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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에 문화로 철학하기
01장 군자에서 시민까지 - 유교적 인간과 근대적 인간 02장 가족에서 디지털 촌수까지 - 새로운 인간관계 03장 제2의 성에서 사이보그 선언까지 - 성 차별과 페미니즘 04장 386에서 촛불 문화제까지 - 생활과 거리의 정치 05장 통기타에서 컴퓨터 음악까지 - 대중음악 06장 편의점에서 백화점까지 - 소비사회와 욕망 07장 기생충에서 아토피까지 - 위생, 건강, 그리고 웰빙 08장 새만금에서 대운하까지 - 환경 위기와 생태학적 자연관 09장 증기기관차에서 KTX까지 - 시간 체험과 공간 이동 10장 태초의 말씀에서 다원주의까지 - 현대 한국의 종교 문화 11장 단성사에서 CGV까지 - 가상과 현실 12장 경복궁에서 아셈타워까지 - 전통문화와 현대 후기 문화로 보는 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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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음악은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인 언어라고들 한다. 과연 음악은 보편적인 언어일까? 그리고 그러한 보편성은 음악이 수학적 법칙과 같은 보편적 법칙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간단히 답하자면, 음악은 결코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인 언어가 아니다. 우리 가운데 인도의 전통적인 종교음악을 듣고서 음악적 감흥을 느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도 열이면 열 사람이 모두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느낌만을 받을 것이다. 반면 같은 종교음악이라도 서양에서 만들어진 중세의 성가를 들려준다면 그 선율에 감동을 받는 사람의 숫자가 의외로 많을 것이다. 그것은 인도 음악이 원래 지루하고 서양의 종교음악은 감동적이라서가 아니라 우리의 음악적 정서가 이미 서양화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 p.93, 「통기타에서 컴퓨터 음악까지 - 대중음악」 중에서
한 스포츠 용품 회사의 유명한 광고 카피 ‘just do it’은 지금 당장 해보라며 직설적으로 모종의 실천을 권한다. 물론 광고는 당장 스포츠에 도전해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광고가 말하는 본질적인 도전과 실천의 대상은 스포츠가 아니라 소비 행위다. 이 광고 문구는 소비에 대한 현대인의 강박증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왜 필요한지 반성할 겨를조차 없이 기회가 닿으면 무조건 강박적으로 구매하는 현대인은 일종의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 즉 소비하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p.116, 「편의점에서 백화점까지 - 소비사회와 욕망」 중에서 오늘날의 웰빙은 깨끗함을 추구함으로써 질병을 피할 수 있었던 전염병 시대 건강의 변종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웰빙으로 정의한다. 개념적으로야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 세계에서 웰빙(잘 있음)은 그 범위가 심리와 사회로 확장되기는 했어도, 결국 지저분한, 그래서 위험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미아즈마와 세균이 각종 화학물질과 항생제 등 인공물, 그리고 스트레스라는 정체불명의 악당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 p.147, 「기생충에서 아토피까지 - 위생, 건강, 그리고 웰빙」 중에서 수입 밀가루를 예로 들어보자. 부두에서 수입 곡물을 하역하는 노동자들이 단순 마스크가 아니라 왜 굳이 간이 방독면을 쓰고 일하는지 안다면 아마도 수입 식품을 다시 생각할 것이다. 수입 바나나의 메틸브로마이드, 사과 주스의 다미노자이드, 오렌지주스의 각종 중금속, 쓰레기 수준의 양념 고춧가루, 농약과 항생제, 수입 밀가루의 살충제, 농약의 휘발성 방지 코팅제나 상품 가치를 높이려는 과일 광택제 등은 우리의 건강을 담보 잡고 있다. 어려운 약제 이름까지 말할 필요도 없이 어항에 오렌지를 넣으면 금붕어가 30분도 못 되어 죽고 마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드디어는 가짜 단백질 중국산 멜라민 파동이 세계를 흔들었다. --- p.163, 「새만금에서 대운하까지 - 환경위기와 생태학적 자연관」 중에서 과학기술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면 앞으로도 KTX보다 더 빠른 열차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인터넷 등 통신 기술 역시 공간 이동의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서울과 부산, 서울과 뉴욕은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며, 이론상 그 마지막 지점은 이들 도시 간의 공간적 거리가 제로 상태가 되는 상황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가속의 극한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더 이상 시·공간의 압축이 불가능한 상태, 즉 더 이상 가속이 일어나지도 일어날 수도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조차 없는 상태다. 한번 상상해보라. 서울과 부산, 서울과 뉴욕 사이에 공간적 두께가 전혀 없는 상태, 말하자면 서울이 곧 부산이자 뉴욕인 그런 상태 말이다. 우리는 이런 공간을 상상할 수 있는가. 모든 이질적이고 상대적인 공간들이 하나의 절대적 공간으로 통일되는 상태 말이다.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제로가 되는 상태, 이는 곧 모든 움직임이 소멸하는 상태임에 틀림없다. --- p.195, 「증기 기관차에서 KTX까지 - 시간체험과 공간이동」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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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창으로 문화를 들여다보다!
이 책은 언뜻 보면 철학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우리 일상의 다양한 영역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실천적인 관심에서 문화와 철학을 음미해보도록 구성했다. 군자와 시민(근대적 인간), 가족의 의미, 성과 페미니즘, 가상과 현실, 생활과 거리의 정치, 통기타와 컴퓨터 음악, 편의점과 백화점(소비사회와 욕망), 위생과 건강, 새만금과 대운하(생태학적 자연관), 시간과 공간, 한국의 종교 문화, 전통과 현대 등 이 책에 담긴 열두 주제를 철학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면서 문화에 대한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이해는 물론, 이 주제와 관련해 제기할 수 있는 철학적 문제를 탐색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에 차이가 있을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면 가족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잘 모르는 ‘문화’의 의미를 찾아가가는 철학 여행! 대중가수들이 세종문화회관이나 국립극장에 대관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 흘러나온다. 가수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구분하며 차별하는 발상이라고 불만을 터트리고, 극장 측에서는 원래 극장이 클래식과 같은 고급 음악을 공연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라는 논리로 맞받는다. ‘문화인’, ‘문화계’, ‘문화시설’, ‘대중문화’, ‘한국문화’, ‘청소년문화’, ‘교통문화’처럼 ‘문화’라는 말은 일상에서 아주 쉽게 들을 수 있지만,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렇게 상반되기도 한다. 젊은 세대들에게 극장 앞에서 “왜 극장에 왔나요?”라고 물으면 “문화를 충전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정도로 ‘문화’라는 말은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정의는 가지각색이다. 우리가 흔히 문학이나 영화, 음악과 같은 예술분야를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아주 작은 의미에서의 문화이고,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문화는 자연에 대립되는 개념, 정치, 경제, 법, 제도, 도덕, 종교, 풍속, 예술 등 인간이 이루어낸 모든 역사적 산물을 가리킨다. 이 책은 이런 문화를 철학이라는 창으로 심도 있게 들여다본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이미 우리 속에 젖어 있는 전통, 가족과 성(性), 일상적으로 하는 소비행위, 사회생활, 교회에 가는 행동, 여행하는 습관, 그밖에 주변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투쟁 등 이런 일상생활을 통틀어 문화라고 보고, 그 문화를 철학적으로 성찰해나간다. 긴 역사를 통해 형성되고 시나브로 변해가는 우리 주변의 환경은 문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책은 그렇게 변하는 주변의 다양한 문화 현상이 우리의 의식과 실천, 또 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근대적 인간, 인간관계, 페미니즘, 정치, 대중음악, 소비사회, 위생과 웰빙, 환경 위기, 공간 이동, 종교 문화, 가상과 현실, 전통문화 등 12가지 주제를 통해 철학적으로 성찰한다. 편의점에서 백화점까지, 386에서 촛불문화제까지, 증기기관차에서 KTX까지 급변하는 우리 주변의 문화를 성찰하는 길잡이 책. 지난 몇 년간 우리 주변에는 문화에 관한 담론이 쏟아졌다.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블로거들이 그 담론들을 생산해냈고, 유명한 문인들이 문화 담론의 장을 만들어 보겠다며 문화 웹진을 개설하겠다고 선언했다. 가난과 전쟁에서 민주화를 거쳐 거대 이념 담론이 사라져버린 지금, 우리는 문화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19세기 이래로 자본주의는 기계와 상품을 만들어 파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문화를 장사와 하나의 사업으로 만들었다. 문화 현상 속에는 이미 장사의 논리, 시장의 논리가 숨어들어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무의식중에 젖어 있는 각종 문화 현상, 또 우리가 즐기고 소비하는 다양한 문화 행위의 배후에 자본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사회가 변할 때마다 문화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사회적 억압이 강하고 정치적 변혁이 지체될 때는 사회적 갈등의 초점이 문화에 모아졌으며, 중요한 저항 수단이 되기도 했다. 2008년의 굴욕적인 대미 소고기 협상에 저항한 촛불문화제의 경우가 그렇다. 이 책은 이렇게 현실적인 우리 주변의 문화 현상들을 살피면서 핵심적으로는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과 비판 능력을 기르기 위한 책이다. 변화한 우리 주변의 사회와 문화의 모습을 담고, 또 새롭게 등장한 문화 담론, 철학 담론들을 담고자 노력했다. 또한 각 글의 끝에 「함께 보는 영화」 혹은 「함께 읽는 책」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독자가 직접 영화나 책을 보고 해당 주제를 고민해 보도록 한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