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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월의 3시 / 2월의 3시 / 3월의 3시 / 4월의 3시 / 5월의 3시 / 6월의 3시 / 7월의 3시 / 8월의 3시 / 9월의 3시 / 10월의 3시 / 11월의 3시 / 12월의 3시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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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앞에 앉아 우동을 후루룩거리고 있다. 빨리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방구석 여기저기가 자꾸 신경쓰여서 청소기 돌리고, 고양이 밥그릇 씻어놓고, 우동까지 삶았더니 어느덧 이 시간이 되었다. 올해도 이렇게 시작된다. 일에 쫓겨 컴퓨터를 가족 삼아 지내는 나날이 앞으로 언제까지 이어질까? _ 1월 4일 (월)
강가에 위치한 가게에서 점심식사. 자기가 먹을 돌솥비빔밥을 여자친구한테 비비게 하고, 가만히 앉아 다리만 떨다가 그녀가 국을 가지러 간 사이에 벌써 먹기 시작한, 세로 줄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를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_ 1월 18일 (월) 집에 복사기 점검하는 사람이 왔다. 내 집에 남자가 있다._ 2월 9일 (화) 트위터를 보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시간을 도둑맞는 기분이다. 트위터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때는 이만큼의 시간을 어디에 썼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매일같이 걸었던 골목길의 한 구역이 갑자기 공터가 되었을 때, 그 장소에 어떤 건물이 서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과 비슷한가?_ 2월 26일 (금) 그릇을 씻고 있다. 설거지는 일에 치인 내게 잠시 숨 돌릴 여유를 준다. 좋은 아이디어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 뭔가를 씻다보면 문득 나오는 경우가 있어 설거지를 얕볼 수 없다. 설거지에 너무 기대를 걸다보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수 있는데, 그때는 목욕을 한다. 머리를 감는 방법도 있다. 아무튼 물에 닿는 것이 좋다._ 2월 28일 (일) 도짱이 먹을 밥과 마실 물을 준비하고 있다. 도짱은 밥을 주면 바로 먹지 않고 한참 동안 가랑이 사이를 핥으면서 관심 없는 척하다가, 내가 그 자리를 떠나면 어슬렁어슬렁 걸어와서 어쩔 수 없이 먹어준다는 태도로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 의식을 끼니마다 반드시 지키는 성실한 고양이다._ 3월 10일 (수) 우울하여 이불에서 나갈 수가 없다. 어젯밤부터 해 뜰 무렵까지 원고를 썼더니 몸이 쇠약해진 모양이다. 부탁이야. 누가 나에게 계란우동 좀 먹여줘._ 3월 15일 (일) 어떤 일로 우울해져서 꾸물꾸물 이불 속에 있다.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면 나더러 너무 예민하다고 할 게 뻔하니 이야기 할 마음이 안 생긴다. 이러하다면 우울함이 몸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는 뜻이다. 다른 경지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자. 이런 느낌이 싫지는 않다. 오히려 잘 기억해두고 싶다._ 3월 20일 (토) 방이 추워서 무릎담요를 덮고 스토브를 켰다. 도짱이 무릎 위로 올라온다. 완연한 봄 날씨를 만끽하려면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때까지는 고양이한테 사랑받을 테니 기쁘다. ― 3월 28일 (일) 트위터를 보고 있다. 눈은 컴퓨터, 손은 마우스, 무릎은 고양이에게 지배당한 오후 3시._ 4월 8일 (목) U커피의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거울 앞에 놓인 선인장 화분이 시들어 있었다. 힘이 없어 보인다. 수돗물을 조금 준다._ 7월 3일 (토) 고양이 분양받을 사람을 찾고 있는 지인이 있다. 내가 대신 트위터에 올려본다. 여태까지의 내 경험으로 보면, 분양받을 사람을 찾는 주인 밑에 태어난 고양이는 앞으로도 줄곧 행복하게 살 운명이다. 만약 분양받을 사람을 찾지 못한다 해도 결국 지금 주인이 키워줄 테니까. _ 10월 1일 (금) 불평하는 메일을 보내려고 보이지 않는 머리띠를 동여맸지만, 아무래도……라며 단념하고 만다.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만약 상대 입장에서는 그게 당연하다면? 그렇게 따지면 그것도 옳은 일이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결하면 좋단 말인가? 싸움을 준비하는 사람이 상대 입장을 생각하다니 바보 같다. 왜 내게는 이빨도 발톱도 없는가? 이제부터 이빨을 길러야 할까?_ 10월 20일 (수)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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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오늘’일 것이다.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 없이 찾아오는 오늘. 그렇기에 무심코 보내곤 하는 오늘에 주목한 사람이 있다. 아사오 하루밍.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의 ‘3시’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하루밍은 1년 동안 매일 3시의 일상을 일러스트와 글로 남겼다. 그녀가 기록한 365개의 ‘오늘’은 하루하루가 한 가닥 실처럼 이어져 1년이라는 시간이 된다. 『3시의 나』를 읽다보면 그녀가 가졌던 오늘이라는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을, 우리의 시간도 그녀의 오늘처럼 크고 작은 행복과 권태, 고통과 설렘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3시의 나』는 하루밍이 마주했던 소소하고도 특별한 오늘의 이야기이자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지겨운 일상, 그 안에서 발견하는 오늘의 ‘다름’ 아사오 하루밍의 삶에 매일같이 특별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3시의 나』의 매일 오후 3시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작업과 마감에 대한 압박, 거리에서 마주하는 고양이에 대한 단상, 책을 읽고 트위터를 하는 평범한 일상, 나른함을 떨쳐내지 못해 이불 속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림과 글을 통해 전해지는 하루밍의 365일은 뭔가 새롭다. 그건 아마도 그녀가 매일 스쳐가는 똑같은 풍경들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발견하는 ‘관찰자’로 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지독한 풍경의 관찰자! 하루밍은 주변에서 일어난 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을 놓치는 법이 없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일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 그림일기 곳곳에 배어 있다. 동시에 그동안 무심코 스쳤던 내 주변의 수많은 공간(집, 사무실, 작업실, 카페, 거리……)과 그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고양이 등이 결국 나라는 인간을 말해주는 리트머스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왜 우리 곁의 사람들과 생명들과 공간들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이 책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해준다. 『3시의 나』를 읽고 있자면 끊임없이 웃음이 번져 나온다.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 낯선 사람에 대한 발칙한 상상, 일에 대한 열정과 그 이면의 권태까지. 그림일기의 주인공이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 누구나 그냥 지나치기 마련인 사람들과 풍경의 단면. 하루밍은 그 풍경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함으로써,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어냈다. 세상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따뜻한 눈길,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드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3시의 나』는 따뜻한 책이다. 이 책과 함께, 이 책의 온기를 느끼는 당신의 오후 3시가 궁금해진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오후 3시, 그 시간의 기록을 통해 당신만의 특별한 ‘오늘’을 기억해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