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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1 누추한 흔적 그늘에 서기 온갖 촌극이 연출되는 소극장들 고상한 흔적들 문화범죄학자, 재건을 위한 발자취 2 길거리의 삶 길거리의 상황 - 꿀벌이 아니라 설탕벌 | 거리를 탐색하라 | 일레인 | 17센트 | 부유한 사람, 가난한 사람 | 짝 맞는 커튼 물질문화 - 기니의 신발과 양말 | 신발의 제국 | 부엌에 있는 그거 있잖아요, 알죠? | 제가 뽑힌 거죠 | 그 낡은 자전거 처분하시게요? | 술 취한 삶 합법과 범죄, 보도블록 - 쓰레기밖에 없어요, 종이 쓰레기요 | 불법 페인트 | 낡은 창고에서 소총을 들고 나오다 | 조국의 안보 | 그녀를 위한 어떤 대책도 생각하지 않았다 | 그냥 확인해보는 것뿐 | 오예, 랑콤이다! 3 길거리의 깨달음 어떤 깨달음 - 당신의 사고를 자극하라 | 무초스 리브로스! | 헤이 카우보이 | 쓰레기 분류하기 잊힌 삶 4 재생의 과정 에초 아 마노 - 공구 천국 | 벗겨내기, 분류하기, 뜯기 | 재활용의 세계 쓰레기는 나의 학교 - 스파게티와 탄산음료 | 쓰레기 야적장의 펠리니 | 거룩한 도시의 여왕 | 부활 5 모으고 보니 상부상조 - 병, 자전거, 뮬 사슴 그리고 폭탄 버려진 예술품들 - 길거리 세계의 예술가들 6 도시를 구하라 매일의 경제와 사회적 변화 - 희망을 수집하라 법, 범죄 그리고 도시의 삶 - 도시를 구하라 7 선禪의 발견 시간 공간 결론: 하루하루 즉흥적인 삶 후주 |
Jeff Ferr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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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어느 날, 나는 애리조나 대학의 종신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텍사스 주 포트워스의 오래된 옛 고향으로 향했다. 8개월간의 공백이 생길 뿐만 아니라 2002년 가을학기에 학교로 복귀할 수 있을지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학교를 떠났다. 학교를 떠난다는 말은 일정한 수입원이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당시 나의 수입원은 말 그대로 얼마 되지 않는 출판 저작권료가 전부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 8개월은 무엇에도 속박받지 않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물론 경제적 생존이 확보되어야 가능한 일이긴 했다. 짧지 않은 이 기간에 나의 개인적이고 학술적인 관심을 제대로 충족시키기 위해서 때로는 길거리에서 재활용품 수거와 쓰레기 수집 같은 불법적인 활동에도 동참했다. 생존을 위해서도 쓰레기를 뒤지고 수집해야 했다. 현장 연구이면서 동시에 자유로운 형태의 생존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다.--- pp.14-15
영국에서는 다이빙 복장을 착용하고 레이케이스터 골프장을 지나던 존 콜린슨이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는 이 골프장의 다섯 번째 홀에 있는 악명 높은 워터헤저드 릴리 연못에서 1,100개의 골프공을 건져내던 중이었다. 절도 혐의로 기소된 콜린슨은 “일단 물에 빠진 골프공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집가들과 달리 자신은 건져 올린 골프공에 대한 세금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리처드 브레이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해 징역 6개월 형을 판결받았다.--- p.36 베트남 하노이 정부는 6,000명의 ‘수집가와 중개상’을 지원해준다. 그러나 베트남 등지에는 전쟁 당시 폭발하지 않은 수류탄이나 지뢰, 포탄 등이 너무 많아서 금속류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중 매년 많은 수가 희생된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도시의 한 쓰레기장에서 금속 폐품을 줍던 사람들이 쓰레기더미에 깔려 한꺼번에 아홉 명이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북러시아에서는 핵연료 시설에 고용된 네 명의 고철 처리반원들이 발전설비의 뚜껑을 잘못 여는 바람에 방사능에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두 명은 심각한 화상과 함께 방사능 관련 질병으로 병원에 후송되었고 다른 두 명은 감옥에 갔다.--- p.37 주로 이혼, 별거, 사망, 자녀의 유학, 거주지 이전 등과 같이 삶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이들이 남긴 흔적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나오는 생활 쓰레기와는 달리 이런 종류의 쓰레기더미에는 갑작스러운 비극이나 변화 때문에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끊김으로써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누군가의 과거가 담긴 물건들이 엄청난 양으로 쌓여 있다. 그중에는 빛바랜 아기 신발, 학위증, 결혼사진, 티켓 영수증, 오래된 신문 스크랩 등과 같이 한 사람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녔거나 감성을 자극하는 물건도 포함되어 있다.--- p.46 “저는요, 미쳤어요. 쓰레기를 뒤지는 데 완전히 빠졌지요.” 일레인이 웃으며 말했다. 일레인은 포트워스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오랜 친구들은 그녀가 쓰레기 줍는 일을 그만두었으면 했지만, 결국 시 정부에 체포될 때까지 그만두지 못해 집 마당을 깨끗이 정리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카렌과 나는 특히 일레인이 주운 쓰레기를 가지고 장식하는 이야기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크리스마스나 할로윈데이, 추수감사절 같은 명절 때면 길거리에서 주운 물건들을 활용해서 현관에 있는 마네킹이나 나무 등을 꾸민다고 했다. 아, 한 가지 더 있다. 그녀는 내년에 작은 혼다 자동차를 팔고 쓰레기를 줍기 안성맞춤인 차를 장만할 예정이다.--- p.80 20분 후, 남부 공업지대에서 큰 이동식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거의 3미터 깊이에 12미터 넓이 정도 되는 쓰레기통이었다. 옆에 차를 세우고 기어올라 쓰레기통에 뛰어들었다. 쓰레기통 안 한쪽에는 물건이 꽤 쌓여 있고 다른 쪽은 텅 비어 있었다. 일단 소변을 좀 보고(쓰레기 수집의 세계에는 화장실이 별로 많지 않다) 작업을 시작했다. 대부분 누군가의 마당에서 벼룩시장을 하고 남은 물건들로 보였다. 손으로 쓴 가격표가 많이 붙어 있고 가정용품이며 개인 사물도 많이 보였다. 이것저것 뒤지다가 나는 책 몇 권과 존슨사의 낚시 릴 하나, 장난감 자동차 열한 개를 챙겼다. 장난감 차 중에서 특히 하나가 마음에 들었는데 물건을 집어 올리는 기능이 있는 쓰레기 운반차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난감이 많았지만, 어린 시절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 느꼈던 기쁨을 떠올리면서 이 지역의 꼬마들이 나와 같은 기쁨을 누리는 것을 상상하며 두고 나왔다. “와, 이거 봐! 공짜 장난감이야!”--- p.85 길을 걷다가 이미 물건이 잔뜩 쌓인 쓰레기더미에 또 물건을 열심히 쌓고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뭐 필요한 것 좀 있는지 같이 살펴봐도 괜찮을까요?” “당연하죠,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찾아보세요.” 여자 친구 집이 방금 팔려서 정리하는 중이라고 남자가 말했다. 곧 쓰레기 수집인들이 몰려들 것을 예상하고, 순식간에 괜찮은 물건들을 정리해 걸어서 한 번, 자전거를 타고 네 번에 걸쳐 옮겼다. 자전거 짐칸은 물론이고 가방도 한가득, 심지어는 한 손에 짐을 들고 자전거조차 한 손으로 몰았다. 처음 물건을 옮겨놓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보니 벌써 다른 이들도 와 있어서 나도 열심히 파고 분류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길 건너에서 방금 온 사내가 내게 물었다. “그 낡은 자전거 처분하는 거유?” “뭐라고요? 이건 내 거예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pp.105-106 쓰레기 수집의 세계란 늘 술에 쩔어 있는 사람들의 세계가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쓰레기통이나 각종 쓰레기봉투에서 술병을 찾고 보면 어떤 것은 꽉 차 있고 어떤 것은 반쯤 차 있다. 종류도 샴페인부터 포도주, 증류주 등 다양하다. 깜빡 잊고 버린 것이든, 질려서 버린 것이든, 경찰 단속 때문이든 이유야 무엇이든 뚜껑이 열린 맥주 캔, 맥주병 등도 발견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증류주나 과실주 같은 것들은 집으로 가져가고 맥주는 보통 다른 사람을 위해 남겨둔다. 때때로는 맥주병을 쓰레기통 근처에 바처럼 죽 정렬해놓고 도시의 다른 쓰레기 수집인들에게 작은 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pp.108-109 아이는 두어 번 더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진짜 쓰레기 말고도 이사를 위해 열심히 물건을 날랐다. “저 봉투는 아예 열지 마세요.” 검은색의 큰 봉투를 가리키며 아이가 말했다. “옷인데요, 10년은 안 열어본 것 같고 냄새도 지독해요.” 진짜 냄새가 나는지 아니면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고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친절한 충고대로 열어보지 않기로 했다.--- p.123 자전거를 타고 나선 길에 구리선과 알루미늄 캔, 3페니, 낡은 고등학교 졸업장과 함께 1941년 판 《항공기술 매뉴얼》 한 권과 공군에서 1953년에 발간한 《훈련과 예절》 매뉴얼 두 권을 얻었다. 그중 한 권에는 내 미래의 직장 소유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텍사스크리스천 대학교, AFROTC, 정부 소유.” 몇 개월 후에는 길가 쓰레기더미와 쓰레기통에서 텍사스크리스천 대학교의 1950년대, 1960년대 연간물들을 얻었다. 몇 개월 후에는 《훈련과 예절》을 또 수집했고, 7월에는 《서비스 메카닉 핸드북, 모델 PV-1, 기밀》을 손에 넣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되던 해군의 PV-1 항공기 매뉴얼로 페이지마다 ‘기밀’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책에는 그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항공기는 물론이고 파일럿의 생명이 당신 손에 달려 있다.”--- p.137 그 가게는 에니드 랜돌프와 나딘 니콜스라는 두 원로 여성이 운영했는데, 이름은 ‘제나의 희망과 은혜: 미션 숍’이었다. “북적대는 주거환경과 최저임금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 90퍼센트에 달하는 …… 멕시코 이민자들”을 위한 선교 바자로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네 시간씩 운영되는 장터였다. 헌 옷이며 장난감 등 모두 기부된 물건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으니, 포트워스 시 당국에서 이 미션을 위한 작은 빌딩을 미션으로 보기보다는 “불법적인 재활용 물품 판매점”으로 규정하고 문을 닫도록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략) 한 달 후, 도시의 고문을 맡은 한 이웃의 도움으로 포트워스 시 당국과 교회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교회 앞에 세운 표지판에서 ‘숍’이라는 문구를 빼는 것이다. 에니드, 나딘, 그밖의 자원봉사자들이 옷, 장난감 등 모든 물건에서 가격표를 떼고 “기부를 받습니다”라는 안내판을 세운 후 미션 바자는 다시 문을 열었다.--- pp.175-176 길거리에서 수집 가능한 금속 중에서도 구리는 단연 가장 가치 있는 품목이고 그중에서도 고물상에서 인정하는 가장 좋은 타입은 ‘밝고 빛나(BS)’거나 ‘아주 밝은(BB)’ 구리다. 빛나는 구리전선은 보호막 없이 컬러 플라스틱으로 코팅되어 있다. 공사장이나 리모델링을 하는 집 근처의 쓰레기통 등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처음 발견한 ‘야생’ 상태의 전선도 일단 집으로 가져와 피복을 벗겨내면 ‘아주 밝은 색’ 양질의 구리가 나온다. 결과는? 하루 종일 벗기기의 연속이다. 구리선이 팽팽해지도록 잘 당긴 다음 다용도 칼로 열심히 벗겨낸다. 이때, 두꺼운 플라스틱 코팅을 벗겨내느라 칼날을 연신 아래로 긋다 보면 칼날이 쉽게 상하는데, 이 또한 거리의 수집품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사실 구리 전선을 벗기느라 칼날이 아무리 망가진다 하더라도 칼이 부족할 일은 없다. 거리의 수많은 쓰레기더미와 쓰레기통에서 줍는 칼과 칼날의 수는 내가 쓰다가 망가트리는 숫자의 열 배, 스무 배에 달한다.--- p.190 시민들에게 허용된 앞마당 세일은 1년에 단 두 번으로 한 번에 사흘 이상 지속할 수 없으며, 모든 물건은 마당 안에만 진열되어야 하고, 광고물에도 ‘세일이 있다’는 내용과 일시/장소 외에는 추가할 수 없다. “조례를 어기고 벌금을 내고 싶은 분은 불법 앞마당 세일을 계속하세요”라며 시 당국은 경고한다. 벌금이 최고 2,000달러나 되므로 수거한 물건을 되파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p.228 2003년 6월이었다. 포트워스 시가 지역방송사와 연계하여 길거리 정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8주 동안 노숙자가 거리에서 빈 병을 주워오면 병당 3센트씩 주기로 한 것이다. 빈병들을 재활용하여 발생하는 수익은 도시 동편 언덕에 세워질 커다란 노숙자 캠프에 쓰일 예정이었기에 시는 3,000달러의 도시 정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 p.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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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버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버려야 새롭고 좋은 것을 또 얻는다는 말도 있고, 잘 버리는 사람이 정리를 잘한다는 말도 있다. 사람이 들고 난 자리에는 쓰레기가 쌓이기 마련이어서 여행철이면 관광지마다 쓰레기 홍수를 앓는다. 환경부가 2013년 6월 초에 발표한 〈2011~2012년 국내 폐기물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940그램으로, 5년 전인 869그램에 비해 8.2퍼센트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 시행된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를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은 70.4퍼센트로 5년 전보다 11.8퍼센트 늘었고, “분리수거만 잘해도 1,800억 원의 매립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길거리에서 버려진 삶을 줍다 - 줍고 털고 뒤지는 도시 이면의 이야기 종신교수직을 버리고 고향인 포트워스로 돌아간 제프 페럴은 뚜렷한 소득 없이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8개월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이 책은 그 8개월간 그가 보고 겪은,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는 더 나아가 때로는 사회학자 특유의 통찰력으로 버려진 물건의 주인이 거쳐간 삶을 추적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법적인 세계에 발을 들이는 평범하지 않은 여정을 다루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저자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 외에도 소비문화의 최정상을 걷고 있는 미국 사회에 대한 좀 더 거시적인 문제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끝없이 확산되는 소비문화, 나날이 커져가는 빈부 격차, 문화적 물질주의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의 대량생산과 그 결과로 나타난 낭비가 바로 그것이다.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거리의 쓰레기통만큼 사회의 불평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또 있을까? 길거리 탐색자, 그들은 모두 노숙자일까? 연구를 위해 시작했지만 페럴 교수는 진짜 생존을 위해 쓰레기통과 폐기물 처리장을 뒤지는 삶에 적응해간다. 호화저택이나 노동자 밀집지역, 중산층 지역과 시내 번화가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자신의 BMX 자전거 리어카에 음식이며 쇠붙이, 뜯지도 않은 선물과 보석 조각 등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버려진 것들을 수집하게 된다. 도시의 쓰레기를 수집하는 일이라 하면 지저분하고 불쾌한 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페럴 교수에게 쓰레기 수집은 버리는 이들에 대한 경고요, 오늘의 소비문화 그 이면을 밝히는 도구이다. 결국 버려지는 모든 것들은 버려지지 않은 것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남기는 셈이다. 8개월간 그가 만난, 길거리의 또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이 모두 집 없는 노숙자나 소위 거지는 아니었다. 상당수는 작지만 집이 있었고 정규 직업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 불법 쓰레기 수집인에서부터 노숙자, 금속 수집가, 재활용 운동가, 대안건축물 건축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그 구성원도 다양했다. 선택에 의해서든 필요에 의해서든, 그들은 이 대단위의 사회 생태계 속에서 공식적인 폐기업자나 공중위생 관련 기관보다 한 발 앞서 나날이 쌓여가는 쓰레기더미를 분류하고, 도무지 가치 있는 것이라곤 없어 보이는 가운데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거주지는 도시 외곽의 변두리로, 도시와 도시 사이의 사회적 ? 문화적 틈에 있다. 때로는 다리나 고가도로 아래에 임시 주거지를 마련하기도 하는데, 쓰레기더미에서 수집한 버려진 것들로 그곳을 꾸민다. 재개발지역의 경우 번듯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소비가 아닌 낭비! ‘소비와 낭비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가진 가장 큰 파괴 행위 가운데 하나’ 페럴 교수의 체험을 통해 본 ‘쓰레기’라는 단어는 전혀 새로운 의미이다. 얼마든지 다시 활용할 수 있고 심지어는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럴 교수는 버려진 책을 모아 친구나 친구의 아이들에게 선물하거나 중고서점에 내다 팔았다. 각종 기계를 분해해 지역 부품 상가에 부품을 내다 팔고, 담요나 침대시트 등은 동물구호단체에 기증했다. 깡통이나 유리병은 도시 조형물을 만드는 데 활용했다. 그렇다면 과연 재활용할 것은 무엇이며, 버려야 할 물건은 무엇일까? 그보다 물건의 가치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개인이 소유한 물건과 버려진 쓰레기, 그리고 법적으로 공인된 자원 간의 경계가 수시로 변화하는 ‘숨은 경제’가 지배하는 길거리의 또 다른 세계가 이미 존재하는 셈이다. 새로운 시도,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사회학적?문화범죄학적 고찰 페럴 교수는 미국 사회 가치관의 기저를 흔드는 데 과감히 도전한다. 호화저택 거주자에서부터 쓰레기 청소부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에 대한 생동감 있는 묘사와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통해 페럴 교수는 맹목적 과소비의 위험을 설득력 있게 지적한다. 포화상태에 이른 전국의 쓰레기 매립장과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소비문화 속에서 그칠 줄 모르는 소비 풍조의 재생산만이 이루어지는 오늘의 도시를 부드럽지만 날카롭게 조망하고 있다. 도시의 쓰레기 수집가로서 직접 경험한 것들과 마주했던 상황들을 이 책에 기록함으로써 나는 이 세계의 해학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재건의 움직임을, 그 의미와 상징을, 그들의 감정을 나누고자 했다. 묘사의 많은 부분은 문예소품과 같은 형식으로 써서 각 상황이 그려내는 역동성과 현장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다. 더불어 물질주의적 소비사회의 쓰레기를 대안적 사회와 사람의 생존, 사회적 변화, 심지어는 길거리의 예술로 변천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의 노력, 집단적 시도를 면밀히 기술했다. 마지막으로 낡은 법과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서, 실재로 존재하는 현재의 삶에 부합하는 새로운 법과 경제적 가치를 이끌어내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했다. 이 책 곳곳에는 사진과 예술작품들이 소개된다. 책 내용에 반하거나 그 의미를 무색케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통틀어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는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에 대한 모두의 열린 체험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 p.63 저자가 직접 찍은 풍부한 사진자료를 통해 ‘소비문화의 그늘’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