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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메다스 (김몽)
평범한 제약회사 직원으로 일하던 ‘나’는 학창시절 스승 최 교수의 갑작스런 제안을 받고 연구소에서 신종전염병 ‘메다스’ 백신 연구에 착수한다. 연구진은 감염자에게 물리면 좀비가 되는 이 바이러스가 제네바 물리학자들의 실험과정에서 ‘웜홀’을 통해 지구에 온 다른 우주의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2. 연애소설 읽는 로봇 (이재만)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20대 여성 윤지수는 아무 이유 없이 대출순환업무 순번을 바꿨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게 된다. 그녀는 ‘그냥’이라는 행동패턴이 존재하지 않는 로봇이기 때문이다. 집 안 곳곳에 책을 쌓아놓고 문고판 연애소설을 탐독하는 아날로그 취향의 로봇 지수. 조사관으로 파견된 그녀를 관찰하던 충민은 지수의 이상행동이 어느 도서관 이용자와의 연애, 그리고 이별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거 자신의 전쟁 경험과 수용소 시절 아내와의 첫 만남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결국 지수의 연애 기억을 지우지 않기로 한다. 3. 경계 (황태환) 어느 날 잠에서 깬 ‘나’는 한 마리의 별레로 변신해 공중에 떠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꿈을 꾸는 동안 다른 사물이나 인간의 신체에 들어갈 수 있는 ‘꿈의 여행자’ 능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꿈의 경계에서 만난 노인은 과거 자신의 능력을 악용한 것을 반성하고 ‘나’에게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해줄 것을 제안한다. 4. 장군은 울지 않는다 (백상준) 쌍둥이 형제의 부모는 둘째가 첫째를 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괴롭히고 조종하는 것이 걱정돼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한다. 이후 평범하게 자란 쌍둥이는 나란히 영재학교에 입학하고, 그들과 같은 외계 행성의 동지들과 마침내 재회한다. 이들은 모두 외계 행성에서 지구 정복의 임무를 띠고 파견된 전사들이었던 것이다. 5. 왕의 노래 (고장원)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를 직접 볼 수 있게 되어 역사학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근미래. 그러나 보는 것만으로는 과거를 생생히 되살릴 수는 없는 까닭에 역사복원학자들의 시간여행에는 시간화가를 대동한다. 고구려 유리왕대로 함께 떠나게 된 ‘나’와 탕즈이 박사. 그러나 이번 시간여행의 진짜 목적은 역사복원이 아닌 화성 건설사업의 이권을 놓고 경쟁 중인 두 다국적 기업의 역사 게임이었다. 고구려 시조 추모왕의 옥새를 먼저 손에 넣는 쪽이 사업의 주도권을 갖기로 한 것. 6. 시티 해븐 (엄정희) 전 세계적 에너지 고갈로 황폐화된 지구에서 유일하게 불야성을 자랑하는 시티 해븐. 이 도시의 유일한 골칫거리는 뒷골목에 넘쳐나는 전쟁고아들이다. 어느 날 가디언에 붙잡힌 와이즈 일당은 수용소에 수감되고, 대담한 탈출계획을 세운다. 7. 플레그매틱 프렌드 (송종욱) 600여 광년 떨어진 우주 행성 므잉와옹기엥에서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 과학자 빙뱅과 스텐푸~. 외계 정부는 고급 과학기술을 지구인들에게 제공하는 대신 명왕성을 달라는 요구를 한다.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나’는 스텐푸~와 술을 마시게 되고, 그녀의 촉수가 전해주는 말초신경의 자극에 매혹되어, 점액질 해파리 형상을 한 외계 여성과 급기야 결혼하게 된다. 8. 사고 (조나단)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휴가를 즐기기 위해 파리행 스카이엔젤에 탑승하려던 진명은 항공사 직원에게 탑승을 거부당한다. 곧이어 인류통제국 사무관 코번과 면담을 갖게 되고, 마침내 탑승을 허락받는다. 기뻐한 것도 잠시, 스카이엔젤은 추락하고 겨우 목숨을 건진 후 디스토피아적 진실을 깨닫게 된다. 9. 고요의 언어 (이재인) 대격변 이후 폐허가 된 세계. 인류는 과거의 삶을 지속하는 ‘고요의 숲’과 철저한 계급체제 및 인간 재생 시스템으로 유지되는 ‘도시’에 나뉘어 살아간다. 최상위 S계급 장로들은 하위 계급들에게 OF-7이라는 약을 공급해 시민들을 통제하고, 반란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고요의 숲에서 ‘감응자’를 데려온다. 그러나 감응자는 시체들로 가득한 도시에 슬픔과 환멸을 느끼고 도시에 종말을 가져오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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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들의 리얼한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크로스오버 SF”
아태이론물리센터(ATCPT) 웹진 「크로스로드」의 다섯 번째 SF 컬렉션 SF 평론가 고장원을 비롯,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독창적인 작가 9인의 단편집 로맨스, 역사소설, 판타지, 추리소설 등 다양한 장르와 SF의 결합 기존 장르문학 독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어필할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들 한국 창작 SF의 도전과 실험, 성과의 장으로 알려진 웹진 「크로스로드」의 다섯 번째 SF 컬렉션『연애소설 읽는 로봇』이 출간됐다. 『얼터너티브 드림』,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에 이은 이번 컬렉션은 SF 평론가로 이름난 고장원을 필두로 백상준, 황태환, 김몽을 비롯해 장르소설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9인의 중단편작품을 엮었다. 이들은 「크로스로드」뿐 아니라 장르문학 웹진 「거울」과 「이매진」, 네이버 ‘오늘의 문학’, 드라마 및 영화, 게임 시나리오 분야에서도 활동하며 한국 SF의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 「연애소설 읽는 로봇」을 비롯한 아홉 편의 작품들은 인류종말, 대재앙, 디스토피아, 시간여행, 인공지능, 외계인과의 조우 및 침공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들은 전형적인 SF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한국사회를 직간접적으로 다룬다. 단지 배경이 한국이라서가 아니라, 작품의 현실을 규정하는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이나 문화적 코드에서 한국적 특성이 짙게 나타나는 것이다. SF 특유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사회·문화·역사적 인식을 드러내며 우리사회를 ‘SF’라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여실히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선보인 아홉 편의 작품들은 기존 SF 독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작품 내용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SF에 로맨스, 역사소설, 판타지, 추리소설 등 서로 다른 장르가 결합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표제작 「연애소설 읽는 로봇」은 인공지능 로봇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본격 SF 로맨스다. 「바이센테니얼 맨」, 「에이 아이 AI」 등의 영화에서도 종종 감정을 느끼는 로봇을 등장시켜 인간과 로봇의 교감을 그린 바 있다. 나아가 「연애소설 읽는 로봇」속 도서관 사서 로봇 윤지수는 인간과 똑같은 겉모습뿐 아니라, 전자책 시대에 문고판 연애소설을 탐독하는 취향까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의 모습을 보여준다. 짧지만 행복했던 연애의 기억만을 저장하고, 아픈 이별의 기억은 지우려는 로봇의 행동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통해 인류의 기록을 보존하는 ‘도서관’과,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영원히 데이터로 저장하고 공유하려는 로봇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다. 그 밖에도 시간여행을 통해 고구려 시대 유리왕과 사랑에 빠진 역사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SF 역사소설 「왕의 노래」, 지구인의 몸을 통해 태어난 쌍둥이 외계인, 외계인과의 결혼을 다룬 유머러스한 작품 「장군은 울지 않는다」와 「플레그매틱 프렌드」, 꿈을 통해 타인의 몸을 지배하는 기발한 소재를 액션 영화처럼 속도감 있게 풀어낸 「경계」 등은 장르 문학적 재미뿐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로서 작품성과 완성도도 갖추고 있어, 한국 창작 SF의 발전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