 실감과 공감이 동반된 심상의 파노라마를 흡족하게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