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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01 준비된 만남 # 02 어긋난 오해 # 03 묘한 흔들림 # 04 빚 # 05 지 환 # 06 지금부터 # 07 달콤한 시작 # 08 약혼녀 # 09 spss # 10 축제 # 11 납치 # 12 아무도 없는 곳 # 13 특종 # 14 황태자의 귀국 # 15 맞선 # 16 프러포즈 #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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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엄마, 희도에게는 할머니뻘이 되는 셈이구나. 어쨌든 지금 많이 편찮으시단다. 그래서 말인데, 아저씨와 아줌마가 미국에 있을 동안만 아들 녀석의 집에 널 맡길까 하는데, 괜찮겠니?”
“하, 하지만 그분은 정신병이 있다고……. 요양중이신 거 아니었나요?” 이전에 문석이 잠깐 꺼낸 아들 얘기를 잊어먹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질문에 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하, 정신병이라고 한건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이란다. 그저 여자를 지나치게 안 좋아할 뿐이지. 그리고 환이 녀석 집이 한국대학교와도 가깝고 하니 불편한 점은 없을게다.” “아, 네…….” 희도는 세심하게 자신이 지낼 곳까지 신경 써준 부부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공손히 그러겠다고 했다. “참, 그리고 네게 긴한 부탁이 하나 있는데…….” 말을 얼버무리는 문석의 말투에 어려움이 느껴졌다. 희도는 그의 부탁이라면 어떤 무리한 것이라도 들어줄 마음이었다. 그녀는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아저씨의 얼굴을 바라보며 밝은 목소리로 재촉했다. “괜찮으니까 시키실 일 있으면 편히 말씀해주세요, 아저씨.” “그래……. 그렇다면 염치불구하고 어려운 일을 부탁해야겠구나.” 비장함마저 서린 그의 얼굴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그녀의 등을 스쳐지나갔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네가 아들집에 지내는 동안만이라도 그 녀석을 좀 돌봐주면 안 되겠니?” “네……?” 생각지도 못한 부탁에 희도의 두 눈에 황망함이 서렸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알아차린 문석은 뒤늦게 설명을 덧붙였다. “나중에 너도 만나보면 알겠지만 그놈은 굉장히 다루기 힘든 놈이란다. 중학교 이후론 내게 실수로라도 웃지 않는 놈이었으니까 말이다.” “저, 정말요……?” 희도는 문석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 역시 아버지와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건 자신을 내버려둔 원망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번듯한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이유 없이 웃지 않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새겨 듣거라.” 희도가 반질반질한 이마를 아래위로 끄덕이자 문석은 지금까지와 달리 목소리를 낮추어 힘 있게 입을 열었다. “그 놈의 정신줄을 놓게 만들어!” “그래, 그 놈은 지금 끊어지기 직전의 팽팽한 철삿줄과 같아. 보통 사람들처럼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는 의사표현도 하고 인간다운 모습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 “하, 하지만 정신줄을 놓게 만들라니, 그건 좀…….” 덥석, 문석이 가지런히 모여 있는 희도의 두 손을 집어 들었다. “꼭 그렇게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말이 이상했다면 정정하마. 그저 그놈과 친하게 지내주었으면 좋겠어.” 이상한 부탁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당연히 친하게 지내려고 할 텐데 굳이 부탁을 하다니 말이다. 어쨌든 희도는 생각보다 쉬운 부탁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사이좋게 지낼게요.” - 본문 내용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