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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부 삶의 최소주의 지하철에서 내리는 법 모든 것은 그 구멍에서 시작되었다 나무, 그 끝없는 도서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빛과 그림자, 빛과 풀 인간은 꿈꿀 때만이 영원하다 바룬다 새 007과 배트맨 스스로에게 모독당하다 내 안에 너를 저장한다 2부 진정한 하이테크는 언제나 로테크를 지향한다 건망증 내가 가장 많이 먹었을 때 오지래퍼의 딱 한 가지 로망 빈 시계판 비의 커튼, 스콜 내 안의 외계 이 몸은 누구의 것인가 3부 버스는 나의 도서관 보이지 않는 손 바람의 독서 만화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새우깡과 무협지 만화당 풍경 활자 중독자의 행복 거짓말의 의미 아무도 설득하지 못하는 산문들 강간의 아래쪽 회이재 단상 4부 가을비, 박쥐우산 그대와 나 사이에 있는 섬 단순한 만남 성경책 읽어 오기 한 시인이 차려준 절밥 ‘범 토끼’의 고뇌 어느 여장부의 눈물 좋으니까 좋지 구름을 만드는 공장 5부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다 세계의 중심, 카일라스 외부일까? 내부일까? 지하도와 두더지 잡기 놀이 건축가는 고집이 있어서요 우리가 새집에서 가슴이 설레는 이유 상징의 공포 귀여워야 살아남는다 흥보의 박 |
함성호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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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행복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김희조 (문학 MD /rarity@yes24.com)
2013.06.12.
한 권을 읽었는데 여러 권을 읽은 묘한 느낌이 든다는 함민복 시인의 칭찬이 책장을 넘겨보도록 부추겼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던 저자는 역설적으로 이것저것 하는 것이 꽤 많았다. 시인이자 건축가이면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각 분야 평론가로도 활동하는 동시에, 제주 강정에 돈 안 되는 도서관을 짓고, 화가들과 어울려 그림을 그리고, 영화판과 공연, 전시 기획에 참견하고, 만화를 향한 연심도 책 한 권은 족히 넘는다고. 이렇게 공사다망한 중에도 틈틈히 친구들과 술을 마신단다. (이야…)
세상 모든 것들이 나의 텍스트들이며, 나는 잡식성의 괴물이 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의 팔 할은 만화당(만화방이 아니라 그때 우리는, 만화당이라고 불렀다)에서였고, 일 할은 여성지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잡지였으며, 나머지 일 할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매혹적인 건축물들에서였다. - 본문 중에서 이렇듯 건축, 음악, 미술, 만화,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지식들이 독특한 카툰과 잘 어우러진 책. 그의 관심사가 넓다고 해서 그의 이야기의 깊이가 얕을지 모른다고 지레짐작하는 건 오산이다. 이 아이러니한 제목에는 그 동안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욕망의 속성’을 비판해온 시인으로서의 삶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삶의 최소주의를 말할 때는, 건축가답게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집을 지을 때 지켰던 ‘삼칸지제(三間之制)’ 덕목을 예로 든다. 세 칸 아홉 평 남짓한 공간 안에서 삶과 생활을 만들어 갔던 옛사람들에 비해, 모든 것이 남아서 문제인 세상에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 그리고 ‘있으면 좋을 것들’에 치여서 정작 ‘꼭 필요한 것들’이 제 자리를 잃고 마는 지금의 세상.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사르트르에 의하면…” 그러니까 ‘너의 생각을 말해봐!’ 란 것이다. 책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주지는 않는다. 단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제공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분석하고 종합해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하는 것은 다른 배움에서 온다. 늘 우리 곁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들, 도심의 거리에서, 숲에서, 집에서, 휴양지에서, 일터에서, 이로운 것들과 해로운 것들의 행간에서, 좌절과 희망의 순간순간 속에서 얻어지는 결코 거창하지 않은 사소한 깨달음들. 이 일상적인 삶의 순간 속에서 그 아이러니를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한 권의 책이 지니고 있는 생의 무게를 끝까지 알지 못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풍요로운 세상에서 한껏 편리함을 누리면서 살고 있지만, 때로는 무차별적이고 몰개성한 삶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무엇인가에 행복과 자유를 침해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이 폭넓은 '오지래퍼' 의 거침없는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유영하며 그저 마음 가는대로 살기, 아무 것도 하지 않기의 자유를 잠시나마 만끽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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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는 시간을 뛰어넘어 나에게 그 나무를 심은 이의 마음을 알려준다. 책에서 고인의 뜻과 만난다는 말도 있지만,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도 고인과 만날 수 있다. 더군다나 그 그늘에 들어갈 수 있으니 나무는 천지 사방이 트인 끝없는 도서관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p.30
인간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키지 못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p. 33 동양에서는 깊은 것들은 모두 어둡다. 현은 땅의 색이면서 사유의 깊은 지경을 나타내기도 한다. ‘현빈’이며 ‘현묘'이다. 그러니 아마 아름다울 것이다. 아름다움에는 우울과 신비가 섞여 있다. 깊은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둡다. ---pp.37~39 지하철에는 우리 내면의 우울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책을 펼치고,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에 몰두한다. 우리는 지상에 있을 때보다 지하철을 탔을 때 더 강력하게 다른 무엇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연결의 욕구가 창을 만든다. ---p.56 나는 거기서 플라톤을 다시 만났다. 그때의 기쁨, 그리고 헤겔과의 만남, 좋은 인연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나는 항상 책과 나 사이에도, 사물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경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p.118 세상 모든 것들이 나의 텍스트들이며, 나는 잡식성의 괴물이 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의 팔 할은 만화당(만화방이 아니라 그때 우리는, 만화당이라고 불렀다)에서였고, 일 할은 여성지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잡지였으며, 나머지 일 할은 여성지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잡지였으며, 나머지 일 할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매혹적인 건축물들에서였다. ---p.123 그의 생각은 곧 나의 생각으로 연금술적인 변환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을 때 나의 지식은 전 인류의 지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중략)…… 무엇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은 자신만의 실을 갖는 일이다. 그 실로 단 몇 개의 구슬이라도 꿸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독서다. ---p.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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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로하는 지적 유희로 가득한 카툰 에세이
시인이자 건축가 함성호, 삶의 최소주의를 말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말’하는 책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을 호출해낼 수는 있다!” 시인이자 건축가로 잘 알려진 함성호 작가가 최근 ‘제주 강정 평화 책마을 준비반장’을 맡은 이후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본업인 시와 건축 외에도 만화 비평, 영화 비평, 공연 기획, 전시 기획 등등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연유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지래퍼’라는 별명까지 갖게 된 그가 틈틈이 쓰고 그린 카툰 에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 보랏빛소(퍼플카우)에서 출간되었다. 극단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거절을 잘 못하는 탓에 이것저것 안 하는 게 없는 함성호 작가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은 얼핏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듯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건축가인 그가 “최고의 건축은 아무것도 건축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과도 같은 맥락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란 제목에는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욕망의 속성’을 시를 통해 비판해온 작가의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카툰 에세이집을 통해 지금까지 읽은 책의 6할은 버스 즉 길 위에서 읽었으며, 박식하다고 소문 난 자신의 지식은 8할이 만화를 통해서 배운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니체가 쇼펜하우어의 책을 서점에서 봤을 때 무엇인가 강렬하게 자신을 이끄는 힘을 느꼈듯이 작가 함성호에게는 만화가 그러했다. ‘허무’, ‘윤회’ 등의 불교적 철학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도, 여러 분야의 잡학도 그는 만화를 통해 섭렵했노라 말한다. 오지래퍼라는 작가의 별명에 너무나도 걸맞게 이 책에는 만화 외에도 건축, 음악, 여행, 시, 영화 등등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모든 예술 활동을 통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와 더불어 인문학적인 성찰이 담겨 있다. 독자들은 방대하고도 깊이 있는 함성호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인식의 지평을 새롭게 확장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해골로 표현한 현대인의 자화상 현대인의 모습을 쓸쓸하면서도 익살스럽게 표현한 함성호의 그림을 글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괴기스러운 공포 만화 같기도 하고, 고독과 우울을 표현한 자코메티의 조각상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팀 버튼의 영화에 나오는 익살스런 주인공들 같기도 한 그의 그림들은 글이 담고 있는 메시지에 한층 기운을 불어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