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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소녀 · 9
외국인청에 보내는 편지 · 10 1991년, 축구 경기, 나 그리고 전쟁 · 16 2009년, 오스코루샤 · 25 낯선 곳에서 길을 잃다, 어둑한 불빛 속의 시간 동굴 · 48 축제! · 52 시골집 거실 바닥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 · 59 할머니와 군인 · 73 키우는 양들에게 달리는 법을 가르치는 미로슬라브 스타니시치 · 78 악센트 부호가 등장하는 이름 · 82 미완성 작품 · 88 뗏목꾼은 수영할 줄 알아야 하는가? · 98 할머니와 왈츠 · 109 정의, 충성, 인내 · 119 혼혈 · 126 파시즘의 종말, 민족해방 · 130 할머니와 티토 · 137 신발 상자 속, 서랍 속, 코냑 속에 남아 있는 페로 할아버지의 흔적 · 140 무심해 보이는 무장한 할아버지 · 143 할머니와 결혼반지 · 151 북극에 한 걸음 더 가까이 · 153 그레첸이 묻는다 · 156 어머니는 커피를 마시며 담배 피우는 걸 좋아한다 · 159 하이델베르크 · 165 독일어를 구사하는 브루스 윌리스 · 178 결박된 양손 · 187 매달아라! · 189 1993년, 슈바르츠하이데 · 194 극사실적 그림 · 200 나는 슬로베니아인 · 205 오크들이 몰려오기 이전의 성에서 · 212 나중에 무슨 일을 할 생각이야? · 215 강어귀에 집결한 ‘출신’ · 227 할머니와 리모컨 · 232 하이마트 박사 · 236 미친 짓을 저지르다 · 239 서로 경청하기 · 241 손님들 · 245 말치레(1987년, 손님) · 255 할머니, 그리고 ‘여기서 나가자’ · 259 어린양들 · 262 아랄 문학 · 268 보이테크가 에메르츠그룬트 마을 바닥을 어떻게 포복했는지 들어봤어? · 273 1994년, 사교성 · 276 풀리아주의 루체라에서 온 피에로 · 279 좋지 않은 경기력 · 284 잡동사니 이야기들 · 289 아버지와 뱀 · 297 할머니는 복숭아를 먹으면서 무덤 파는 인부에겐 아무것도 권하지 않는다 · 301 네 머리 위로 생생한 날갯짓 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 304 할머니의 생신 · 314 청소년 릴레이 경주 대회 · 316 집이라는 곳에 있어본 적이 없는 우리 가족 · 321 무하메드 할아버지와 메즈레마 할머니 · 324 할머니와 칫솔 · 328 기차가 올지도 몰라 · 333 어떻게든 삶은 계속된다 · 340 항상 아무도 없다는 거요 · 346 2018년, 오스코루샤 · 353 양지는 달고 음지는 쓰다 · 360 모든 나날들 · 378 당신은 당신이 기억하길 바라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 380 에필로그 · 388 용의 보물 · 393 감사의 말 · 475 인용 출처 · 476 옮긴이의 말 · 4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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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과 기원, 상실과 인간애에 관한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질문과 대답들 소설은 2018년 3월 치매에 걸린 크리스티나 할머니 이야기와 그로부터 10년 전 화자인 나, 사샤 스타니시치가 독일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쓰는 자필 이력서 이야기로 시작해 2018년 11월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끝난다. 아니, 끝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을 떠났다. “나냐?” 할머니가 로가티카 요양원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남긴 마지막 이 말은 자기 자신과 나에게, 그리고 그 누구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 부모님의 아들, 조부모님의 손자, 증조부모님의 증손자, 유고슬라비아의 아들인 나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우연히 독일로 피난을 왔다. 아버지, 작가, 이야기 속 등장인물, 이 모든 게 나일까? _438쪽 자필 이력서를 쓰면서 시작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와 함께 조상들의 마을로 동행하며 묻게 된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 ‘이 모든 게 나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 이 작품이다. 고향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의 소재죠, 라고 나는 덧붙인다. 할머니, 우리 할머니 크리스티나가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할 때 나는 기억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_86쪽 1992년 14세 때 보스니아 내전을 피해 독일 하이델베르크로 온 난민 출신의 화자에게 ‘출신’이란 “한번 입으면 영원히 입고 있어야 하는 옷 같은 것” “재능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약간의 운이 들어 있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변해버린 고향 비셰그라드에서의 기억들과 사라져가는 조상들의 마을 오스코루샤에서의 이야기들과 새로운 나라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체험들을 조각조각 수집하고 맞춰가면서 화자는 ‘출신’을 “계속해서 새롭게 이야기되는 현재의 모습”으로 재정의하게 된다. 비셰그라드는 빗속에 서 있는 병원에 대해 어머니가 들려주는 장소고, 술래잡기를 하듯 온 거리를 부산하게 뛰어다는 곳이고, 손가락 사이에 꽂힌 연약한 솔잎이고, 심한 냄새가 나는 할머니 집 계단실이고, 썰매타기고, 학교고, 전쟁이고, 지나간 과거였다, 반대로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는 도피처고 새 출발을 위한 장소였다. 거긴 불확실한 시절과 사춘기를 보내고 경찰의 검문을 받고 첫사랑을 하고 남이 쓰다 버린 가구를 주워 오고 대학을 다니고, 또 언제부턴가 반항적 자의식에 빠져 “난 할 수 있어!”라고 외쳐대던 곳이었다._84쪽 그리하여 화자에 따르면, 1991년 내전 발발 직전 아버지와 함께 관람했던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팀과 독일 바이에른 팀의 전설적인 축구 경기, 수많은 여름날(할아버지 할머니가 무도회장에서 만난 어느 여름날, 어린 자신이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어느 여름날, 독일 메르켈 총리가 국경을 개방한 어느 여름날, 어머니와 함께 하이델베르크로 도망쳐 온 어느 여름날), 고학력자였던 부모님이 육체노동을 하고 재활용 쓰레기 가구를 주워 와 살아야 했던 궁핍한 난민 생활, 아랄 주유소 친구들과 전설적인 아랄 문학,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크리스티나 할머니,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 러시아로 간 자고르카 이모할머니, 공산주의자 페로 할아버지, 콩으로 점을 쳐주는 영화광 네나 외할머니, 열차 제동수 무하메드 외할아버지, 수영을 못하는 드리나강의 뗏목꾼, 마르크스주의 연구자였으나 이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을 착취당하는 강사, 우유를 좋아했던 나치 독일군 장교, 독일의 낭만파 시인 아이헨도르프와 뿔뱀… 때로는 씁쓸하고 슬프게, 때로는 유쾌하고 재미있게 묘사되는 이 모든 에피소드와 사람들이 모두 ‘출신’인 것이다.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망각에 맞서 계속해서 새롭게 창조해가는 열린 세계가 곧 출신이자 역사 소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 대한 향수가 흐르는 가운데 때로는 일화적이고 때로는 사색적이다. 머리 셋 달린 용이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잠시 세상에 되돌려주는 일화가 등장하듯 공상적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허구의 글쓰기란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강들이 말을 하고 증조부모님이 영생하는 세상”을 그리는 등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허구의 세계는 우리의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독특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내가 만들어내는 허구의 세계는 창작, 인지, 기억으로 이루어진 열린 체계로, 이 체계는 실제로 일어난 일에 맞닿아 있다고. _28쪽 작가는 세상을 떠난 이들, 지금 여기의 삶에서 사라진 이들, 작별을 고한 이들을 망각에서 건져낸다(“그날 밤에 잊힌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고슬라비아의 붕괴와 함께 온 가족이 전 세계로 흩어져 살고(“우린 한 번도 집이라는 곳에 있어본 적이 없잖니”) 있지만, 이제 화자에게 고향이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로 변화했으며, ‘출신’이라는 것은 하나의 선을 따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수많은 길과 지류, 가능성과 비현실성의 가지들로 구성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결말 또한 읽는 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다음 이야기는 순서대로 읽지 말라!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당신이 결정하고, 당신 자신의 모험담을 그려보라”). “훌륭한 이야기라는 건, 예전 우리 드리나강 같은 걸 두고 하는 말이지. 거칠고 폭이 넓은 강,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 그리고 드리나강을 풍성하게 만드는 그 많은 지류와 강가로 밀려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강물. 드리나강도 많은 이야기도 하나가 될 수 없고, 드리나강에도 많은 이야기에도 후퇴란 것이 있을 수 없지. (…) 내가 바라는 건 결국 우리 모두 목적지에 도착하는 거다.” _448쪽 “놀랍도록 창의적이고 인상적인, 상실에 대한 감동적인 편람. 상상력이야말로 잔혹한 현실에 대항하는 무기일 것.”_[가디언] ‘소셜 번역 프로젝트’에 대하여 주한독일문화원 주최로 2017년부터 시작된 ‘소셜 번역 프로젝트Social Translating Project’는 새로운 방식의 문학 번역이다. 아시아 각국의 번역가가 한 편의 독일어 소설을 자국어로 번역하면서 메모, 질문,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만나 의견을 교환하며 작업을 진행한다. 즉, 소설 전문을 작가 및 다른 번역가들과 함께 읽어나가면서 소통하고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숨은 작가의 의도와 작품 내용을 한층 더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번역의 완성도를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소셜 번역 과정을 거쳐 완성된 번역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서울 국제도서전 등에서 독자들에게 동시에 소개되고, 작가와 번역가들의 무대가 마련되어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독자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