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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사랑을 묻다
오홍진
피서산장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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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사랑이란?

1. 환웅과 웅녀가 펼친 거대한 사랑 - 환웅과 웅녀 / 14
2. 자기를 내려놓는 겸손한 사랑 - 김 수로왕과 허 황후 / 27
3. 큰마음으로 연인을 껴안는 사랑 - 인간차사 강님과 큰부인 / 36

2부 사랑이라는 환상

4. 나무꾼은 왜 선녀의 옷을 숨겼을까? - 선녀와 나무꾼 / 54
5. 사랑이라는 가혹한 욕망 -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 73
6. 현실 너머의 소리를 꿈꾼 연인들 - 신경숙의 「빈집」 / 91

3부 가부장제에 갇힌 연인들

7. 처용은 왜 관용을 베풀었을까? - 처용과 그의 아내 / 104
8. 애원을 해도 임은 끝내 떠나고 - 고려가요 속 연인들 / 116
9. 가부장제의 남성 판타지 - 김만중의 「구운몽」 / 133
10. 왜 항상 여자만 희생을 하는가? - 옛이야기 「구렁덩덩 신 선비」 / 143

4부 가부장제 너머로 가는 사랑

11. 경계를 넘어 다른 세계로 - 수로부인의 경우 / 156
12. 황진이는 어떻게 자유를 얻었는가? - 전경린의 ??「황진이」 / 165
13. 도대체 무엇이 인륜입니까? - 허생의 처를 기리며 / 185
14. 목숨을 걸고 쟁취한 사랑 - 춘향의 사랑법 / 197

5부 다시 사랑이란?

15. 슬픔 너머에서 빛나는 사랑 - 견우와 직녀 / 214
16. 죽음도 넘어서는 사랑의 판타지 - 「금오신화」의 연인들 / 226
17. 박제가 된 근대인의 사랑 - 이상의 「날개」 / 239

저자 소개 1

대전에서 태어나 대학과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공부했다.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으로 등단해 여러 문학잡지에 시 평론을 발표하고 있다. 인터넷 문학매체인 <시인광장>, 계간 <시와미학>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계간 <디카시> 편집위원, 디카시연구소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학을 쉽게 풀어쓰는 작업의 일환으로 국내외 설화와 동화, 문학 작품들을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하는 글쓰기를 아울러 진행하고 있는데, 『연인들, 사랑을 묻다』는 이 작업의 첫 번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 지역의 문학 연구자들과 함께 『경계와 소통, 지역문학의 현장』, 『한국문학과 대
대전에서 태어나 대학과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공부했다.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으로 등단해 여러 문학잡지에 시 평론을 발표하고 있다. 인터넷 문학매체인 <시인광장>, 계간 <시와미학>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계간 <디카시> 편집위원, 디카시연구소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학을 쉽게 풀어쓰는 작업의 일환으로 국내외 설화와 동화, 문학 작품들을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하는 글쓰기를 아울러 진행하고 있는데, 『연인들, 사랑을 묻다』는 이 작업의 첫 번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 지역의 문학 연구자들과 함께 『경계와 소통, 지역문학의 현장』, 『한국문학과 대중문화』, 『글쓰기 교육과 문학적 글쓰기』 등 다수의 공저를 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150*220*20mm
ISBN13
9791196621353

책 속으로

인간은 이렇게 둘이면서 하나인 마음들을 항상 나누려고 합니다.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쁩니다. 좋은 것에는 의미를 붙이고 나쁜 것에는 의미를 없앱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의 마음은 그래서 늘 분란을 일으킵니다. 동굴에서 백일을 버틴 웅녀는 백일을 버티지 못한 호녀와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녀는 바로 웅녀의 그런 생각을 이르집어 주고 있습니다. 웅녀는 웅녀의 방식으로 사람이 되었고, 호녀는 호녀의 방식으로 사람이 되었습니다. 웅녀는 환웅이 내건 조건을 이행하지 못한 호녀를 부정하지만, 호녀 또한 웅녀와 마찬가지로 환웅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두 마음이 있다는 걸 깨달은 호녀가, 한 마음에 집착한 웅녀보다 더 깊이 깨달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 p.24~25

지금 당신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 저도 충분히 짐작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서럽게 하는 그 마음을 누구도 치유해 줄 수는 없습니다. 당신 눈에서 떨어지는 그 눈물 한 방울조차도 당신이 감당해야 몫입니다. 모질다고요? 천만예요. 모진 짓은 당신이 제게 했지요. 단 한 번이라도 날개옷을 잃고 낯선 남자를 따라나선 여인의 마음을 헤아려본 적이 있나요? 제가 땅 위의 운명을 온전히 제 몫으로 받아들였듯, 당신도 반드시 당신 몫의 운명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만이 언젠가 당신과 저와 아이들이 밝게 웃으며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당신은, 그럴 수 있나요?
--- p.72

시대를 불문하고 「처용가」에는 아내가 서 있을 자리가 없습니다. 왕이 처녀를 처용에게 선물했고, 처용은 아내를 역신에게 선물했습니다. “내 것”으로만 표현되는 아내의 자리를 지움으로써 처용은 역신을 물러가게 합니다. 이런 처용은 왜 시간이 흐르면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 것일까요? 여기에는 역신에 대한 백성들의 한없는 두려움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대문에 처용의 가면을 붙이는 일로는 이 두려움이 해소되지 않자, 백성들은 아예 아내를 빼앗기고 분노하는 (또 다른) 처용을 다시 현실로 불러들인 것입니다.
--- p.113~114

온몸으로 길을 만든 여인이 있습니다. 그 길은 가부장제의 바깥으로 나가는 길이면서, 동시에 가부장제를 만든 남자들을 맞아들이는 길이었습니다. 가부장제의 안과 밖을 유유히 오가며 황진이는 바람처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려고 했습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을 욕망처럼 붙들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려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려는 마음까지도 놓아야 합니다. 화담이 ‘순결한 흰 빛의 시선’으로 젊은 진을 바라보았듯, 사욕이 없이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을 길러야 합니다. 진은 온몸의 욕망을 내려놓음으로써 이 마음에 이릅니다. 진흙탕 연못 위에서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온몸을 세속의 진흙탕 속에 기꺼이 내던졌습니다.
--- p.183~184

사랑에 빠진 사람은 늘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를 탓합니다. 그러면서 상대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상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그들은 자기 욕망을 합리화합니다. 서로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싸우는 이유를 가만히 들어보세요. 그들은 상대가 자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자기는 이러고 싶은데, 상대는 자꾸만 저렇게 합니다. 문제는 저러는 상대에게 있는 것이지, 이러는 자기에게 있는 게 아닙니다. 싸움의 원인을 한 사람의 잘잘못으로 따지는 순간, 두 사람은 결코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다리를 건너면 비로소 자기가 저지른 잘못이 보이지요. 눈멀고 귀먹은 상태에서 벗어났으니까요.

--- p.257

출판사 리뷰

사랑은 마주보기를 지향한다. 혼자서 하는 사랑을 ‘외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외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늘 마주보기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책 제목 ‘연인들’에는 이런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둘이서 하는 사랑이므로, 사랑에는 항상 기쁨과 아픔이 공존한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마음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1부의 첫 이야기로 삼은 「단군신화」만 해도, 호랑이와 웅녀는 다른 사랑의 방식을 취하지 않는가. 본능을 따른 호랑이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그 본능을 고통으로 승화한 웅녀는 사랑을 이룬다. 본능을 넘어서는 지점에서 사랑이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의미겠다.

지금 우리는 왜곡된 사랑의 관념에 빠져 있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이래야 하며, 사랑이란 또 이래야 한다는 관념을 늘 마음에 품고 있다. 가부장제의 영향이다. 가부장제는 가부장을 중심에 세운다. 가부장은 남자다. 가부장제의 사랑은 그러므로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를 통제하는 과정으로 실현된다. 사랑에 드리워진 환상은 이러한 가부장제의 논리에서 비롯된다. 모성이니, 처녀성이니 하는 용어들이 말해주는 바 그대로, 가부장제는 여성에게 ‘순결’을 강요함으로써 아들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논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이 책의 2부에서 4부까지는 가부장제라는 제도 속에서 사랑이 왜곡되는 과정을 세심하게 다루었다.

가부장제는 근대의 관념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가부장제가 남성의 논리로 여자를 통제한다면, 근대는 이성(남성)으로 자연(여성)을 통제하는 논리를 따른다. 근대 사회가 형성되면서 사람들은 자유연애를 꿈꾸게 되었다. 사랑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는 시대가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돌려 말하면 근대인은 자기를 중심에 세우는 사랑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기를 중심에 세운 사랑은 쉬이 나르시시즘으로 빠져든다. 의심과 증오가 판을 치는 근래의 사랑 방식은 이러한 근대인식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룬다. 5부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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