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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프롤로그
1장 배움의 시간 : 나에게 가장 좋은 삶 012 명품 인간이 되고 싶나요? 024 내지 않은 휴학계 035 낯선 언어로 다시 태어나는 법 045 언어 학습자에게 보내는 편지 056 돈 없으면 배움도 없다? 066 좋은 삶을 공부로 배울 수 있나요? 077 내게는 너무 서글펐던 집 086 바뀐 이름을 걸고서 096 건포도빵의 교훈 106 하늘을 나는 철학과 과제 116 도시 연애 수난기 126 평범한 인종차별 136 그녀는 왜 입꼬리 주사를 맞았나 145 채식주의자의 파이 나누기 155 S#15 파리 13구의 슈아지 공원 2장 배움의 재구성 : 모두가 덜 불행한 세상 166 수치를 모르는 가난 176 마초맨의 수난 187 아쿠아리움에서의 심리 상담 197 사람다운 게 뭐라고 208 인기 없는 여자의 고백 219 책에 관한 일곱 가지 짧은 이야기 231 부끄러운 시계 자랑 241 썩지 않을 청춘 252 울기엔 좀 구린 슬픔 262 악령이 되어버린 여동생 273 혼자 떠난 촌년의 그리스 여행 285 친구 관광시켜주기 297 아가씨의 속죄 309 지구인의 게임 공략법 321 걸려온 전화 334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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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개인이 각자 다른 인생을 산다면 애초에 정답이 없는 문제일 테다. 그러니 당신 또한 ‘왜 인생이 이 모양이지’라는 한탄을 해봤다면 정답 없는 문제의 답을 찾으러 떠나보자. ‘현재의 나를 만든 요소들은 무엇이고 어떤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되었는가’라는 실존적 물음을 앞에 두고. 왜, 혹시 모르지. 운이 좋으면 다가올 미래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범 답안도 아니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런 고백을 하는 이유는, 답을 찾기 위한 내 방법을 시험대에 올려보고 싶은 까닭이다. 삶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방법을 비교 대상으로 선보이는 작업은 『고백록』을 쓰던 루소의 다짐과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고백은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의 고백과 이어져’ 있으니까.
--- p.7 이방인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2년간의 어학 공부를 마치고 나자 내 것이 될 수 없는 명품 인간에 대한 욕심이 어느새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비워낸 마음으로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학부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축적된 철학 지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다시 던지라고 했다. 당연해 보이는 질문에도 마음이 가는 대로 대답하지 말고 스스로 탐구해볼 것.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괴로운 일이다. --- p.17-18 사람들은 가능성 앞에서 단순해진다. 자신의 욕망이 반영된 질문 앞에서는 더 그렇다. 로또에 당첨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네!’라고 대답하지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돈을 운으로 한 방에 벌기도 하는데 이렇게 인생을 노동에 바친다는 게…’라고 대답하는 눈치 없는 인간이 드물듯이. 사실 철학의 아이콘 소크라테스가 딱 그런 인간이었다. 귀찮게 자꾸 의문을 품고 되물어보는 사람. 지지리도 눈치 없는 노인네. --- p.19-20 아기가 되는 가장 탁월한 방법이 있다. 바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이다. 20대 초반을 고스란히 바친 불어에 만족할 걸 그랬나. 괜히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언어 초급반의 숙명, 가족 소개 타임을 피할 수 없다. Das ist meine Mutter, 이건 나의 어머니예요. 생전 처음 보는 프랑스 학생에게 엄마 사진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는데. --- p.35 자아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의존적이다. 개인을 규정하는 출신 학교 이름, 다니는 직장을 지워내기만 해도 혼란에 빠진다. 자기소개서로 개인을 요약하는 오늘날은 적어낼 공동체가 없으면 불안을 느낀다. 게다가 사회적 관계마저 지운다면 우리의 존재를 보증해주는 타인도 없는 셈이다. 누구의 친구, 누구의 자식이라고 소개할 수 없다면 ‘나’란 대체 누구일까 --- p.43 행복한 삶은 단순히 즐거운 삶이 아니었다. 즐거움과 좋음이 같지 않다면, 쾌락 중에는 해로운 즐거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테다. 마찬가지로 당장 쓴 약처럼 이로운 고통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쾌락과 고통을 좋은 삶의 기준으로 여길 수 없다. 소크라테스가 논증했듯이, 현상이 아닌 지식을 통해 쾌락을 얻는 삶이야말로 추구할 만한 것이 아닐까그는 지식이 이로운 쾌락을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식을 적용하기 이전에, 배움이라는 행위가 주는 쾌락을 이야기한다. 플라톤 피셜이지만, 이는 앎과 지혜를 향한 사랑 즉 철학을 가리킨다. --- p.7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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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삶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오늘과는 다른 내일의 가능성을 믿고 싶은 당신에게 보내는 희망의 시그널 잠시 눈을 감고 어린 시절의 집 안 풍경을 떠올려보자. 물론 집집마다 천차만별의 모습을 하고 있을 테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비슷하지 않을까. 책장 가득 꽂힌 다양한 종류의 ‘전집’들. 어떤 매뉴얼이라도 있는 듯 부모님들은 영상 시청 대신 책 읽기를 권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백과사전’, ‘세계문학’, ‘위인전’ 등 여러 종류의 전집들을 아이들의 품에 안기곤 했다. 이 책의 저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TV는 바보상자라며 보지 못하게 하는 부모님 덕에 다양한 전집을 섭렵했고, 영어 카세트테이프를 배경음악 삼아 지내는 날이 많았다. 여기에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부뿐이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과학 영재 대회, 백일장, 구연동화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부모님께 상장 수집의 즐거움을 안겨드렸다. 그런데 중학생이 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아무리 다양한 종류의 책을 탐독하고 수업을 열심히 들어도 시험 문제의 답을 골라내는 스킬은 쉽게 늘지 않았다. 저자는 그제야 21세기의 용은 개천이 아니라 오지선다형의 예상 문제를 먼저 접할 수 있는 자본에서 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좋은 점수는 곧 좋은 대학과 ‘좋은 삶’으로 이어진다는 인생의 기본 진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세계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 저자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와중에도 어른들은 ‘네가 유별난 거니 쓸데없는 고민은 그만두고 남들 하는 만큼만 해라’라는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거짓과 위선을 바탕으로 강요되는 의심스러운 정답에 한 번뿐인 인생을 맡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스무 살이 되던 해, 그는 무작정 프랑스로 떠났다. 어딘가에는 이곳과 다른 삶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채로. 그렇게 도착한 파리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저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렴풋하게나마 삶의 윤곽이 잡혀가는 듯했다. “내가 철학과에서 배운 것은 데카르트, 칸트, 헤겔의 이론이 전부가 아니었다” 세상의 당연함을 납득할 수 없어 떠난 자유와 낭만의 공간에서 마주한 ‘내가 될 용기’ 사실 프랑스도 문제가 없는 사회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교육이 자본과 분리된 곳이었다. 엘리트 양성기관과 같은 그랑제꼴을 제외하고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하기만 하면 어느 국립대학이든 지원할 수 있는 평등교육을 지향했고 학비 또한 저렴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저자가 소르본 대학 철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2018년,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16배 인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저자는 프랑스 사회에도 ‘속았다’는 생각에 분노하며 불합리한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집회에는 프랑스 학생들도 섞여 있었다. 그가 의아한 얼굴로 왜 여기에 있는지를 묻자 상대는 더 의아한 얼굴로 이렇게 답했다. “부당한 일엔 맞서 싸워야지. 지금 당장은 내 일이 아니더라도 말이야.” 이와 같이 저자가 소르본 대학의 철학과에서 배운 것은 여러 사상가들의 이론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곳에서의 3년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서 행동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들며 ‘어떤 내가 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그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야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다’는 자칫 피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문구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시간에 쫓기고 나이에 맞춰 요구되는 성취에 불안해하며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자신을 다그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속하고 싶은 미래를 그려보면서 ‘보편’이라고 거론되는 것들에는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답을 찾을 때까지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그렇게 가는 길에서 마음이 맞는 이들과 만나면 반가워하며 연대하기도 하고, 예전의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한 이들에게는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하면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몇 번이고 반복해도 괜찮을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했던 시행착오를 되짚어 보는 저자의 인생 실험 기록과도 같다. 사회가 강요하는 규범 속에서 ‘나로 존재하기’를 주저했던 독자라면 저자의 솔직하고 위트 있는 문장들 사이에서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발견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