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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01. 영화 찬가[포피에라비 마을의 영화관의 역사], 얀 야쿱 콜스키, 1998영화 없이 전하는 폴란드 이야기_두 발로 걷는 사람들이 네 발자국과 함께 사는 이야기02. 남겨진 사람들[베네치아], 얀 야쿱 콜스키, 2010 영화 없이 전하는 폴란드 이야기_폴린 폴란드 유대인 역사박물관03. 낭만에 대하여[이다],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2013영화 없이 전하는 폴란드 이야기_‘백만송이 장미’와 영겁의 만두04. 편을 먹으면 비로소 편해지는 것들[‘자유극장’으로부터의 도피], 보이체크 마르체브스키, 1990영화 없이 전하는 폴란드 이야기_폴란드 말을 몰라서 생긴 에피소드 셋 05. 외로운 사람들의 사랑[안나와의 나흘 밤],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2008영화 없이 전하는 폴란드 이야기_무덤 파는 사람들06. 당신의 얼굴은 내게[옷장에서 나온 소녀], 보도 콕스, 2013에필로그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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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영화로 기억하는 일#1영화는 그렇게 끝이 났는데 레온은 어떻게 되었을까. 콘크리트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다 사라져버린 공터 위를 어찌할 줄 모르는 걸음으로 빙글뱅글 돌다가 머리끝부터, 손끝부터 서서히 얼어서 사박한 소금기둥이 되지 않았을까. 그러다 봄이 오면 한 점 한 점 땅에 툭 떨어져 나가 바스러져 흩어지고 솔솔 바람에 댕글댕글 굴러 다 사라져버렸을 것만 같다. 비현실이라는 게, 혼자 한 사랑이라는 게, 나만 아는 꿈이라는 게 현실에 걸러지고 걸러지면 다 없던 듯 사라지는 거니까.#2바깥에 무서운 것이 많으니 문이 닫히는 것은 쉽고 열리는 것은 어렵다. 같은 재질에 같은 두께로 문을 만들어놓아도 누군가의 문은 더 무겁다. 벨을 눌러봐도 답은 없고 두드려봐도 소용이 없을 거다. 오히려 겁만 더 잔뜩 주는 꼴인지도 모른다. 이럴 땐 뭐가 답이 될 수 있을는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답은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3눈 덮인 세상이 이토록 거대하고 평온하여 무심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그렇게 두 손 놓고 서 있지만 말고 좀 나서줬더라면, 이렇게 과거로 돌아갈 일도, 혼란을 겪을 일도 없었을 테니까.여행이 인생이 되는 순간#4어부 바르가 비스와강에 사는 인어 샤바를 사랑하여 둘의 사랑이 불멸에 새겨졌다는 이름 바르샤바. 눈 덮인 거리 위에 거푸 눈이 쌓이던 그 도시의 겨울에는 냉랭한 공기가 시려 털모자를 고쳐 쓰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슬쩍 돌려버린 새침한 담장 위 까마귀가 있었고, 지나가다 낯선 이의 손에 코를 부비며 인사를 건넨 인심 좋은 비글이 있었고, 한눈에도 폴란드 말을 몰라 뵈는 먼 나라 손님을 걱정해 바코드를 찍다 스리슬쩍 유통기한을 확인해준 점원 아주머니가 계셨고, 늘 비슷한 시간에 트램 티켓을 사 가는 제 또래 외국인 손님이 익숙해져서 달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개구진 웃음과 함께 티켓부터 내보이며 알은 체를 했던 털이 덥수룩한 청년이 있었다.#5그렇게 마주보고 웃는 사이가 되고 나면, 시답잖은 이야기라도 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더 멀리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트램을 타고, 지하철을 타고 더 멀리! 그곳에도 그런 얼굴들이 있으리라 믿을 수 있으니까 더 커다란 도시를 만나러 간다.#6결국 우리는 우리이기에 이대로 우리 서로 마주치지 않는다면 외로워질 대로 외로워져 결국엔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인생을 살았으나 살지 않은 것이 될 수 있으므로, 딱 한 번만 더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어보자고 하고 싶다.#7이것이 그 겨울 바르샤바, 차가운 공기 속 따뜻한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우리 너무 외로운 사람이 되지는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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