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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손글씨 모음 春 보리밭麥田 양만리 봄밤의 단비春夜喜雨 두보 친구 집 가는 길에城西訪友人別墅 옹도 산중山中雜詩 오균 봄빛春望 백광훈 산길에서山行卽事 김시습 벗에게 가는 길訪胡隱君 고계 빈산에 봄비 내려空山春雨圖 대희 서울의 봄비紫陌春雨 박경하 일찍 일어나早起 이상은 동심초春望詞 설도 잠 깨어睡起 수초 전원의 즐거움田園樂 왕유 꽃 아래서題崔逸人山亭 전기 패랭이꽃石竹花 정습명 농가田家 강희맹 꽃비花雨 휴정 늦봄晩春 장공상 봄 시름春怨 왕안석 꽃길花徑 이행 벗에게示友人 임억령 낙화落花古調賦 백거이 소쩍새子規 이중 봄잠醉眠 당경 夏 소나무 아래서晩自白雲溪後至西岡少臥松陰下作 이서구 손님客至 두보 맑은 날喜晴 범성대 대 언덕에 책상 놓고閒居 길재 꿈결에 부용포로蘇幕遮 주방언 여름날夏意 소순흠 산비山雨 옹권 소나기六月二十七日望湖樓醉書 소식 빗속의 해바라기雨中詠葵花 김안국 여뀌꽃과 백로蓼花白鷺 이규보 못가에서池上篇 백거이 비 오는 여름 아침葛驛雜詠 김창흡 강물 소리 듣다가聽嘉陵江水聲寄深上人 위응물 농부憫農 이신 무더위苦熱 하손 들판을 바라보며蘇秀道中自七月二十五日夜 大雨三日秋苗以蘇喜而有作 증기 매미蟬 우세남 밤에 앉아夜坐 오경 秋 연꽃曲池荷 노조린 편지途中 진자룡 초가을밤初秋夜坐 조옹 낚시釣魚 성담수 가을 나루터秋江待渡圖 전선 가을바람秋風引 유우석 달밤秋夜月 삼의당 김씨 달이 있는 연못月夜於池上作 이건창 가을바람秋風 서거정 가을이 내리다秋到 방회 턱 괴고 풋잠 들어龍川客思 임제 가을밤秋夜三五七言 정윤단 친구의 시골집過故人莊 맹호연 다리 위에 말 세우고訪金居士野居 정도전 강물에 뜬 달江中對月 유장경 작은 다리小橋 이산해 연못의 밤비蓮塘夜雨 이달 강 마을江村卽事 사공서 시골집題村舍壁 김정희 저문 강에 바람 일 때龍湖 김득신 노산 가는 길魯山山行 매요신 무덤에는重到襄陽哭亡友韋壽朋 두목 산과일摘果 김창협 冬 이슬로 먹을 갈아步虛詞 고병 초승달 숲에 들어次子剛韻 변계량 겨울 강江上 유자휘 만전춘별사述樂府詞 김수온 대나무에 대하여于潛僧綠筠軒 소식 겨울 소묘遠自廣陵 진관 섣달 그믐밤除夜宿石頭驛 대숙륜 스님에게贈僧 박지화 새해 아침 거울 앞에서元朝對鏡 박지원 절僧院 영일 눈을 낚다江雪 유종원 달과 서리霜月 이행 수선화水仙花 김정희 눈 온 뒤雪後 담지유 눈과 매화雪梅 방악 매화梅花 육유 길에서路上有見 강세황 겨울 초당重題 백거이 벗을 보내며哭思庵 성혼 눈 온 뒤雪後 유방선 |
흥선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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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봄은 하루가, 아니 시간 시간이 새롭습니다. …… 온갖 나무들이 아기가 주먹 펴듯 여린 잎을 피워 올려 숲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워 보기에 아깝고 안타깝습니다. 초록빛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요즘처럼 남김없이 확인할 때가 따로 있을지요? 한 나무 한 나무가 제 빛깔 제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서로 어우러져 꽃밭보다 싱그런 숲을, 거대한 숲의 바다를 이루어감이 경이롭기 그지없습니다.
--- p.34 산벚꽃 짧은 생애가 불어난 봄물 소리에 분분히 흩날리는 저녁 어스름. --- p.39 장마입니다. 비안개가 산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산과 절을 숨겼다 내놓았다 합니다. 숨바꼭질을 하자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심심하면 한 줄금 비를 뿌리곤 합니다. 이맘때쯤이면 초록 일색일 듯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석류꽃이 불을 밝히고, 능소화가 여름 하늘을 향해 주황빛 나팔을 불며, 자귀나무가 여인네 가슴에 달린 코르사주처럼 보드라운 연분홍 꽃을 피워 올리는 것이 이즈음입니다. --- p.92 먹장구름이 산을 채 가리기도 전에 소나기 퍼붓다가 한바탕 바람 불어 반짝 해가 나면 호수가 하늘이고 하늘이 호수 되는 게 우리네 삶, 깊든 얕든 골짜기와 마루를 오가는 것이 세상살이라면 어느 때인들 장마 구멍 같은 숨 고르기가 필요치 않겠습니까? --- p.98 가을엔 편지를 쓰겠다고 했던가요? 쓰십시오, 친지에게, 벗에게, 그대에게, 그 밖의 누구에게. 띄우세요, 부친 뒤 하고픈 말 새록새록 떠오르는 그런 편지를. 가을이라 편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편지를 쓰니까 가을인지도 모르잖겠어요? --- p.131 누군가의 온기, 그 살가움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꼭 그 그리움만큼 따순 손 내밀어 당신의 누군가에게 다가서시기를. --- p.180 오는 봄도 좋지만 가는 겨울도 아쉽고 다정합니다. 추위를, 칼바람을, 꽁꽁 언 겨울 하늘을, 헐벗은 나무들로 가득한 겨울산을 나에게 주었으므로. 때문에 야트막한 담장가에 신발 자국 하나 남길 줄 아는 잔설이 아직은, 아직은 좋습니다. 봄 속에, 여름과 가을 안에 겨울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녹아 있음을 나는 믿습니다. --- p.223 가만히 생각해보면 봄은 바로 기다림 속에 있지 않던가요? 해마다 되풀이하면서 성급하게 꽃 소식을 전하는 신문기사가 밉지 않습니다. ……게 껍질처럼 속이 비어가는 얼음장 밑을 흐르는 명랑한 물소리를 환청으로 듣게도 됩니다. 이 모두 기다림의 '증후군'이 아니던가요? 이맘때의 기다림이 좋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그토록 매화에 뜻을 둔 까닭도 이 기다림의 언저리라고 공연히 우겨봅니다. --- p.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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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뼈는 침묵이라는 시인이 있었습니다. 침묵이 더 많은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일 줄이고 마음 고요한’ 흥선 스님의 글은 흡사 침묵 같습니다. 침묵이고 고요이되 오히려 춘하추동, 동서고금의 세사인정을 저마다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화엄의 손길이기도 합니다. 스님이 가리키는 곳에는 어김없이 꽃이 있고 그 꽃들의 음성이 다시 침묵과 고요를 더합니다. 문득 시詩가 절[寺]의 언어[言]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의 글 한 편 한 편은 자기의 생각을 개념과 논리라는 작은 그릇에 담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들의 삶을 직지直指하는 소리 없는 죽비이기도 하고 어느덧 우리들의 이름을 불러 그 앞에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따뜻한 바람이기도 합니다.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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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일 내려놓고
옛시의 숲에 들다, 산사에서 일렁, 푸른 바람이 일다! 산사에서 전하는 봄 꽃 가을 달 여름 바람 겨울 눈 하루하루 달라지는 계절 변화의 섬세한 결을 따라 신중하게 고른 옛시 85편. 그 안에는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중국 최고의 시인 두보도 있고 중국의 여류 시인 설도도 있지만 김시습, 휴정, 삼의당 김씨, 박지원, 김정희 등 우리의 옛 문인의 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시구 하나하나를 설명하고 그 의미를 탐구하지는 않는다. 그저 세심하게 언어를 고르고 호흡을 가다듬어 옛시를 낭송해주고 거기에 스며든 지은이의 맑은 감성을 전한다. "봄이면 연초록 물결이 온 산을 번져" 오르고, "화락화락 부치는 대로 정직하게 바람을 선사하는 부채"에 기대어 여름을 지내며, 가을에는 "짓붉은, 붉은, 노오란, 샛노란 단풍잎들이 마당을 뒤덮고", 겨울 채비를 끝낸 "저 산 위로 눈이 쌓이고 바람이 지나가고 별과 달이 찬 빛을 뿌릴 것을 기다"린다. 특히 “때글때글 쏟아지는 햇살", "꾀꼬리가 한 번 울면 능소화 한 송이가 벙글고", "소물소물 작은 삶의 무늬들", "시누대 서걱이는 소리, 낙숫물 토드락거리는 소리" 등 지은이 특유의 소담하고 예쁜 말들이 공감각적 심상을 불러일으키며 잔치를 벌인다. 지금은 잊혔거나 홀대 받는 옛말, 순우리말, 방언 들이 제자리를 찾은 듯 빛이 난다. 책 안에 계절의 변화가, 자연의 아름다움이 넘치도록 가득하다. 잠시 일 내려놓고 안으로 안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기 자연을 바라본다는 것, 계절의 변화에 온몸을 맡긴다는 것은 단순히 자연 감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상의 움직임에 섬세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자신을 가다듬는 것이며 사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일 것이다. 지은이는 자연의 생명력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관계의 망을 이야기하며 우리의 삶을 관조한다. 그리고 "고요한 물과 묵묵한 돌이 만나 온 산을 울리는 우레 소리 내듯" 우리도 남과 만나며 다른 날, 다른 하늘을 열고 있는지 물어온다. 우리를 허덕이게 하는 일과 감정을 줄이고 침묵 속에서 안으로 안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아는가, 지은이의 말마따나 "달그림자 이우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릴지도……. 옛시를 통해 건네는 지은이의 이야기가 혼탁한 우리 삶에 맑은 바람, 푸른 바람을 불어넣는다. 자연에 더불은 인문의 향기 옛시 85편을 계절별로 나누어 실었다고 했지만, 사실 그 이상이다. 예를 들면 연밥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윤선도, 주돈이, 안민영의 연꽃을 거쳐 요사부손의 하이쿠, 경주 흥륜사터 석조에 새겨진 글귀로까지 이어지고, 우리의 손발을 잠시 묶어놓는 게 장마의 미덕이니 “공작산 수타사로 물미나리나 보러” 가자며 김사인의 시 [장마]를 읽어주는 식이다. 또 귀한 가을날을 어찌 보내고 있냐며 "이런 때 아니 놀고 어떠한 때 즐기리잇가?"라는 [언간독]에 실린 편지글을 넌지시 내밀어 웃음 짓게 한다. 적절한 위치에 들어간 고전의 한 구절, 시 한 소절은 글을 더욱 단단하게 하고, 산속 절집에 사는 지은이에게선 옛 선비를 만난 듯 인문의 향기가 느껴진다. 종이와 손글씨의 향연 책을 사계절, 네 부분으로 나누는 사이사이에는 지리산 화엄사의 홍매, 안동 제비원의 도라지꽃밭, 부여 가림성의 감국, 눈보라 휘몰아치는 청양 대숲을, 넓게 펼쳐지는 종이에 담아 글과 더불어 계절감을 남김없이 생생하게 전한다. 또한 옛시의 원문과 번역문을 또박또박 적은 [손글씨 모음]을 책의 말미에 본문과 차별되는 재질감 있는 종이에 곁들였다. 겹치지 않게 한 장 한 장 정성껏 고른 종이 위에 반듯하게 적은 손글씨가 마치 독자에게 보내는 손 편지인 양 친근하다. |