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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7
옮긴이의 말 17 들어가며 29 서장 대표제는 필요악인가? 31 제1장 수상공선과 여론 47 제1절 수상공선제와 직접민주주의 48 제2절 수상공선제의 역사 53 제3절 현대의 수상공선제론 67 제2장 “딜리버레이션”의 의미 87 제1절 대립과 숙의 88 제2절 하버마스의 ‘딜리버레이션’ 95 제3절 숙의의 제도화 103 제4절 숙의의 의미 108 제5절 일본에서 숙의가 논의되는 배경 113 제6절 숙의와 대표제 124 제3장 대표의 개념 133 제1절 대표 개념의 이중성 134 제2절 피트킨의 대표론 140 제3절 대표 개념의 새로운 국면 153 제4절 대표론의 행방 170 제4장 대표민주주의의 사상적 기반 175 제1절 슈미트의 의회제론 177 제2절 슘페터의 “엘리트주의적 민주주의론” 192 제3절 직접제와 대표제는 반대 개념인가? 205 제4절 대표제 이해의 가능성 218 결론 241 저자 후기 248 미주 252 찾아보기 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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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우리를 대표하는가?
직접민주주의의 차선책이 아닌, 대표민주주의 고유의 장점과 사상적 정당성을 고찰한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을 겪고 있는 중에도 한국은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66.2%)을 기록하며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마쳤다. 우리는 내가 가진 한 표가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며 투표하지만, 그 투표의 대상이 되는 국회의원은 우리와 먼 존재로 느낀다. 아마도 머지않아 우리는 우리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뜻이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비판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런 입장을 갖게 된 데에는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대표민주주의의 특성, 곧 “대표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채용한 대체적인 제도”라는 데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하야카와 마코토는 사람들이 말하는 “정치가는 믿을 수 없다.’, “정치는 민의를 반영하지 않는다.”, “시민이 정치의 주역이다.”, “지금 같은 국회는 필요 없다.”같은 태도에 대해 정말 그러한지 의문을 가졌다. 저자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대표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직접민주주의와 대표민주주의, 대표하는 자와 대표되는 자의 개념과 역사를 정리했다. 『대표민주주의 가이드』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은 않은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의 일본 정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90년대는 일본 정치사에서 중요한 시기이다. 1993년에는 1955년 이래 40년 가까이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총리대신을 배출했던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실각하며 ‘55년 체제’가 무너졌다. 이후 파벌에 휩쓸리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수상을 갖기 위해 ‘수상공선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떠올랐다. 수상공선제는 다수의 민의를 반영하고 유권자의 인기를 끌 수 있지만 리더 한 사람이 제공하는 스토리텔링에 의해 좌우되며, 그 맹점은 정치공방과 부패가 커질 때 더 부각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수장을 직접선거로 뽑는 일본의 지방정부에서는 이른바 포퓰리스트 수장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2009년에는 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이루면서 그동안 흑막 속에서 이루어졌던 의사결정을 민의를 반영해 투명하게 한다는 ‘숙의’를 앞세웠다. 숙의론은 그 형태는 보다 철저한 민주주의지만, 토의의 과정에서 나온 민의를 수행하는 주체가 그대로 민의의 주체가 된다는 난점이 있다. 숙의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정치 교육과 정치 체험을 축적해야만 논의가 제도로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제시된 두 논의 모두 직접민주주의에 기초한 것이며, 대표민주주의의 고유한 특성이 두 논의에서 나타난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표제의 주요 개념인 대표의 특징에는 모순되는 두 요소가 있다. 대표자는 대표되는 자의 의견을 충실히 재현하는 동시에 대표되는 자의 의견에 속박되지 않고 일정한 견해와 행동의 자유를 갖는다는 점이다. 이 모순된 두 요소는 위에서 언급한 수상공선제, 숙의보다 민의를 더 잘 반영한다. 민주적인 논의의 출발이 되는 시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것을 자신이 명확한 정치적 체계로 종합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 목소리의 민의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의에 속한 목소리를 다듬어 나갈 수 있게 된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며, 의견 교환의 장도 온라인으로 옮겨갈 것이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이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 발생할 것이다. 이 시점에 우리가 현재 채용하고 있는 대표민주주의의 개념과 장점을 다시 한 번 고찰하는 것은 긴 여정에 앞서 신발 끈을 고쳐 매는 과정이 될 것이다. 『대표민주주의 가이드』에 등장하는 대표의 개념은 조금 멀게 느껴지는 정치인에게만 비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속한 시민사회와 공동체 안에서 이따금씩 대표로서 또는 대표를 통해 목소리를 모아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 때 대표로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또는 대표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어 줄 것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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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다’라는 전제로 작동하는 체제이다. 우리 모두가 어리석은 편견과 욕망, 이기심 따위에 언제든 흔들리고 비합리적으로 격분하며 때로는 위선자가 될 수 있다는 전제는 필연적으로 시민집단의 의지를 대변하면서도 공동체에 더 나은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대표’의 개념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시민들은 늘 대표가 나를 온전히 대표해주지 못한다는 불만에 차 있다. 이러한 풍조는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혹자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고까지 말한다.
이 책은 일본 정치에 대한 시민의 불만 속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직접민주주의’ 개념을 차분하게 논박해가며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의 본질을 ‘대표제’라는 개념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작금의 한국정치에 더 큰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처음부터 시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겠다는 ‘직선제 쟁취’라는 구호로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기술발전과 더불어 촛불집회와 같이 광장에서의 시민참여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갈구가 더 커지고 있다. 소위 ‘집단지성’ ‘SNS 정치’와 같은 단어들이 그런 경향성을 대변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공론장의 황폐화’, ‘사이버 불링’에 가까운 다른 의견에 대한 조롱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무엇이 ‘직접’이고 무엇이 ‘책임’있게 ‘대표’된다는 것의 본질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없이는 그 모든 낙천적 논의들이 민주주의를 또 다른 ‘테크노크라시’나 ‘유한계층’의 놀이터로 전락시킬 위험성마저 있다. 이 책 속에서 민주주의를 둘러싼 매력적인 단어들의 상찬속에 숨겨진 디테일을 저자와 함께 꼼꼼히 탐구해보자. 그렇게 신화가 주는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오히려 차분한 현실의 모습이 우리 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변화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