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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 “나 군복 안 입갔습네다” 2 리영호 숙청 3 잠 못 이루는 밤 4 오 대위의 유서 5 장성택 암살미수 사건 6 차우셰스쿠 걱정 7 개혁 실무 작업 8 개혁 청사진 9 원산 회동 10 군부의 반장(反張) 운동 11 평양발 고려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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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레닌주의는 기독교인의 성경과 같은 것. 그 수정(修正)의 드라마를 읽으면서 장성택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산주의 경제가 자본주의 경제에 패배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 아닌가? 잘사는 경쟁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며 공산주의 이념은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흐루시초프가 비판받아 노선이 원상 복구되지 않는다면 다른 공산국가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우리 공화국은? ―이 혁명적 변화는 어떤 상황에서 발상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연설로 천명할 수 있었을까? 저항은 없었을까? 장성택에겐 의문의 꼬리에 끝이 없었다. 평양에는 소련의 변화에 관한 자료도, 흐루시초프에 관한 책도 없다. 장성택의 호기심은 20년 세월 동안 묻혀 있었다. 가슴을 짓누르던 맷돌의 무게가 줄어들면서 그 호기심이 솔솔 되살아났다. --- p. 58 식량 배급의 수혜대상을 늘리고 배급량도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장성택이 한 지는 오래되었다. 이제 이 문제와 씨름할 사람은 남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이었다. 우선 돈이 있어야 양곡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은가……. 군사 예산을 줄인다? 이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태산을 움직이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태산을 움직이지 못하면 태산 한쪽 구석이라도 허물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 p. 71 TV 화면을 통해 차우셰스쿠의 재판과 처형 장면을 본 김일성은 심정이 착잡했다. 그 당시 소련과 중국 간에는 국경 분쟁이 있어 두 나라는 중?소 국경지대에 병력을 증파하고 있었다. 중?소 간 중립을 지키고 있던 김일성은 소련의 영향력이 위축돼가는 상황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들 김정일을 후계자로 정해놓고 아들의 권력기반을 다져주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 터에 다시 걱정거리가 생긴 것이다. 일을 잘못하면 저 꼴이 된다는 것을 일러주기 위해 김일성은 아들에게 그 비디오테이프를 보라 했고 간부들에게도 보여주라고 한 것이다. --- pp. 137~138 “그거 보시라요. 지금 우리 공화국의 지도체계는 확고합네다. 문제는 인민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느냐야요. 군에 돈을 너무 쓰다 보니 인민경제가 엉망 아닙네까. 군의 입김이 너무 센 탓이디요. 우리 대학 교수들도 이런 사정을 다 느끼고 있는데 아무도 입에 담지 않디요. 백가쟁명까지는 안 가도 숨통은 좀 터야 합네다. 내가 전번에 얘기 했디요. 내각이 힘을 좀 틀어쥐고 인민경제를 살릴 행정을 해나가야 합네다.” --- p. 171 내가 다시 햇볕을 보게 되면 모든 문제를 바깥세상의 흐름에 맞추어 풀어나가야 한다. 이것을 국제화라고 하나, 국제적 보편성의 이해라고 하나. (…) 주체사상이 무엇인가. 따지고 보면 소련과 중국이 국경문제로 껄끄러운 사이가 되었을 때 어느 편도 들 수 없어서 나오게 된 것 아닌가……. 식민지 시대가 이미 사라진 시대에 주체사상은 새로운 형태의 민족주의이고, 인민의 단결을 도모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아닌가. 그 주체사상이 바깥세상과 담을 쌓는 민족주의여서는 안 되고, 국제사회의 외톨이가 되는 민족주의여서는 안 될 텐데……. --- p. 2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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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갑작스러운 변고,
서른 살 공화국에 불어닥치는 개혁과 변화의 바람 변화와 개벽에는 부작용과 반발이 따를 것이 분명하다. 몇 차례의 어려운 고비를 겪을 것이며 그 개혁에 성과가 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어쨌든 김씨 왕조, 군국주의는 황혼에 물들 것이다. 새벽은 언제 동이 틀지 모를 일이다. 이 소설은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바람과 변할 수밖에 없다는 논거에 입각해 쓰였다. ―「머리말」 중에서 언론인 출신 김동익 작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 『서른 살 공화국』(중앙북스 펴냄)이 출간됐다. 2012년 제2의 한국전쟁을 가상소설 형식으로 담아내었던 『이상한 전쟁』의 연속선상에서 오늘의 북한 현실을 바라본 작품이다. 김동익 작가는 1960년대 초 조선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뎌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주필을 지냈고, 중앙일보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정무 제1장관을 지냈다. 건국대와 성균관대 교수를 거쳐 용인송담대학 총장을 지냈으며, 2010년 이후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서른 살 공화국』은 “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며 공화 체제는 더욱 아닌” “조폭 조직처럼 움직여 체제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북한이라는 “이상한” 나라의 급변사태를 가정한 소설이다. 이 책에서 김동익 작가는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변고(뇌졸중)를 가정하여,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주축으로 공화국 내부에 불어닥치는 개혁과 변화의 바람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저자가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바람과 변할 수밖에 없다는 논거에 입각해”(「머리말」중에서) 쓰였으며, 북한 지도부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 최근 북한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사회 통제가 철두철미한 북한에서 민중봉기나 쿠데타를 통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저자는 북한 체제가 “언젠가 변하거나 궤멸할 것”이며 “그것이 진리”라는 믿음으로 북한의 급변사태에 관한 흥미로운 가상 시나리오를 세상에 내놓았다. “황혼에 물들어 언제 새벽 동이 틀지 모르는” 북한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길 바라는 김동익 작가의 바람이 담긴 소설이다. 장성택이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 중의 첫 대목은 식량 문제다. 인민들을 굶기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이 문제를 김정은이 심각한 얼굴로 의논해왔을 때 장성택은 희미하게나마 변화의 불빛을 느꼈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 불빛을 밝혀나가야 한다고 마음속에 다짐했다. (본문 69쪽) 높은 데는 높은 대로, 낮은 데로 낮은 대로 썩어가고 있는 것을 장성택 부부는 알고 있다. 잘사는 간부는 더 돈을 가지려고, 못사는 사람은 승진을 위한 뇌물을 만드느라 부패하고 있다. 부패를 다스려야 할 기관도 부패하고 공안기간원은 주민 단속을 하면서 등을 치고……. 그날도 장성택은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본문 83쪽) 이 소설은 김정일 사망 후 서른 살 나이에 북한 권력의 일인자가 된 김정은이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쓰러진 상황에서 시작된다.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당 권력의 제2인자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군부 세력의 체질 개혁을 위해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포섭하려 한다. 김정일 집권 이후 북한의 통치이념은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고 하는 선군정치. 북한은 인민경제보다 군을 중시하고 군비증강에 예산을 치중하다 보니 인민 전체가 굶주림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변고가 있기 전, 김정은과 장성택은 새로운 경제관리체제를 위한 6?28 조치를 내놓고, 이에 불만을 품은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를 숙청한다. 어느 날 군부세력의 계략으로 의심되는, 장성택 차량 폭발 암살미수 사건이 터지지만 장성택은 개혁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장성택의 지시로 김일성대학의 교수인 전태원?한주범, 노동당 행정부 부부장 최성호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개혁 방안을 연구한다. 그들은 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요양 중인 김정은을 만나 개혁 의지를 피력한다. 한편 군부의 핵심 인물인 김영철 정찰총국장과 현영철 총참모장은 장성택의 이러한 정책들에 반감을 품고 그를 저지하기 위한 계략을 마련하는데……. 작가의 말 과연 북한에 급변사태가 올 것인가. 누군가는 “통일은 산사태처럼 올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익은 감이 입에 떨어지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이다. 급변사태는 민중봉기나 쿠데타에 의한 북한의 붕괴를 말한다. 그러나 북한의 사회 통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완벽한 그물이다. 그 수단은 잔인하고 엄중하다. 민중봉기와 쿠데타는 그 기대확률이 아주 낮다고 보아야 한다. 급변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점진적 변화밖에 없다. 점진적 변화는 지도층의 의식 변화가 있어야 하며 그럴 계기가 있어야 한다. 이 소설은 그 계기를 김정은의 변고로 일단 가정해보았다. 이 유추의 현실성 확률은 아주 낮을지 모른다. 그러나 김정은 변고라는 가정의 전제가 아니더라도 김정은의 돌연한 변신―의식 변화―도 있을 수 있다. 그 후속 진행은 어느 경우도 비슷할 것이다. 변화와 개혁에는 부작용과 반발이 따를 것이 분명하다. 몇 차례의 어려운 고비를 겪을 것이며 그 개혁에 성과가 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어쨌든 김씨 왕조, 군국주의는 황혼에 물들 것이다. 새벽은 언제 동이 틀지 모를 일이다. 이 소설은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바람과 변할 수밖에 없다는 논거에 입각해 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