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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옮긴이의 말
제1장 본질에 대한 동서양의 다양한 관점 제2장 개체적·구체적 실존, 보편적·추상적 본질 제3장 본질과 존재, 일반화와 개체성 제4장 말라르메와 송대 신유학의 본질론 제5장 신을 위해 본질론을 부정한 이슬람의 원자론 제6장 신이 없어도 본질을 부정한 선종 제7장 선은 고요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다이내믹하다? 제8장 본질론으로 보는 샤먼과 신비가의 이마주 제9장 《주역》의 원형 이마주, 무의식의 구조 제10장 불교의 만다라와 유대교의 세피로트 제11장 신의 내부에서 펼쳐지는 세피로트 만다라 제12장 이데아론·정명론·보편 본질 실재론 ㆍ책을 마치며 ㆍ미주 ㆍ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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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이 실재하지 않아도, 본질이라는 존재응고점이 없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는 또 그것 나름대로의 실재성이 있다. 본질은 없지만 사물은 있는 것이다. 본질의 실재성을 철두철미하게 부정하면서, 경험 세계에 대해서는 이른바 허무주의가 아니라 분절된 존재에 꿈이나 환상 같은 것으로는 결론 내릴 수 없는 실재성을 인정하는 것은 동양철학 여기저기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매우 특징적인 사유경향이다.--- p.52 「제1장 ― 본질에 대한 서양과 동양의 다양한 관점들」
개념적 본질의 세계는 곧 죽음의 세계다. 싱싱하게 살아서 약동하는 생명은 거기에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 앞에 있는 사물은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자신의 실재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살아 있는 사물을 살아 있는 그대로 잡을 수 있으려면 자연스럽고 소박한 실존적 감동을 통해 ‘깊게 마음에서 느끼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p.67 「제2장 ― 개체적·구체적 본질, 보편적·추상적 본질」 꽃이라는 이름은 본래는 실재하지 않는 꽃의 본질을 망상적으로 불러일으킨다. 허공에 불러일으킨 그 허구의 본질을 부정론자, 예를 들어 불교사상가는 외적 실재에 근거를 지니지 않는 것으로 여겨 즉시 떨쳐버린다. 반대로 긍정론자, 예를 들어 니야야, 바이세시카 학파에게 꽃이라는 말은 실재하는 꽃의 실재하는 본질을 지시하는 것이다.--- p.103 「제3장 ― 본질과 존재, 일반화와 개체성」 정좌靜坐와 달리 궁리窮理는 현저하게 존재론적인 것을 제1의 특징으로 삼는다. 모든 존재자의 깊은 곳에는 본질이 숨어 있다는 확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확신이 없다면 궁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것이 유교가 선종과 전혀 다른 점이다.--- p.126 「제4장 ― 말라르메와 신유학의 본질론」 동양철학에서 인식이란 의식과 존재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뒤얽힘이다. 그리고 의식과 존재의 이 뒤얽힘의 구조를 추구해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해도 본질의 실재성의 문제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실재성을 긍정하든지 부정하든지 간에. --- p.378 「제12장 ― 이데아론·정명론·보편 본질 실재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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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데리다가 인정한 세계적 석학, 이즈쓰 도시히코의 대표작
이즈쓰 도시히코는 국내에서는 낯선 인물이지만,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거장’이라는 칭호로 존경을 표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이다. 그는 전 세계 종교철학의 경전과 고전의 대표 언어인 희랍어ㆍ라틴어ㆍ히브리어ㆍ산스크리트어ㆍ한문 등을 자유로이 구사했으며 아랍어ㆍ영어ㆍ불어ㆍ독어ㆍ러시아어 등 20여 개 이상의 외국어를 섭렵한 일본 역사상 전후무후한 천재였다. 주 전공은 이슬람 철학과 이슬람 신비주의로, 이란의 왕립 이슬람사상연구소의 교수로 있었으며, 일본에서 최초로 『코란』을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그리스 신비주의, 근대 러시아 문학에 관한 저작도 많이 남겼으며 만년에는 유식불교ㆍ선불교ㆍ밀교ㆍ노장사상ㆍ주자학ㆍ카발라ㆍ중세 스콜라 철학까지 관심을 확장시켰다고 한다. 그가 지금까지 이룬 학문적 영역은 누구도 쉽게 따라잡기 어렵다. 『의식과 본질』은 이즈쓰 도시히코의 대표작으로, 일본에서 30년간 꾸준히 읽히고 있는 베스트셀러이며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의 탁월한 외국어 실력과 방대한 학문적 관심과 지식을 바탕으로 수십 년 동안 동서양 사상계를 분석, 한 권에 통합ㆍ정리ㆍ집약한 작품이다. 그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동양철학의 범주는 불교ㆍ선불교ㆍ노장사상ㆍ공맹사상ㆍ신유학ㆍ힌두교ㆍ탄트라ㆍ이슬람ㆍ카발라 등으로,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고금의 사상과 인물을 한 권 안에 모두 담아냈다. ‘본질’이라는 이름 아래 만난 수많은 사상적 거인들 저자는 ‘본질’을 키워드로 동양사상을 한눈에 훑고 있지만, 사실 본질은 중세 기독교 스콜라 철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동양철학에서 익숙한 키워드는 아니다. 독자들은 서양철학 특유의 개념을 가져다 동양철학이라는 이름 아래 나열하는 그의 글을 보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게다가 곳곳에 등장하는 서양철학자들과 그들의 문제의식이 동양철학과 혼합되어 있는 것을 보고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낯선 시도가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저자의 치밀한 의도 아래 철저하게 비교ㆍ분석한 결과다. 예를 들어 저자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이데아가 사물의 변하지 않는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운을 떼다가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어버이는 어버이다워야 한다”는 공자와 맹자의 정명론正名論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곧 바이세시카의 명실론名實論이 주장한 “이름은 그저 개념의 세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것”이라는 독특한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이데아론ㆍ정명론ㆍ명실론이 본질을 설명하는 방식은 달라도 같은 사상체계 아래에 있음을 분명히 하는 작업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구토』에서 본질을 어떻게 설명했는지를 중국의 노자의 유명有名과 무명無名 논리를 끌어와 거론하고, 또 공통적으로 본질의 허망함을 인정한 대승불교의 공空사상, 샹카라 베단타 철학의 불이론不二論이 어떤 차이점이 있었는지 비교ㆍ분석한다. 이슬람 철학과 중국의 성리학ㆍ선종이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설명하고, 주역의 팔괘와 티베트 밀교의 만다라, 유대교 신비주의 카발라에 나오는 생명나무 세피로트가 상징하는 유사성을 설명한다. 그의 이런 시공간을 넘어선 통합적 사고가 철학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하이쿠 시인 바쇼와 독일의 시인 릴케의 시세계가 어떠한 관점에서 본질을 이야기했는지를 설명하고, 중국 초나라의 애국시인이자 샤먼인 굴원의 무속적 정신세계와 장자의 철학적 우화의 세계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ㆍ분석한다. 또한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의 정신세계와 중국 송나라의 주자학자들이 주장했던 거경궁리居敬窮理의 세계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까지 이 한 권 안에 집약해놓았다. 이 밖에도 기독교 스콜라 철학자 둔스 스코투스, 에도 시대 일본의 사상가 노리나가, 유대교 신비주의 사상가 이사크 루리아, 신화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질베르 뒤랑, 이슬람 사상가 이븐 알 아라비, 원자론의 집대성자 무하마드 가잘리, 아리스토텔레스 사상가인 아베로에스, 그와 비교되는 이슬람 사상가 스후라와르디, 주돈이ㆍ정이천ㆍ주자 등 다양한 학자들이 사상적으로 연계되어 나오고 있다. 전 세계의 사상ㆍ종교ㆍ철학의 깨달음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새로운 사상체계를 정립하는 학문적 업적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독자들은 『의식과 본질』 한 권만으로 동양사상을 포함한 인류의 정신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수많은 사상적 거인들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세상은 과연 진짜일까?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단순히 동양의 종교ㆍ사상을 학문적으로 정리한 것이 아닌,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깨달음과 명상에 관한 가르침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곳곳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 책은 철학서인 동시에 명상서라 할 수 있다. 저자 이즈쓰 도시히코는 학자인 동시에 선수행자였으며, 그의 선불교에 대한 언급들을 보면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제적 체험이 통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실천에서 나온 깨달음을 담고 있기에, 이 책에 담긴 글이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독자들은 저자 이즈쓰 도시히코의 실천적 깨달음을 통해, 지금껏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인 사물들이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질은 없지만 우리 눈에 비칠 뿐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사물과 현상을 보는 인식이 바뀌어 가치관과 인생관에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는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