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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텍스트 그 자체가 간접적으로 들리도록 유도되어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서 최상의 즐거움을 산출해내게 된다. 만일 그것을 읽는 동안 내가 자주 위를 쳐다보고, 그 밖에 어떤 곳에 귀를 기울인다면 말이다.” - 롤랑 바르트
사진 평론과 작업, 교육에 삼십여 년간 매진해온 최건수가 그동안 찍은 사진들 중에서 두 개의 테마를 추려 작품집 『TEXT』를 펴냈다. 그는 지금까지 『사진을 바꾼 사진들』(2011)을 비롯하여 6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이번에 선보이는 『TEXT』는 평문이 아닌, 그의 생각을 사진으로 풀어낸 작품집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Luna’와 ‘White’를 테마로 삼은 작품들은 현상에 대한 재현 이미지를 벗어나 현상을 텍스트로 잡고, 이를 자신만의 이미지로 바꾸어 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번째 텍스트, Luna 최건수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공(空), 무(無), 허(虛) 같은 관념성을 어떤 대상을 통해서 드러낼 수 있는가?” 그러고 나서, 선(禪)의 불립문자(不立文字)처럼 말하지 않고 쓰지 않는 세계만이 진정한 공, 무, 허의 세계라면,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서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디딤돌 삼아 텍스트로서 ‘달’을 선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달은 동양철학에서 음(陰)의 세계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달로서의 보편적 의미를 담고, 카메라가 달을 물감 삼아 그리는 아름다운 음의 세계를 그는 결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텍스트, White 화이트가 기반이 된 모호함을 텍스트로 삼은 일련의 작품들은 그가 어둡고 무거운 회색의 중간 계조를 뒤로 미루어 두고 하얀 톤에 대한 가능성을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천착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안개, 구름, 눈, 적외선 사진이 만들어낸 흐릿하고 분명치 않은 이미지들은 명료하고 빈틈없는 기계적 이미지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여운을, 어수룩하고 순진하여 보는 이의 상상이 개입될 수 있는 틈을 무한정 만들어낸다. 사진에서 하얀 색과 검은 색은 대칭적으로 사진의 양 끝단에 위치한다. 하얀 색은 스스로 하나의 대상이기 보다 대상에 종속적인 자리로 내려간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모든 것을 발산하며 양보하는 색, 하얀 색의 그 순수한 아름다움은 주목 받아야 마땅하다고 최건수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