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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삶 - ‘화양연화’ 나를 버티게 하는 기억들
5월의 광주 캠퍼스를 홀린 여자, 그게 바로 나였다 입시 앞두고 쓰러진 언니.. 덕분에 알게 된 내 운명 간호사가 이런 일을 할 줄이야, 난 미처 몰랐다 애 키우면서 못 들어본 말,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박보검’에게서 온 전화.. 그래, 이게 현실 부부지 방송기자의 무례한 질문.. 내 꿈은 ‘노욕’인가? 4수생 아들과 삼시세끼, 이런 ‘쿨’한 엄마를 봤나! 오십 앞두고 찾은 적성.. 나, 이젠 생긴 대로 산다 두 번째 이야기·사랑 - 사랑이 뭔지를 보여준 이들 93세의 사랑, 그를 응원한다 그녀 나이 47세, 시골 마을에 신혼집을 차렸다 현실판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 영화 같은 40년 기름 냄새도 싫고 남편도 싫을 때 내 사랑이 왔다 엄마, 우린 근친이라 안 돼요 미미와 함께 산 지 10년,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구나 만석 비행기에 오른 북극곰 삼총사, 그 후에 닥친 재앙 세 번째 이야기·나이듦 -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스루룩에 노브라? 나이 들면 이런 건가요 중년 남녀의 ‘카톡 프사’ 그 결정적 차이 “나이 들어 어떻게 이런 걸” 이런 말 믿지 마세요 기승전 갱년기.. 나는 열 시간을 울었다 “이쁜 애기가 왔네~” 첫 만남에 건네진 수첩과 봉투 이럴 줄은 몰랐지.. 중년의 송년회 네 번째 이야기·사람 - 자세히 보면 다 예쁘다 “언니, 눈 했어요?” 이 질문의 의미를 알려줄게 치매 걸린 시아버지, “차라리 다행”이라는 며느리 누구에게도 무해한 사람, 진짜 있었네 직장에서 잘린 40대 비혼 딸에게 엄마가 쓴 쪽지 아이를 잃은 엄마에게 꼭 필요했던 위로 다섯 번째 이야기·예술 - 머리가 멍한 날엔 드라마를 본다 명절 연휴 마지막 날, 열불 나는 마음 잠재우고 싶다면 12세 아들에게 엄마가 말했다 “너 때문에 12년을 허비했어” 영화 〈벌새〉 보러 가는 길.. 육두문자가 나왔다 하정우 눈빛이 왜 저래? 10년 전 그날, 그가 내게 한 일들 어린 딸 팔고 또 임신한 엄마에게, 아들이 날린 촌철살인 오드리 헵번에 이어 내 손까지 잡아준 작가.. 괜히 뭉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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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찾아온 그는 이후 매일 찾아왔다. “이 여자가 내 여자다.”라는 대자보가 교문 앞에 일주일에 두 번은 붙었고 만나주지 않자 집 앞에서, 학교에서 자해 소동까지 벌이는 게 다반사였다. 달콤꽁냥 샤방샤방한 멜로를 꿈꿨던 나는 이후 졸업할 때까지 ‘추격액션 공포스릴러물’을 찍었다. 가요제는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했으니, 꿈은 물 건너갔다. --- p.19
활동성 결핵 환자였던 그로부터 나는 결핵에 감염되었다. 내장이 딸려 나올 지경까지 마른기침이 터져 나왔고 진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었다. 감기가 아님을 직감한 나는 검사를 받았고 결핵 판정을 받았다. 그날로 나는 병원을 나왔다. 병원 생활 5년만이었다. --- p.36 얼마 전까지도 내가 드라마를 볼 때면 세상 한심한 눈으로 날 보더니 완전히 전세가 역전되었다. 몇 년 새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거실에 물 마시러 나왔다가 드라마를 보고 있는 남편의 뒤통수를 보면 맘이 짠하다. 저 인간이 외로워서 저러나 싶어서. 그렇대도 일일이 헤아리고 싶지는 않다. 모두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외로움의 무게가 있는 거니까. 그 무게만큼 깊어질 거라 애써 생각한다. --- p.53 하루가 다르게 그녀는 의식을 잃어갔고 그의 시름은 깊어갔다. 그는 그녀가 깨어날 때마다 뭐가 먹고 싶은지 얼굴을 부비며 물었고, 차로 두 시간도 더 걸리는 수산시장에 가서 홍어를 사다가 쪄 오거나 회를 떠 오거나 생선을 구워 왔다. 물론 그녀는 전혀 먹지 못했지만 그는 이런 일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제발 한 입만이라도 먹어봐요.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요.” --- p.82 그런 엄마를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백내장이 와서 눈빛이 혼탁했다. 게다가 얼굴 절반이 마비라 엄마의 입가에서 침이 흘렀다. 나는 조용히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아무리 그렇게 음흉한 눈으로 군침을 흘려도 우린 근친이라 안 돼요. 다음 생을 기약하세요.” --- p.117 공연을 같이 보러 가기로 한 내 친구는 지난여름, 다급히 전화해서 브래지어를 깜빡하고 안 입고 나왔다며 아직 출발 안 했으면 하나 챙겨 나오라고 내게 부탁했다. 속이 살짝 비치는 실켓 블라우스에 노브라라니! 항상 나보다 한 발 더 나가서 내 실수를 묻히게 하는 좋은 친구이다. --- p.140 나는 맘속으로 그 친구에게 입힐 빨간 드레스를 생각하고 있다. 지적이고 점잖은 그의 동공이 확대되며 말하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어머 이게 뭐야? 깔깔깔, 이거 나한테 어울려?” 나는 대답한다. “응 암만, 어울리고말고.” - pp.159~160 “그렇구나.”라고 말하는 C의 목소리가 쓸쓸했다. 나는 지금 노안 때문에 눈이 아주 시고 부셔서 못 살겠다고 했다. C는 빵 터졌다. 내친김에 나는 비장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상담료 받을 거야.” 친구는 빙그레 웃으며 상담료라며 캐러멜 하나를 차에 두고 내렸다. 캐러멜을 까서 입에 넣었다. 진하고 달고 슬프고 아팠다. 오늘 하루 같았고 살아온 인생 같았다. --- p.165 성형외과에 오는 사람들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시 구절을 몸소 확인해준다. 간호사의 얼굴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한 다음 성형을 했는지, 어디서 한 건지 꼭 묻는다. 어쩌면 예쁜 곳을 찾을 때까지 보기 때문에 예쁘다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떤 날은 내 눈이, 또 코가 심지어 귀가 예쁜지를 알았다. 그런데 “언니 너무 예뻐요.”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부조화의 얼굴을 가진 나는 ‘이건 무슨 운명의 조화’인지. - pp.188~189 그 위태로운 길 위에서도 존엄을 잃지 않는 그의 말투와 몸짓에 내 눈은 커졌다. 그리고 새삼스레 되뇌었다. 비혼이든 기혼이든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크기의 고민을 한다는 것을. 다들 고만고만한 돌멩이를 가슴에 얹고 사는구나 싶으니 내 가슴을 짓누르는 돌멩이가 견딜 만한 것이 되기도 했다. --- p.212 이거 뭔가 냄새가 난다. 아니, 그런 사사로운 감정 말고 좀 그럴싸한 이야기 없냐고 묻는 내게 꽥 소리를 지른다. “지금 당장 그것이 시급하다고!” 드라마가 앞서가야 제도가 따라갈 것 아니냐며 나더러 작가정신이 없다고 난리이다. 이건 뭐, 현장에서 민원을 접수하는 공무원도 아니고. --- p.229 비로소 생각이 들었다. 시체가 알로샤일지도 모른다는. 그러고 보니 그다음 대사도 인상적이다. 검시관은 자식의 죽음을 부정하는 부모들을 많이 봐왔다며,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유전자 감식을 해보자고 한다. 제냐는 극렬히 저항한다. 아닌데 왜 하느냐는 거다. 그리고 남편 보리스는 벽에 기대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고 오열한다. 제냐도 보리스도 어쩌면 알았구나. --- p.240 이 영화의 엔딩이 수정되었다는 글을 보았다. 원래는 머리 잘린 미진이 죽기 전 더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죽고 나서도 마지막 두 남자의 격투 장면에서 그녀의 잘린 머리가 흉기로 쓰이는 엽기적인 장면이 있었단다. 너무 잔인해서 수정했다는 글을 읽고 이 명대사가 떠올랐다. “고만해라, 마이 무따.” --- p.256 자인은 사하르를 변기에 앉히고 그녀의 피 묻은 속옷을 빨아 입히며 “부모에게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부모가 아는 순간 가임기 여성으로 간주되어 팔려 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자인은 입고 있던 민소매 티를 벗어 돌돌 말아 건네며 사하르에게 속옷 사이에 끼우라고 알려준다. 심장이 발끝까지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 p.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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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화양연화는 언제입니까?
성적도 외모도 성격도 눈에 띄진 않았지만, 여고 시절부터 무대만 생기면 무작정 앞으로 나가 노래하던 엉뚱발랄한 소녀. 대학 축제 때는 심수봉의 ‘그대와 탱고를’을 불러 남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고, 간호사 시절 회식 자리에서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을 불러 병원장을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던 화려한 시절을 보낸 그녀. 결혼 후 두 아들을 낳으며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아이들이 스무 살이 넘을 무렵 문학중년으로 돌아왔다. 책, 영화, 그림, 클래식 음악 감상과 함께 멈추지 않았던 글쓰기. 그녀는 어느덧 프리랜서 작가가 되어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고, 그중 이 책의 원작이기도 한 ‘명랑한 중년’이라는 연재글은 현재까지 누적조회수 300만 뷰(현재도 계속 상승 중)가 넘을 정도로 많은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았다. 첫 번째 이야기 ‘삶’에서는 작가의 이 같은 삶의 1막이 담담하게 전개된다. 50만 원짜리 주사 맞아도 청춘은 돌아오지 않지만 지금이 더 좋은 이유 두 번째 이야기 ‘사랑’ 편에서는 청춘과는 다른 차원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별과 재혼과 또다시 사별을 반복하며, 잃어버린 사랑에 몸부림치는 시아버지, 47세에 여덟 살 연상의 첫사랑과 눈물겨운 재회 끝에 시골에서 달콤꽁냥한 신혼살이를 하고 있는 친구, 기차에서 한번 스친 남자에게 평생을 ‘올인’한 여자, 몸이 아픈 4수생 아들과 북극곰 삼총사들의 찐한 우정 이야기 등등이 재밌고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세 번째 이야기 ‘나이듦’에서는 느닷없이 찾아온 노화가 당황스러운 중년들의 웃지 못 할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시스루룩에 노브라 차림으로 외출한 친구와 순진한 얼굴로 패션 테러리스트가 된 친구의 사연, 도무지 받지 않는 ‘사진빨’과 중년 남녀의 카톡 프사 총정리까지... 웃긴데 찡한 이야기들이 작가의 톡톡 튀는 문체와 어우러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힐 것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식에 대한 복수심과 연민으로 한없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모두가 자신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살고 있고, 드라마는 갈등”이라는 저자의 말에 ‘그럼 그렇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외에 나이 마흔다섯에 사물놀이반 ‘애기’ 총무가 된 사연, 중년들만 공감할 수 있는 갱년기 이야기와 송년회 대화 등. 이상할 것 없는 중년의 삶 구석구석이 낱낱이 리얼리티로 그려지는데, 추하기는커녕 오히려 아름답게 보인다. 작가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에 감격하고 뭉클해지는 것은 독자들의 몫. 네 번째 이야기 ‘사람’에서는 “자세히 보면 다 예쁘다”라는 부제처럼 흔히들 놓치게 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하는 글들이 펼쳐진다. 성형외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며 마주쳤던 사람들 이야기, 자기를 아낌없이 다 내주며 오십 넘어도 변함없는 신뢰를 받는 사람 이야기, 치매는 안타깝지만 오히려 다행인 점도 있다는 이야기 등등 작가만의 새로운 시선에 또 한 번 감동의 파노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끝으로 다섯 번째 이야기 ‘예술’에서는 대체로 영화 이야기를 한다. 〈가버나움〉 〈벌새〉 〈콜레트〉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 영화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공포 스릴러 〈추격자〉에 대한 시선은 새롭고 독특하다. 시나리오와 드라마 대본을 쓰고 있는 작가의,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영화평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