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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집은 그간 편집해온 시차적인 배치 대신 ‘살아있음’에 주제를 두어 오롯이 펄떡이며 숨 쉬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 보기로 했다. 이런 생각은 ‘살고 싶지 않다’라는 시를 쓰며 들숨보다 날숨이 중요함을, 다 뱉어내지 못한 한숨이 오히려 삶의 활력이 됨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 p.7 살아도 살고 싶지 않은 날이 있지요 고단한 숨, 끊자고 멈추자고, 멈추고 싶었던 그런 날마다 들이켰던 깊은숨 지나보면 알지요, 날숨이 들숨만 못지 않음을, 다 뱉어내지 못해 지친 한숨이 다시금 살아있음의 원동력이 되는 것을 시작 메모_ 떨어지는 낙엽이 죽음을 부추긴다. 나처럼 떨어져 보라고.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낙엽은 제 할 일을 다 하고 떠나는 게 아닐까. 여름 땡볕과 태풍의 위세에도 굴하지 않고 꽃 피우고 열매 맺도록 자양분을 공급한 뒤 제 이파리의 수분을 다 말려서야 자연으로 돌아간다.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죽고 싶지 않다는 말의 동의어라 여기며 한 수 남긴다. --- p.50 사람 위에 신--- p.神) 없고 참 위에 거짓 없다 상대의 허를 찔러 잇속을 채우느니 가난에 주릴지언정 바른길로 가리라 이치에 맞지 않는 언행을 삼가시오. 영도자, 지도자가 엇길로 새는 사이 희비의 쌍곡선에서 쏟아냈던 바른말 구구절절 하신 말씀, 행실로 드러내어 주작--- p.朱雀)이 현무--- p.玄武)를 불러 평화를 노래했네 기왕에 남기신 어록, 뼛속 깊이 새기리 시작 메모_ 2019년 12월 5일은 위대한 언론인이자 사상가였던 리영희 선생(1929-2010)이 작고하신 지 9주기다.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평북 운산군에서 태어나셨지만 말년은 이곳 군포에서 보내셨다. 올해는 바른 세상을 염원한 그의 뜻을 기리는 10주기 지역행사가 반드시 치러져야 하리라. --- p.67 꽃들은 시들어도 꽃이다, 장미꽃 지면 과꽃이 피고 지고 구절초도 피고 지지. 뱀딸기 붉은 허영심, 달궈놓은 땅심 탓 더 세게 이 꽃의 껍질을 벗겨다오 제아무리 벗겨도 보이잖을 저 속살, 로망은 통속적이라 로맨스가 될 수 없다 시작 메모_ 하시모토 하지메 감독의 [꽃과 뱀-The Zero(2014년 개봉)]을 보았다. 일반여성을 납치하여 성적 노예로 삼아 실시간 생중계하는 불법 웹사이트 ‘바빌론’에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들어온 시즈코, 주체할 수 없는 성욕에 괴로워하는 전업주부 루리, 스스로 잠입한 여형사 미사키 세 여자가 모이게 된다. 고대 오리엔트의 중심이었던 바빌론이 암시하듯 영광과 굴욕이라는 양극단의 한복판에 인간욕망을 상징하는 바벨탑이 있었다. --- p.104 3.13만세운동(1919년 3월 13일)지 및 13열사릉, 용두레 우물, 15만원탈취사건(1920년 1월 4일) 기념비, 간도총영사관, 명동학교, 윤동주 생가 등 민족교육의 산실이었던 용정 일대를 두루 둘러보고 비암산 풍경구에 올랐다. 이 산 정상에는 독립지사들이 회합을 가졌던 일송정(一松亭)과 해란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경대(明鏡臺)가 있다. 산 위에 우뚝 서 있던 원래의 소나무는 일제가 1938년 일부러 고사시켰다고 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다 같이 선구자를 제창했다. 1933년에 윤해영의 노랫말에 조두남이 곡을 붙인 [선구자],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 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이때의 감상을 시조로 남겨보았다. 일일이 여삼추라, 단풍색이 곱더이다. 송곳 박을 땅도 없이 떠돌던 시절이라 정상서 쌓은 기개세(氣蓋世), 돋아나던 서릿발 해가 밝아 평강벌 나락이 익어가도 난간(難艱)에 주린 배를 채울 길 없어서 강물에 총칼을 씻어 다져보던 굳은 결의 --- pp.139-1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