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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의 시간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기록
이준호
201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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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탁류의 시간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기록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9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1994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2001년 제9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수상했고, 장편동화 『할아버지의 뒤주』, 청소년소설 『그해 여름, 닷새』 『커렉터』, 장편소설 『탁류의 시간』을 출간했다. 단편소설 「10시 20분에 방영하는 9시 뉴스」가 2023년 제15회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에 선정되었으며, 장편소설 『조선 사람 히라야마 히데오』로 2024년 제3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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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38g | 135*200*19mm
ISBN13
9788982182440

출판사 리뷰

아현실비의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승재는 총상 환자를 치료해달라는 옛 벗인 문식의 부탁을 받게 된다. 문식은 일찍이 사회주의에 경도된 인물로, 그와 엮이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일이지만 승재는 의사의 도리로 환자를 치료해준다. 이 일을 계기로 승재는 종로경찰서에 잡혀와 박현철에게 고문을 당한다. 초봉의 기지로 남승재는 풀려나지만 그를 다시 찾아온 박현철은 중일전쟁에 군의로 입대할 것을 종용한다. 화북 일대에 근거지를 둔 팔로군을 소탕하는 부대의 야전병원에 배치된 승재는 온갖 종류의 죽음과 참상을 목도하다 만기 제대한다.

장형보를 살인한 죄로 자수한 초봉은 기생 행화와 남승재의 증언으로 3년 만에 출소한다. 초봉의 복심재판 변호를 맡았던 이시카와와 초봉의 동생 계봉은 이미 정식 부부가 되어 있다. 계봉 부부는 초봉의 딸 송희를 맡아서 기르겠다는 말을 꺼낸다. 송희가 살인자의 자식으로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라게 될까 염려한 초봉은 딸을 동생 부부에게 맡기고, 이시카와의 도움을 받아 옷 수선집을 차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그러나 그 시간도 잠시, 계봉 부부는 송희를 데리고 내지로 들어가 살겠다는 결심을 말한다. 둘의 결혼을 반대하던 이시카와의 부모가 그들을 받아주기로 한 것이다. 초봉은 늘 그래왔듯 체념하고 포기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송희를 보내준다.

제대 후 환자들을 돌보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승재에게 예비역 재소집 영장이 배달된다. 전황이 다급해진 남방전선으로 만주와 중국의 병력이 대거 이동한 데 따른 조처였다. 전쟁은 막판으로 치닫고 있었다. 승재가 배속된 사단은 만주 관동에서 봉천을 거쳐 남하해 주력은 여수, 일부는 목포를 경유하여 제주읍 산지항에 상륙한다. 어느 날, 승재는 한림항으로 지원을 갔다가 종군간호부로 온 명님을 만난다. 승재는 어린 명님을 계명옥에서 구해와 보살펴왔고 어느덧 처녀꼴이 박힌 명님은 승재를 마음에 품고 있다. 하지만 초봉과 계봉, 두 자매를 차례로 마음에 품었지만 둘다 떠나보내야 했던 승재는 아직 다른 여자를 받아들이는 건 용납할 수 없어 모른 척해왔던 것이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한순간인 전장에서 승재는 명님에 대한 마음을 깨닫게 되지만, 결국 고백하지 못하고 단념하고 만다. 승재는 잡념을 떨치려고 더욱더 진료에 매달린다.

마음을 열지 않는 승재, 그리고 떠나버린 송희. 초봉의 공허한 마음은 달래지지 않는다. 그때 오 씨가 나타난다. 경성에 의지가지없는 초봉은 오 씨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살림을 합치게 된다. 그러나 오 씨는 유부남에 사기꾼이었고, 가게를 비롯한 전 재산을 도둑맞은 초봉은 또 남자를 믿었다는 자기혐오에 괴로워하며 길을 떠난다.

일본이 패전하고, 조선이 해방되자 승재는 소집해제 된다. 일본군 병원장의 제안을 뿌리치고 육지로 가기 전 제주도를 유랑하던 남승재는 발목을 접질려 재생의원을 방문하게 된다. 중풍으로 쓰러졌다가 회복 중인 듯 보이는 노인은 병원을 맡아서 운영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바다에 사로잡힌 승재는 덜컥 승낙하고 병원을 수리한다. 실력이 좋은데다 친절하다고 소문나서 근동뿐 아니라 멀리서도 환자들이 찾아온다. 밤엔 아이들을 모아 병원 진찰실에서 야학을 연다. 그러던 중 승재는 빨치산을 치료해준 것을 기화로 고문을 당하게 되고 일제 경찰에서 대한민국 경찰로 변신해 있던 박현철을 다시 만나게 된다. 노인은 사형에서 무기징역까지 승재의 형량을 낮춰주며 노력했지만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뜨고 만다. 박현철은 노인의 전 재산을 빼앗고, 승재를 형무소에 집어넣는 목적까지 이룬다. 사상범으로 마포형무소에서 무기 복역 중이던 승재는 한 형무관의 목숨을 구해주고, 그 사건을 계기로 의무실의 일손을 돕게 된다.

그러던 6월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하고 승재는 출감된다. 인민해방군의 군의군관으로 입대하라는 제안을 받은 승재는 어떤 군복을 입건 사람을 살리는 건 마찬가지란 생각에 승낙한다. 전선의 교착상태가 지속되던 9월 중순, 돌연 후퇴 명령이 내려진다. 유엔군이 인천에 상륙했다는 말이 들렸고, 승재는 후퇴하다 다리에 총상을 입고 국군에게 잡혀오게 된다. 예전 마포형무소에 근무했던 의무과장의 도움으로 승재는 목숨을 구하고, 국군의 군의관으로 다시 복무할 의사를 밝힌다.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승재는 흥남철수 때 왼팔과 오른쪽 눈을 잃게 되고, 의사의 생명이 끊어진다. 병들고 다친 사람을 살린다면 어떤 길이건 상관 않고 묵묵히 걸어왔던 승재는 회한을 느끼며 제대한다. 일단 노인의 묘를 이장하고, 이제부턴 자신의 의지대로 살리라 다짐하는 승재. 군산 월명공원에 있는 보국탑이 떠오른 건 그때였다.

추천평

자그마한 시차의 조정이 때론 큰 변화의 기원이 되기도 한다. 발상의 미세한 전환이 문학사 전체의 어떤 결여를 아프게 환기시키는 까닭이다. 이준호의 『탁류의 시간』이 그런 작품에 해당한다. 『탁류의 시간』은 근대 이후 한국문학의 한 정점에 해당하는 채만식의 『탁류』를 이어쓴 소설이다. 『탁류의 시간』은, 마치 채만식에 빙의한 듯, 채만식이 되살아나서 쓴 듯, 『탁류』 이후의 시간을 재현한다. 그렇게 남승재가, 초봉이가, 계봉이가 식민지 말기와 해방공간, 한국전쟁, 그리고 분단시대를 힘겹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자, 그랬을 뿐인데,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탁류』 이후의 역사가 채만식이 ‘탁류’로 은유한 시대보다도 오히려 더 혼탁하고 참담했으며, 그것이 채만식이 ‘탁류’로 은유한 바로 그 시대의 잔여물에 기인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명백해진다. 한마디로 『탁류의 시간』은 『탁류』 를 이어쓰겠다는 발상 하나로 우리가 식민지 시기와 해방 이후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대해 전체적인 시차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음을 너무도 자연스럽고 절실하게 깨닫게 한다.

채만식의 『탁류』가 이준호의 『탁류의 시간』을 낳았다면 이준호의 『탁류의 시간』은 채만식의 『탁류』에 웅크리고 있는 현재적 가치를 놀랍도록 선명하게 되살려낸다. 이런 경우를 두고 문학사의 진정한 계승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여간 『탁류』에서 『탁류의 시간』에 이르는까지 80년이 걸렸고, 80년이 걸려서야 『탁류』의 작가는 그의 진정한 후계자를 만나게 되었다.
- 류보선 (군산대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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