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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일 나쁜 혈통 바람만이 아는 대답 지층보다 깊은 의식 오전 열 시의 햇살 바람아 나를 흔들어 다오 그림자는 태양의 마음을 안다 아빠의 청춘 사랑이 오래 고여 빛을 얻을 때 추억이 다리를 건넌다 바람 위에 부는 바람 패총의 꿈 멀고 아득한 길 가슴속에 산을 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시간은 사나운 맹수처럼 하늘보다 깊은 수령 길고 먼 하루 시간은 낮은 곳에 고인다 우리는 모두 돌아가는 사람들 흐르는 강물에 손을 담그고 젊음의 한때가 거기 있었다 |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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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쁜 혈통을 타고난 게 분명하다. 핏줄이 안정되지 않아 작은 일에도 마음이 뿌리째 흔들리고 끝끝내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는 혈통. 한 자리에 정착하지 못하는 집시의 혈통이거나, 들판에서 울부짖는 이리의 혈통이거나, 종일토록 노래만 하는 베짱이의 혈통 같은 것.”
“그렇게 끝났다. 삶의 한 시기가, 사랑의 한 소절이 ,열정의 한 마디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영원이란 없는 거라고, 반디가 깜박깜박 빛을 발하듯, 그 빛나는 순간순간들을 사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날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영숙은 그것도 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절망하지 못하는 병. 아무리 험한 산 앞에서도, 아무리 높은 파도 앞에서도 주저앉지 못하는 병. 주저앉을 틈도 없이 해결책을 모색하곤 했다. 파도를 넘기 위해 필요한 장비며, 기상 관측소의 예측이며, 파도와 싸우기 위한 마음가짐이며…… 그것이 병이었다.” “마치 한 세계처럼 기타는 그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사람에게서 위안을 구하는 어리석음을 이제는 마음에서 거둬내리라.” “음악가들은 아무래도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를 닮아가는 모양이었다.” “말하고 나니 문득 피로가 밀려왔다. 앉은 자리에서 등을 뒤로 뉘어 그대로 잠들었으면 싶었다. 석 달 열흘쯤, 아니 삼십 년쯤 잤으면 좋겠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아주 많이 늙어 있었으면. 그것은 혼자 산 밑에 남아 있다가 등산을 끝내고 내려오는 사람들과 합류하는 일과 비슷하리라. 영숙은 산에 올라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이 삶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처럼 들릴지라도.”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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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노래한다. 이별할 때 노래한다.
기뻐도 노래하고, 슬퍼도 노래한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일은 균형이 맞지 않는 시소, 눈금이 옳지 않은 저울…… 노래하지 않는 젊음. 영혼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시대에 바치는, 내 가장 빛나던 시절의 마지막 노래 이 소설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소설은 삼십 대 중반, 이제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로 조금은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주인공 영숙이 십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자신의 이십 대를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한때 솔개바람이라는 무명의 그룹에서 보컬을 맡았던 영숙. 기타를 치는 혁진을 사랑하지만 그들은 각자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로 서로 안타깝게 비켜서 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영숙은 솔로 제안을 받는다. 그녀를 키우는 이건기획의 이건후 사장은 그녀의 개성은 모두 무시한 채 영숙을 ‘김서정’이라는 상품으로 만들어 간다. 한편 영숙이 빠진 솔개바람은 밤무대 일자리조차 잃지만 한 원로 가요 평론가의 도움으로 작은 공연장을 얻어 장기 공연에 들어가게 된다. 그 공연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조금씩 선전되어 점차 안정된 지지기반을 가진 든든한 그룹으로 커간다. 영숙이 스타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솔개바람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비슷하게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도 영숙과 혁진은 안타까운 사랑은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정상에 선 이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결국 혁진은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는데... 결국 그룹의 다른 동료 지운과 결혼해 도피하듯 미국으로 떠난 영숙은 그 곳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평화롭기 만한 세상을 만나게 되고, 나름대로 세상을 견디는 방법을 찾게 된다. 이 책은 여러 모로 거울상 같은 소설이다. 김형경 소설의 특징인 젊은 무리의 꿈과 좌절을 그린다는 것에서 그렇고, 1990년대 대중음악계의 살아 있는 보고서임에도, 현재 대중문화의 부흥기인 현실을 마치 예언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청춘에 대한 꿈과 좌절에 대한 희망의 찬가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현재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고전의 품격을 드러낸다. 아울러 정말 그 시대에 불렸을 것 같은, 김형경이 직접 쓴 솔개바람과 김서정이란 인물의 아름다운 노랫말은 우리가 잊었던 시절에 대한 꿈을 일깨우는 또 다른 감상 포인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