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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어깨에 곰 붙어 있으신데요
도서2팀 강서지 (seojikang@yes24.com)
2020.02.12.
유난히 몸이 무거운 날이 있습니다. 어깨에 곰 백 마리가 주렁주렁 달린 것 같은 날이요. 집세를 내는 것도 아니고 위로의 말 한 마디 해주지 않으면서 곰들은 “내가 먼저야” “아니야 내가 먼저야”하고 어깨 위에서 서로 싸우곤 합니다. 마사지사가 손대지 못할 만큼 제 어깨가 뭉친 건 다 그 녀석들이 마음대로 굴러다녔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 놓고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불쑥 튀어나와 툭툭 치곤 말을 거는 거죠.
“있지 있지, 나 잊은 거 아니지? 나 아직 여기 있어!” 역시 이 곰들은 전세계적으로 서식하고 있나 봅니다. 『내겐 너무 무거운』 속의 곰도 아주 하는 짓이 똑같습니다. 멋대로 집에 들어와서 침대도 소파도 태연하게 빼앗고 제 기분 따라 훌쩍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곤 하죠. 보다 보니 ‘이거 진짜 내 얘긴가?’ 싶습니다. 물론 어디서 왔는지 따져보면 저마다 고향은 다를 겁니다. 곰이 직접 대답할 일은 없겠지만 생김새와 행동거지로 추측하건대 어떤 녀석은 빈약한 통장 잔고에서 튀어나오기도 하고 또 어떤 녀석은 청소를 미루고 미루던 방구석에서 솟아 났을지도 모릅니다. 하나하나는 작고 귀여운데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 마냥 기차 놀이하며 24시간 1주일 내내 괴롭히는 자잘한 일의 연속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마다 털색이나 특징이 좀 다를 수도 있죠. 이미 지나간 일 때문에 흉터처럼 남아 버린 녀석도 있고 그냥 비를 타고 오늘 하루 우연히 내려오기도 하고. 한편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설레고 부담스러운 그런 곰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저기요, 곰 없는 행성 혹시 없나요?” 네, 아쉽지만 없습니다. 우리 다 알잖아요? 고민을 해서 곰이 없어지면 정말 좋겠지만 살아가는 한 곰이 완전히 없어지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곰이란 게 원래 그렇죠! 당시에는 정말 힘들고 이 시기가 언제 지나가나 싶은데 정신 차리고 문득 뒤돌아보면 저렇게 작은 걸로 왜 그랬나 싶기도 하고요. 때때로 남의 것은 더 작고 귀여워보이기도 합니다. (아, 물론 후자는 주의해야 합니다. “야, 넌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말이야......”라는 말 한 마디로 큰 상처를 주기 딱 좋거든요.) 그러니 별 수 있나요? 조금 미운 구석이 많더라도 좋은 점 열심히 찾아보며 사이 좋게 지내는 수밖에요. 두려움, 후회, 슬픔, 부담, 걱정 혹은 그 외 여러 다른 이름을 가진 곰과 함께 살아가는, 하지만 어떻게든 잘 지내보고 싶은 그런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주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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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곰이 같이 살자고 찾아 왔습니다 못생기고, 포악하고, 뻐드렁니가 나서 흉측한, 과자를 훔쳐 먹는 비호감의 곰이 갑자기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인공 소녀는 불쑥 나타난 곰에게 처음에는 가 달라고 정중하게 말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자 멀리 도망을 가보기도 하죠. 하지만 곰은 여전히 따라다닙니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자전거 뒤에 타 있을 때도 있고, 좋아하는 색연필을 모조리 먹어버리기도 합니다. 곰이 온 이후로 일상 자체가 달라져 버렸습니다. 편하게 쇼핑을 갈 수도 없고,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친구들이랑 제대로 놀 수도 없습니다. 어떤 방법을 써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제는 잠시 곰의 존재를 잊어버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가끔씩은 곰이 없는 척 하기도 해요.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밖으로 나가니 사람들이 저마다 크기나 모습이 다른 곰을 데리고 다니더라고요. 사실 우리 모두 어깨 위에 곰 한 마리씩은 얹고 살잖아요? 두려움이, 슬픔이 우리를 찾아 왔을 때 읽으면 좋은 책 불쑥 찾아온 낯선 존재를 마주한 당신에게 사실 곰은 실제로 두려운 존재일 수도 있지만 후회, 두려움, 고통, 슬픔 같은 낯선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편한 마음은 꼭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찾아오는 게 아니에요. 이 책에 나오는 곰처럼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일도 없이 예고도 없이 찾아올 때도 있어요. 우리가 아무리 마음을 꽁꽁 닫고 있어도 말이에요. 그럴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나요? 모른 척할 수도 있고, 애써 부정을 할 수도 있고, 괜히 씩씩한 척할 수도 있을 거예요. 어쩔 줄 몰라 그저 가만히 있을 때도 있겠죠.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대로 있을 수는 없어요. 무조건 모른 척한다고 사라지지도 않죠. 그렇다고 그냥 받아들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이런 불편한 마음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여러 번 겪는다고 해서 익숙해지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온전히 혼자서 마주해야 하죠. 이 책은 이런 낯선 감정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알려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곰을 통해서 마주침 이후의 과정을 찬찬히 보여줘 낯선 감정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하고, 누구에게나 곰은 찾아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흑백 그림으로 전하는 따듯하면서도 위트 있는 상상력 세르파 국제 그림책 대상을 받았던 작가 노에미 볼라의 신작입니다. 전작 『끝이라고?』는 다채롭고 선명한 색감으로 주목받았다면 이번에는 연필과 검은 물감 등 제한된 색으로만 작업해서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흑백 그림이라고 해서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아니라 따듯하고 유쾌한 모습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무서운 곰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나비를 따라다니는 곰, 가려지지 않는 화분 뒤에 숨어서 없는 척 하는 곰의 모습은 엉뚱하면서도 귀엽게 느껴집니다. 이 외에도 노에미 볼라만의 재치 있는 상상력은 이어집니다. 집안 곳곳에 쓰여 있는 ‘곰 출입 금지’라던가, 마당에 있는 곰 경고문, 휴가를 즐기는 곰, 쇼핑하는 곰의 모습은 낯선 감정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