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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
1. 끝까지 들어보신 분? -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 Op.67 2. 봄은 남쪽 창문으로 온다- 모차르트/ 클라리넷오중주 A장조 K.821 3. 시대와 불화하며 봄날을 즐기다- J.S 바흐/ 평균율 클라이비어 1집 4. 모든 비애(悲哀)에는 희망이 숨 쉰다- 김대중/ 「블루스, 더 Blues」 ‘300/30’ 5. 웃기며 동시에 슬픈 노래- 김국찬과 귀재들/ 「스윙잉 경성」 6. 좌절한 여행자들을 위하여- 임의진 편/ 「여행자의 노래」 7. 손으로 물 뿌리고 비질하는 아침-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F장조, Op.24 「봄」 8. 그것을 섬이라고도 부를 수 없어 여라 불렀다- J.S 바흐/ 마태수난곡 BWV.244 9. 백화제방(百花齊放)의 계절에 듣는다- 드보르작/ 교향곡 9번 E단조 Op.95 「신세계로부터」 10. 아, 저는 공항에서 만났던 사람입니다만- 말로/ 3집 「벚꽃 지다」 11. 봄 그늘 아래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어여쁜가- 사이먼 & 가펑클/ ‘The boxer’ 12. 햇살 같은 박수 소리와 아름다운 퇴장-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9번 E플랫장조 K.271 「주놈」 - 여름 - 1. 장마가 시작될 무렵 물기를 머금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B플랫장조 D.960 2. 인간들의 고통과 투쟁으로부터 떨어지지 말라- J.S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BWV.1007-1012 3. 소년에게 자전거가 있어서 다행이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E플랫장조 Op.73 「황제」 4. 여행 가방을 든 옛 남자와 새 시대의 남자-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단조 Op.47 5. 바흐 이전에 에어컨이다- 윤종신/ 9집 ‘팥빙수’ 6. 파란 바람이 불면 다함께 보사노바- 스탄 게츠/ with 로린도 알메이다 7. 정수리에 차가운 물을 내려 붓다- 박동진/ 판소리 「적벽가」 8. 여름 달이 둥실 둥실 떠오르면 내 다리 내놔- 황병기/ 가야금 작품집 5집 「달하 노피곰」 9. 베니스의 바다는 알싸하다- 체칠리아 바르톨리/ 「고풍스런 아리아: 18세기 이탈리아 노래집」 10. ‘오지라퍼’가 없는 세상- 막스 레거/ 모차르트 주제에 의한 변주와 푸가 Op. 132 11. 작은 것이 많은 것이다- 필립 글래스/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미국의 사계」 12. 도시 여행자들을 위한 시간은 남아있다- 율리우스 베르그/ 「첼로의 탄생」 - 가을 - 1. 수채화 같은 가곡- 슈베르트/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D.795 2. 가을, 시냇가의 몽돌 같은 바흐를 만나다- J.S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988 3. 고려청자의 쑥물 든 하늘빛- 김소희/ 판소리 「춘향가」 4.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미학, 호쾌함을 토하다- 배일동/ 판소리 「심청가」 5. 神도 늙는다- 에릭 클랩튼/ 「Just one night」 6. 좋은 예술은 벽을 넘는다-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1&2 BWV.1002&1004 7. 가을 저녁에는 외로운 뒷모습의 그 남자를 생각 한다- 브람스/ 현악 6중주 1번 B플랫장조 Op.1 8. 우연한 발견이 주는 삶의 즐거움- 잔 보베/ 피아노 곡집- 바흐, 스카를라티, 헨델 9. 가을 낙엽 태우는 냄새를 맡다- 헨릭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2번 D단조 Op.22 10. 하나의 생이 지나 간다- 구스타브 말러/ 「대지의 노래」 11. 가을 산책은 어슬렁어슬렁- 요제프 하이든/ 「첼로 협주곡집 Hob. VIIb 1& 2& 4」 12. 불협화음이 발생해도 가야만 한다-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 C샤프단조 Op.131 - 겨울 - 1. 라디오는 보편적 음악복지의 결정판이다- 레드 제플린/ 1집 셀프타이틀 2. 굳고 정한 갈매나무를 생각한다-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D.911 3. 음악마저 숨소리를 죽여야만 할 때- 엘레니 카라인드로우/ 「황새의 멈춰진 발걸음」 O.S.T 4. 이 시대의 거인은 누구인가-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1번 D장조 「거인」 5. 그 때 그 공관병은 무얼 하고 있을까-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6.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이문세/ 7집 ‘옛사랑’ 7. 웃으며 유유히 건너 간다- 강도근/ 판소리 「흥보가」 8. 긴 밤을 지새우며 새벽의 여명을 기다린다- 메르세데스 소사/ 「아타왈파 유팡키 작품집」 9. 세계와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레너드 번스타인/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 10. 눈 녹은 물처럼 시원하다- 도미니크 스카를라티/ 「건반악기를 위한 18개의 소나타」 11. 안정과 불화 사이의 끊임없는 밀고 당김-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5번 D장조 Op.70-1「유령」 12. 또 다른 시공간을 위한 도약-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3번 A장조 K.4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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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었다. 눈은 내리지 않았다. 나는 달세를 내는 여관방에 살았다. 적막했으나 외롭지는 않았다.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은 가끔 사물과 이야기를 나눈다. 조선시대 시인 윤선도는 전남 해남에 은거하며 물, 바위를 벗 삼아「오우가(五友歌)」를 노래했다. 영화「중경삼림」의 주인공은 매일 아침 야위어가는 비누의 건강을 걱정한다. 영화「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갇힌 주인공도 배구공 윌슨과 이야기를 나눈다.
여관방에 살던 20대의 내게는 ‘책과 음악’이 있었다. 파우스트 박사가 뛰쳐나와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도다.”라고 외치고 슈베르트는 친구들을 모아놓고 즉흥곡을 연주했다. 출근하는 아침 여관방 침대 위에 던져놓은 책과 CD를 보며 “나의 변치 않을 친구들” 이라 인사를 했다. 이후로 단 한 번도 이들과 헤어진 적이 없다. 겨울밤은 외롭거나 지루할 틈이 없다. 그 해 겨울의 기억도 벌써 20년 전 이야기다. 머리가 희끗해진 나는 지금도 인류가 만들어 놓은 숨은 마을을 찾아다니는 여행객이다.” ---「작가의 말」중에서 흑인 블루스 가수들이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노래하지 않으면서도 삶의 애환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건드렸듯이 김대중의 ‘300/30’ 역시 그렇다. 옥탑방이나 반지하방을 전전해야 하는 힘없는 자들을 위한 노래이다. 두어 번 들으면 노래방에서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멜로디도 단순하다. 친숙한 멜로디에 동시대의 사람들의 애환과 시대의 고민을 이야기하니 이것은 좋은 블루스고 좋은 음악이다. --- p.47 잔인한 봄, 마음의 위로를 위해 듣게 된 「마태수난곡」. 이 곡은 예수의 수난에서 끝이 난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가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반면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도 안다. 나는 어른 된 자의 부끄러움을 끌어안고 다시는 아이들을 허망하게 보내지 않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조용히 키울 뿐이다. 창밖으로 옅은 안개 속 바다가 가느다랗게 떨린다. --- p.79 소설가 줄리언 반스는 쇼스타코비치와 그의 음악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런 결론을 내린다. “그가 무엇으로 시대의 소음과 맞설 수 있었을까? 우리 안에 있는 그 음악--- p.우리 존재의 음악--- p.누군가에 의해 진짜 음악으로 바뀌는 음악. 시대의 소음을 떠내려 보낼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진실하고 순수하다면, 수십 년에 걸쳐 역사의 속삭임으로 바뀌는 그런 음악. 그가 고수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쇼스타코비치와 줄리안 반스, 안드리스 넬슨스와 보스턴 심포니, 무더운 여름을 잊게 해 줄 괜찮은 조합 아닌가 싶다. --- p.145 긴 여행이 아니어도 하루나 이틀쯤 낯선 도시의 여행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이다. 오래된 첼로 소리는 일상을 떠난 여행자의 ‘바람구두’가 되어 주기에 충분하다. 평소의 박자에서 살짝 어긋나지만 또한 일상의 박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짧은 여행이 좋다. 서두를 필요 없다.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길을 걷는 박자로 가을이 올 것이다. --- p.211 시간이 멈춘 경험에 대해 영화 속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들어 그 모든 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아주 짧은 한순간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좋은 예술이 가진 의미와 효과 대한 가장 좋은 답변인 것 같다. 어느 화창한 가을 오후, 올레그 카간의 바흐 연주를 듣고 느낀 내 마음도 그러했다. --- p.265 수행의 먼 길을 떠나는 것이나, 인생의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것이나, 일요일의 산책길이나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가 있다면 더 풍요로워질 것은 틀림없으니 말이다. 산책길의 하이든 음악도 인생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현명한 동반자에는 분명 미치진 못하리라. 다음 주는 아내와 산책하여 남은 생을 보존하겠다. --- p.305 좋은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그 음악을 이해하고 감응하고 나눌 수 있는 나를 기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균형감이다. 음악에서의 균형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방법은 라디오다. 특히 클래식을 처음 듣는다면 큰돈 쓰지 말고 당장 라디오를 켜면 된다. 내가 라디오 PD 출신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라디오만 한 음악 교과서는 없다. 또한 라디오는 보편적 음악 복지의 결정판이다. 무상으로 세상의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다. --- p.324 겨울이다. 낭만주의자들처럼 내면으로 숨어들기에도 좋은 계절이지만 타인의 고통에 시선을 돌려보면 더욱더 빛나는 계절이다. 눈 내린 벌판도 여럿이 함께 걸으면 덜 추울 테니 말이다. 나의 내면으로 한 걸음 들어가서 얻게 되는 깨우침만큼이나 세계로 한 걸음 후퇴해서 얻는 배움도 크기 때문이다. --- p.333 익숙한 멜로디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흘러나오는 음악이 마음에 들어서 가게 문을 열고 주인에게 “지금 나오는 노래 좋은데, 제목이 뭐에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음악에 빨려들어 가듯 동네 작은 음반가게 앞에 발을 멈추는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버스정류장 음반가게 사장님은 자신이 그날 틀었던 노래를 누군가 이렇게 오래 기억하게 되리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몇 년 전부터 동네 서점이 부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가운 일이다. 작은 음반가게도 다시 등장하면 좋으련만. --- p.369 모차르트의 짧은 도약을 들으며 세상의 누군가가, 내가 모르는 공간에서,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음이 짜릿하고 든든하다. 현실은 언제나 우리를 무겁게 만들지만 우리가 도약의 소망마저 빼앗긴다면 우리에겐 무엇이 남겠는가? --- p.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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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방에 살던 20대부터 머리 희끗해진 지금까지,
나는 여전히 인류가 만들어 놓은 숨은 마을을 찾아다니는 여행객이다 저자는 20대 시절 달세를 내는 여관방을 전전했다. 매일 아침, 여관방 침대 위에 던져놓은 책과 CD를 보며 출근했다. 적막했지만, ‘책과 음악’이 있었기에 지루하거나 외로울 틈이 없었다. 자신이 듣고 있던 바흐를 슈바이처 박사도 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자신이 읽고 있는 셰익스피어를 체 게바라와 스티브 잡스도 읽었을 거라 믿으며, 책과 음악을 친구 삼아 추운 겨울밤을 보내곤 했다. 그해 겨울의 기억이 벌써 20여 년 전이다. 머리가 희끗해진 지금도, 저자는 스스로를 ‘인류가 만들어 놓은 숨은 마을을 찾아다니는 여행객’이라 소개하며 좋은 책과 음악을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있다. 베토벤으로 시작해 모차르트와 바흐, 드보르작, 슈베르트, 쇼스타코비치, 구스타프 말러, 하이든, 브람스 같은 클래식 음악은 물론 박동진 명창과 황병기, 배일동, 김소희, 강도근 등의 국악인, 김대중, 김국찬과 귀재들, 임의진, 말로, 윤종신, 이문세 등 대중음악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스탄 게츠와 사이먼 앤 가펑클, 에릭 클랩튼, 레드 제플린, 메르세데스 소사 등의 외국 뮤지션 및 체칠리아 바르톨리, 막스 레거, 필립 글래스, 율리우스 베르그, 잔 보베, 헨릭 비에니아프스키, 엘레니 카라인드로우, 레너드 번스타인, 도미니크 스카를라티까지 다양한 음악 이야기가 풍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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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알기로는 직접 경험해봐야 하지만, 저자와 나는 20년 가까이 교유하면서도 지금껏 단 한 번을 만났다. 서로 활동하는 곳이 멀고, 각자 사는 일에 바빴기 때문이다. 겹침이 없었음에도 벗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글, 정확하게는 그가 사용했던 닉네임 ‘온갖 피륙을 펼쳐놓고 파는 상점’을 의미하는 '드팀전'이란 이름만큼 다채롭고 해학이 넘치는 글맛 때문이다. 그는 인문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식견과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이 스며든 맛깔난 글을 쓴다. 이대로 묵혀두는 것이 아쉬워 책으로 묶자고 몇 번이나 강권하여 이제야 이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지금껏 나만 알고 숨겨둔 채 즐겨 찾던 단골 명소를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혼자만 알고 그 맛을 즐기는 것은 죄악이기에 세상으로 내보낸다. 이제 세상의 뭇사람들이 그의 글을 벗 삼아야 할 때다. - 전성원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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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음악칼럼을 쓸 필자를 구하는 일은 까다롭다. 알려진 사람은 안전하지만 신선하지 않고, 새로운 필자는 검증된 바 없으므로 불안하다. 음악동네 마당발께 추천을 부탁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소개해 준 필자가 엄상준 PD다. 그는 문사철(文史哲)과 영화까지 씨줄, 날줄로 엮은 음악 글을 3년 세월 지치지 않고 보내주었다. 나는 첫 독자로서 그의 글을 펼쳐보는 복을 누렸다. 그런데, 내가 더욱 좋아한 것은 그의 가족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여름날 사랑하는 아내 아들들과 백열전구 아래 같이 누워서 황병기의 가야금 산조를 듣는 정경을 그려보라. 아름답지 아니한가. - 최정동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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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그를 처음 만났다. 그는 클래식프로그램 라디오 PD였고, 나는 게스트로 새 음반을 소개했다. 그는 음악밖에 모르던 내게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을 처음으로 건네준 사람이다. 그는 예술과 현실을 늘 연결했고, 사람과 예술 사이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관찰했다. 이 책은 삶과 음악을 구분하지 않았던 그가 오랜 세월 동안 남긴 글의 궤적이다. 음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 경계인의 시선이 남다르다. 이 책은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들었던 존 루이스가 연주한 바흐의 평균율을 떠올리게 한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사상과 존 루이스의 음악처럼, 그의 글도 그렇게 자유롭다. - 최성은 (클래식 매장 ‘풍월당’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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