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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우연 머지않아 침묵 열정 허물 반전 힘 |
Alice Mun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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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최고의 단편 작가,
앨리스 먼로의 필력이 정점을 찍은 화제작 『런어웨이』는 2006년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던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떠남』을 새롭게 번역하고 첫 번역본에서 빠진 세 편의 작품을 추가하여 완역판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표제작 「런어웨이」를 포함하여 「우연」, 「머지않아」, 「침묵」, 「열정」, 「허물」, 「반전」, 「힘」 등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런어웨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변 어디에서나 흔히 마주칠 법한, 제각기 나름의 상처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다. 남편과의 삶에 찌들어 도피를 꾀하는 칼라(「런어웨이」), 기차에서 우연히 낯선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줄리엣(「우연」)은 1년 후 퍼넬러피라는 아이를 안고 친정에 방문하며 아버지가 교편을 내려놓은 이야기를 접하게 되며(「머지않아」), 애지중지 길렀던 딸 퍼넬러피와 연락이 두절된다(「침묵」).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그레이스(「열정」)와 서툰 부모 밑에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로렌(「허물」), 셰익스피어 극장 앞에서 친절을 베푼 한 남자에게 하룻밤의 꿈을 실은 로빈(「반전」), 그리고 사랑했던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하는 낸시(「힘」) 등. 앨리스 먼로가 불러낸 이 평범한 군상의 삶은 다채롭고 심오하며 완전해서, 마치 인생을 압축시켜 모아놓은 듯하다. 인간을 향한 절제된 관찰이 돋보이는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현실을 조명하는 단편이 저마다 의미심장하게 심오한 『런어웨이』, 앨리스 먼로는 이 작품에서 주로 현실의 의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미스터리에 대한 절제된 관찰을 펼치며, 서스펜스마저 느끼게 만든다. 그녀가 그리는 스릴 넘치는 현실의 의외성은 아주 사소한 순간조차 일평생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욕망과 절망, 희미해진 희망과 밀려드는 깨달음으로 소설 속 주인공들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하나같이 남다르다. 마치 문학계의 수사관이 인간의 영혼에 대해 종합적으로 수사를 한 듯하다. 먼로는 주인공 중 하나인 그레이스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진지한 줄 알았는데 이런 대답들로 그에게 잘 보이려 기를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도 그 못지않게 세상 경험이 많은 척하려 기를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와중에 최악의 진실까지 발견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진실되고 현실적이며 지속적인 희망이 부재한다는 것이었다.”(「열정」). 희망을 찾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른 희망을 짓밟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여성의 섬세한 자의식과 내면의 풍경, 담담하게 투영된 우리들의 이야기 2004년 출간 이후 최고의 찬사와 함께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길러 상을 수상하고,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런어웨이』. 앨리스 먼로는 독자에게 강요도, 섣부른 기대에도 응하지 않는다. 그녀가 구사하는 문장은 늘 최대한도로 정제되어 있다. 작가는 ‘온타리오 고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작품 대부분의 무대를 자신의 고향인 온타리오주의 마을을 중심으로 삼아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일정한 삶의 궤도 안에서 잔잔한 물길을 따라 흐르는 듯한 시간 속에 문득 슬픔을 느끼거나 사랑을 만나고, 때론 절망하다가도 기쁨을 찾아낸다. 사회의 규범을 따르며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현재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고 도피를 꿈꾸곤 해도 세상을 향한 잔인하고 악랄한 전복이 뒤따르진 않는 것이다. 수많은 선택을 해가기 마련인 우리네 삶에서 문득 되돌아온 길을 뒤돌아볼 때 느끼는 기묘한 감정들, 반쯤은 우습고 또 반쯤은 아프고, 또 반쯤은 체념이 섞인. 먼로는 화려한 모험이나 능청맞은 유머, 요란한 수사나 시공간을 뒤섞는 복잡한 기교 없이도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여성의 섬세한 자의식과 내면의 풍경을 담담하게 수놓듯 보여주는 앨리스 먼로의 작품은 마치 우리의 이야기를 그대로 투영한 듯, 늘 잔잔한 여운을 준다. 역경을 통해 강해지는 진부한 교훈 대신, 못 견디게 힘든 일을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바로 『런어웨이』에 그대로 녹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