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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부 삶의 최소주의 지하철에서 내리는 법 모든 것은 그 구멍에서 시작되었다 나무, 그 끝없는 도서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빛과 그림자, 빛과 풀 인간은 꿈꿀 때만이 영원하다 바룬다 새 007과 배트맨 스스로에게 모독당하다 내 안에 너를 저장한다 2부 진정한 하이테크는 언제나 로테크를 지향한다 건망증 내가 가장 많이 먹었을 때 오지래퍼의 딱 한 가지 로망 빈 시계판 비의 커튼, 스콜 내 안의 외계 이 몸은 누구의 것인가 3부 버스는 나의 도서관 보이지 않는 손 바람의 독서 만화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새우깡과 무협지 만화당 풍경 활자 중독자의 행복 거짓말의 의미 아무도 설득하지 못하는 산문들 강간의 아래쪽 회이재 단상 4부 가을비, 박쥐우산 그대와 나 사이에 있는 섬 단순한 만남 성경책 읽어 오기 한 시인이 차려준 절밥 ‘범 토끼’의 고뇌 어느 여장부의 눈물 좋으니까 좋지 구름을 만드는 공장 5부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다 세계의 중심, 카일라스 외부일까? 내부일까? 지하도와 두더지 잡기 놀이 건축가는 고집이 있어서요 우리가 새집에서 가슴이 설레는 이유 상징의 공포 귀여워야 살아남는다 흥보의 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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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로하는 지적 유희로 가득한 카툰 에세이
시인이자 건축가 함성호, 삶의 최소주의를 말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말’하는 책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을 호출해낼 수는 있다!” 시인이자 건축가로 잘 알려진 함성호 작가가 최근 ‘제주 강정 평화 책마을 준비반장’을 맡은 이후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본업인 시와 건축 외에도 만화 비평, 영화 비평, 공연 기획, 전시 기획 등등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연유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지래퍼’라는 별명까지 갖게 된 그가 틈틈이 쓰고 그린 카툰 에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 보랏빛소(퍼플카우)에서 출간되었다. 극단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거절을 잘 못하는 탓에 이것저것 안 하는 게 없는 함성호 작가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은 얼핏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듯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건축가인 그가 “최고의 건축은 아무것도 건축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과도 같은 맥락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란 제목에는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욕망의 속성’을 시를 통해 비판해온 작가의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카툰 에세이집을 통해 지금까지 읽은 책의 6할은 버스 즉 길 위에서 읽었으며, 박식하다고 소문 난 자신의 지식은 8할이 만화를 통해서 배운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니체가 쇼펜하우어의 책을 서점에서 봤을 때 무엇인가 강렬하게 자신을 이끄는 힘을 느꼈듯이 작가 함성호에게는 만화가 그러했다. ‘허무’, ‘윤회’ 등의 불교적 철학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도, 여러 분야의 잡학도 그는 만화를 통해 섭렵했노라 말한다. 오지래퍼라는 작가의 별명에 너무나도 걸맞게 이 책에는 만화 외에도 건축, 음악, 여행, 시, 영화 등등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모든 예술 활동을 통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와 더불어 인문학적인 성찰이 담겨 있다. 독자들은 방대하고도 깊이 있는 함성호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인식의 지평을 새롭게 확장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해골로 표현한 현대인의 자화상 현대인의 모습을 쓸쓸하면서도 익살스럽게 표현한 함성호의 그림을 글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괴기스러운 공포 만화 같기도 하고, 고독과 우울을 표현한 자코메티의 조각상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팀 버튼의 영화에 나오는 익살스런 주인공들 같기도 한 그의 그림들은 글이 담고 있는 메시지에 한층 기운을 불어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