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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김유명
gasse(가쎄)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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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불안 11
제2부 모험 35
제3부 위기 67
제4부 돌발 127
제5부 쇼 179
제6부 결백 251
제7부 무위 327

추천사 얼굴, 인간, 인생 352
정병설(서울대 국문과 교수)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의학박사. 개업한 지 12년 차 되는 성형외과 전문의. 의사라는 직업 세계에서 건져 올린 독특한 소재로, 삶과 죽음, 그 이면의 진실을 일깨우는 의학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프로포폴 중독과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재난을 다룬 장편소설 『마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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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388g | 148*188*25mm
ISBN13
9788993489965

책 속으로

마흔일곱 살 생일 아침, 홀로 어슴푸레 잠을 깬 P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흐릿하게 보이는 천장이 마치 흙더미에 눌린 관 뚜껑처럼 느껴져, 질식할 것처럼 숨이 가빠왔다. 그는 이러다 세상에 이름을 한번 알려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원장님 제발 부탁이에요. 인터넷에 이미 퍼진 얼굴을 일일이 지울 수도 없으니, 차라리……. 차라리 제 얼굴을 지워주세요.
“원장님 최대한 빨리, 최대한 다른 얼굴로 만들어주세요.”

“새로운 얼굴로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얻으세요. 이제까지 알려진 얼굴로 힘든 삶을 살고 계신 모든 유명인들에게 새 얼굴과 새 삶을!”

그의 병원에는 더 예뻐지기 위해, 혹은 더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유명해진 얼굴에서 벗어나기 위해 날마다 더 많은 연예인들이 방문했다. 성공과 바꿔버린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되찾기 위해 그들은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사람들은 한 사람의 영혼이 바로 그의 얼굴에 들어 있는 것처럼 얼굴을 보고 반응하니까. 그래서 더럽혀진 인격을 회복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시켜야 할 것도 바로 그 얼굴이었다.

“형! 변장 성형, 변신 성형 정말 대박 났어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셨어요?” J가 천장에 닿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도망 중인 범죄자의 얼굴을 수술해준 거라면? 무슨 죄를 짓는 게 아닐까? 내가 일부러 그렇게 해준 것도 아닌데 그게 죄가 될까? 아, 정말 미치겠네. 그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의 의식 속에, 그 탐욕 덩어리가 무너지고 난 뒤 피어난 뽀얀 먼지 위로 잊고 있던 얼굴들이 떠올랐다. 나이 마흔까지 노총각으로 퇴짜만 맞다가 수술 후 드디어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들고 왔던 남자 환자의 얼굴, 오디션만 수십 번을 보다가 수술을 받고 나서 이제 데뷔하게 되었다며 환하게 웃던 배우 지망생의 얼굴, 뺨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난 칼자국을 수술로 지우고 나서 행복해하던 어린 여학생의 얼굴, 얼굴, 그 얼굴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추천사: 정병설(서울대 국문과 교수)

얼굴, 인간, 인생

얼굴은 곧 그 사람이다. 얼굴에는 그 사람의 인생 역정, 지위, 형편은 물론 성격까지 모두 드러나 있다. 나이 들수록 흔적은 더욱 뚜렷하다. 그러나 얼굴로 내면을 읽기 어려운 경우도 드물지 않다. 선량한 얼굴 속에 악독한 내면이 감추어져 있을 수 있고, 품위와 교양 이면에 속물근성이 가득한 경우도 있다.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인간관계가 맺어지는 경우에는 외면의 영향이 크지 않지만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 나눌 일이 거의 없는 현대 사회의 매체를 통한 접촉에서는 얼굴은 인상과 판단을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다. 보통 사람들도 얼굴을 고쳐 자기 가치를 높이고 인생을 바꾸려고 하는 판에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외적 이미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직업에서 화장과 성형은 필수이다. 이런 시대, 이런 사회에서 성형은 거대한 비즈니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얼굴』은 매일 얼굴을 고치는 성형외과 의사가 쓴 ‘성형 소설’이다. 그런데 작품의 성형은 얼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고 인생에 중심이 있다. 주인공은 나이 오십 줄에 다가오자 자기 삶의 가치와 성취에 대해 초조감을 느끼는데, 이에 돈을 빌려 대형 병원을 짓는다. 그에게 대형 병원은 맞지 않은 얼굴이었다. 무고, 의료 과실에다 불법 시술까지 계속된 사고는 인생 성형을 꿈꾼 주인공의 얼굴을 망치고 말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잠깐 성공으로 이끈 ‘변장 성형’을 받는데, 실패한 인생 성형을 다시 성형으로 만회하려고 한다.

이 작품은 병원 운영 실패를 둘러싼 사건이라는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어서 술술 읽힌다. 표현이나 문체도 무겁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작품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 인생의 무게에 눌린다. 우리는 화려한 껍데기 속에 초라한 본질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그 껍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추천평

『얼굴』은 술술 읽힌다. 표현이나 문체도 무겁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단숨에 읽어 내릴 수 있는 작품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 인생의 무게에 눌린다. 우리는 화려한 껍데기 속에 초라한 본질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그 껍데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 정병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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